겨울방학이 끝나고 첫 연습이 있던 날, 예쁜 문패가 붙어있는 리코더 부 교실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황정연 선생님의 사인에 맞춘 상인초등학교 60명 리코더 합주부원들은 모양이 다채로운 리코더를 손에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3학년부터 5학년 어린이들의 정성을 다한 소리는 지난 해 부천시예능경연대회에 참가한 최우수상 수상 팀이라는 것을 증거 하듯 부드럽게 넘어갔다.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리코더가 고루 배치된 중주와 합주는 화음 감을 느끼는데 충분했다. 리코더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작고 큰 리코더 구경과 멋진 연주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과의 동행은 행복했다.
리코더는 악기가 아닌 마음의 친구
“처음에는 해외에서 들어온 리코더가 딱딱한 악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악기를 느끼면서 가까이 다가섰지요. 마음껏 연주하다보니 실력이 높아졌고 자긍심이 강해졌어요.”
김이연(5학년)양은 말끝에 아침과 점심 그리고 방과 후 시간에 얼마든지 와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신 교장선생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상인초 리코더 합주부는 지난 2007년에 창단식을 가졌다. 하루에 학원을 서너 곳씩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메마른 정서에 단비가 내렸던 순간이었다.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모인 부원들은 처음엔 많지 않았지만 점점 늘어났다는 전설(?)이 오르내릴 만큼 현재 리코더부는 들어가기 어려운 특기적성반이 돼 버렸다. 창단 첫 해 상인초 축제에서 발표회를 열었고 다음 해 5월에는 가족들이 동요를 함께 부르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민요 접속곡을 전교생과 학부모에게 선보이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 악기가 아니라 제 친구라고 생각할 만큼 리코더와 친해졌어요.” 정지현(6학년)양은 지도교사인 황 선생님이 재미있고 정확하고 쉽게 가르쳐주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호기심 반, 어머니 권유 반으로 가입한 학생, 악기 하나 연주해보고 싶어서 가입한 학생, 시간만 되면 리코더실로 달려가는 친구를 보고 가입한 학생 등 다양했지만 부원들은 이제 한 마음 한 뜻으로 신나게 달려간다 리코더실로.
합주부원 전원이 교육감상도 받았어요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지 몰랐던 감격의 순간이었어요. 그런 상은 처음 받아봤거든요.”
지난 2008년 10월 상인초 리코더부원들은 경기도 교육청이 주최한 예능대회 우수작 발표회에 참가하게 됐다. 그 해 6월 부천시 학생 음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결과였다. 그 자리에서 경기도 교육감은 60명 합주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교육감상을 수여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단체상은 대표가 나가서 받는 것이 상례였지만 그 날 학생들은 일일이 교육감의 격려를 받으며 상을 받았다.
“사회에 나가서도 악기 연주를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정서가 메마른 아이들의 심성이 좋아졌고요, 친구와의 협동과 선생님과의 친화력이 놀랍도록 좋아졌어요.” 상인초 강창열 교장 선생님은 베테랑 색소포니스트다. 샘소리 색소폰앙상블팀을 이끌고 있으며 해마다 연주회도 연다. 이처럼 교장 선생님이 악기 연주자인 만큼 리코더합주부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처음엔 낯선 악기를 보고 두려워도 했지만 이젠 큰 무대에 서고 큰 상까지 타게 돼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공부도 잘하게 됐고 성적도 오르게 된 리코더부원들을 교장선생님은 열심히 격려하고 있다.
무관심에서 시작, 인기 팀으로 탈바꿈
“리코더 부에 가입한 후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독보력(악보 보는 실력)이 한층 좋아졌구요. 운지(손가락 운동) 훈련으로 두뇌개발에도 도움을 줬죠. 파트별로 연습하면서는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화합하게 된 인성교육까지, 아주 짱! 이예요.”
59세 나이에도 학급담임과 리코더부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황정연 선생님은 “나이를 잊고 사는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과의 연주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20년 동안 리코더를 지도해온 황 교사의 이러한 열정은 창설 당시의 무관심을 합주부에서 탈락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로 탈바꿈 시켰다. 처음엔 우려하던 학부모들도 지금은 열렬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회가 있으면 운행을 도맡고 방과 후 시간에는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지원하는 등 열성을 다한다.
개학하자마자 리코더부원들은 올해 부천시 예능경연대회와 전국대회를 석권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돗도리 소학교와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동요와 민요를 연주하면서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려는 것이다.
입춘은 지났고 우수가 다가온다. 얼음이 녹고 봄 싹이 피어나듯 학생들의 연주에도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피어날 아름다운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원해본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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