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 뉴스앤 거제 대표

거가대교 개통기념 마라톤대회 열자

지역내일 2010-02-17 (수정 2010-02-18 오후 5:57:06)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새로 생긴 바닷길을 달린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 지지 않나요"
지인과 소주잔을 기울이다 뜬금없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거가대교 개통식에 앞서 전국규모 마라톤대회를 유치하자는 소리였다. 최소 2년 전부터 준비해야 할 일을 거제시가 이제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전했다. 

거제시에 추진상황을 알아봤다. "시세(市勢)로 봐서 개통기념식이 부산에서 열릴게 뻔하고, 거제시도 뭔가 기념행사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2월초 현재 검토단계의 기념행사 계획은 그게 전부였다. 마라톤대회를 할지, 걷기 대회를 할지, 자전거대회를 할지 아직 결정조차 못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생활체육 거제시육상연합회 회장 연락처를 수소문해 의견을 물었다. 30여분간 필자와 대화를 나눈 박경덕 회장은, 속된 말로 ''입에 거품을 물며'' 거제시의 무사안일(無事安逸)을 질타했다. 2년 전부터 거가대교 개통에 앞서 마라톤대회를 열자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지금까지 가타부타 반응이 없었다는 게 ''거품 문'' 박 회장 말의 요지였다. 다리개통에 따른 이벤트 행사 필요성을 역설한 사람이 어디 박 회장 뿐이겠는가. 

지난해 10월 인천시는 인천대교 개통에 앞서 바닷길 다리 위를 달리는 국제마라톤대회를 열었다. 2년 전부터 대회조직위를 꾸려 철저하게 준비했던 대회였다. KBS1TV로 생중계 된 이 대회는 참가자만 4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남해 창선대교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 전에도 같은 형식의 마라톤대회가 열려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거제시도 이같은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게다. 알고도 미적미적 거렸고, 잦은 인사로 담당자가 바뀌면서 흐지부지 돼 왔으리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제시지속발전팀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검토단계를 넘는 다음 수순이다. 

거가대교 개통까지는 약10개월이 남았다. 늦었지만, 서둘러 준비한다면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시간이다. 우선 거제시가 오래 전부터 끙끙대며 고민하던 그 검토부터 빨리 끝내야 한다. 덧붙여 조언하자면 다리개통에 앞서 열리는 단발성 행사에 마라톤대회 만한 게 어디 있는가. 걷기대회?, 후발 주자들이 뛰다 지칠 때 걸으면 그만이다. 자전거대회는 대중성이 없어 기대효과가 적다. 

거제시의 검토가 끝나면 더 이상 공무원들이 앉아서 뭉개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전문가집단에게 대회요강을 맡겨야 한다. 말하자면 용역이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나 춘천·동아마라톤대회 등 유명 마라톤대회를 주관하는 전문 대행사에 일을 맡기고, 거제시는 이에 따른 대회 조직위를 구성해 임시주차장 마련 등의 행정지원을 하면 된다. 

(가칭)거가대교 개통기념 전국마라톤대회가 성사되면 바다 위와 바다 밑을 한꺼번에 달리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대회로 기록된다. 거가대교(침매터널 포함 8.2㎞)와 거제 쪽 접속도로(약15㎞)를 왕복 계산하면 풀코스(42.195㎞)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회 참가비와 시공사(거가대교건설조합) 협찬을 받는다면 예산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유일무이한 이 대회에 준비만 착실히 한다면 최소 3만에서 5만명은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동호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마라톤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만 더 짚어보자. 해마다 학동에서 열리던 새해맞이 마라톤대회 참가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회초기 5,000명에 육박하던 참가자가 지금은 1,000명 정도로 반에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3월7일로 예정돼 있는데, 2월초 현재 참가신청자는 불과 4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새해맞이 해변달리기''라는 매력적인 상품을, 어느날 갑자기 고로쇠축제와 결합시키면서 상품홍보 대회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거제육상연합회 박경덕 회장의 진단이다. ''새해벽두''라는 매력적인 상품을 ''고로쇠''가 대체하면서도, 지친 달림이들에게 고로쇠 물 한 방울 그저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심 잃은 상품홍보 저질대회에 전국 동호회가 등을 돌려 버린 것이다.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면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신년벽두(劈頭)에 열리는 ''새해맞이 마라톤대회''와 고로쇠축제를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을 모을 수 있고, 대회에 지원되는 시민혈세도 제 값을 할 수 있다. 거제시의 전향적인 처방을 기대해 본다.  /뉴스앤거제 신기방 편집국장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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