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48세 주부 김미성(분당구 야탑동) 씨는 6개월 전부터 양쪽 손과 발이 붓고 자주 아픈 증상이 시작됐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손발이 뻣뻣해져 불편을 느낄 정도.
“아침에 그렇게 아프던 게 오후가 되면서부터는 또 감쪽같이 사라져요.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습한 날에는 통증이 더 심해 견디기가 힘들죠.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손가락 마디마디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으니 보기에도 안 좋아요. 어디 가면 손 내밀기가 부끄럽다니까요.”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은 이 씨는 혈액검사상 류마티스 양성 인자와 높은 염증수치가 확인됐다.
# 사례 2. 이금순(55·분당 구미동) 씨 역시 손마디가 붓고 튀어나오면서 무릎관절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증상이 시작된 건 5년 전 식당일을 하면서부터.
“서서 일하는 시간이 많으니 당연히 무릎이 아픈가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죠. 특히 단체손님이라도 있는 날엔 설거지 끝나고 나면 손이 통통 붓고 손가락 통증이 더 심했어요. 손을 아끼면 한결 아픈 게 덜하고…. 몸무게 늘면서 몸이 무거워지니까 무릎이 더 아파요.”
이 씨의 경우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없는 상태였지만 키 160cm에 몸무게 65kg으로 비만인 체형. 혈액검사상 특이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두 환자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정자헌 원장(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은 김 씨를 류마티스성 관절염으로, 이 씨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단하고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의 경우 치료 3개월만에 어느 정도 통증은 사라졌지만 만성 염증성관절염으로 인한 관절 파괴를 염두에 두고 최소 2년 이상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이 씨는 손과 무릎관절을 많이 사용한데다 과체중이 퇴행성관절염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약물치료와 통증관리, 체중감량을 위한 운동요법, 식이요법이 처방됐다.
연령에 관계없이 발병하는 류마티스관절염
‘40대에 벌써 무슨 관절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김 씨의 경우처럼 관절의 염증이 원인이 되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은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느 연령에서나 걸릴 수 있지만 주로 30~40대에서 많고, 적은 수이긴 하지만 어린이들도 류마티스성 관절염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계속 진행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1년 이내의 초기 환자들도 관절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심각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정자헌 원장은 “관절의 암이라 불리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은 사소한 통증을 그냥 넘겨버리는 여성에서 더욱 심각하다”며 “가사부담과 함께 지나친 참을성, 본인 건강에 대한 안이한 대처해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가 당기는 사소한 통증 역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초기 증상은 주로 무릎 발목 손목 손가락 마디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는데, 특히 손에서는 손가락 마디 관절이 방추형으로 부으면서 통증이 생긴다. 주먹을 쥐는 힘이 약해져 물건을 잘 떨어뜨리거나, 조그만 물건을 쥐는데도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완치’ 욕심내다 사이비 의료에 쉽게 현혹
대부분의 환자들이 류마티스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후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은 ‘과연 완치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 이와 함께 관절변형이나 약물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꼽는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치료제의 보험적용기간이 제한돼 있는 것도 환자들에겐 큰 어려움이다. 17년째 류마티스로 고생하고 있는 50대 여성 환자는 “보험 적용을 받을 땐 약값의 10%만 내면 됐는데, 지금은 비싼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요령껏 투약량과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들은 민간요법에 대한 환자들의 맹목적인 신뢰와 항류마티스제제 부작용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걱정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만성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완치’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료에 현혹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정 원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1%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해 이미 관절변형이 온 다음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질환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완치율이나 관절 파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전문의의 진료와 지시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물속 걷기, 수영이 관절 근육 강화에 도움
류마티스관절염은 노화에 의해 통증이 시작되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다르지만 퇴행성관절염처럼 골다공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관절염 자체가 뼈를 약하게 만들거나, 혹은 환자 스스로 아픈 관절을 움직이지 않다 보면 점차 뼈가 약해지는 상황이 악순환 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경우 여기에 폐경 등 호르몬변화까지 겹쳐지면 뼈 손상이 점점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 누구나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이 오는 걸까.
서울나우병원 관절센터 김준배 원장은 “우리 뼈와 연골, 관절 등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평생 건강할 수도 있고, 빨리 망가져서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며 “최근 무릎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운동부족이 원인인 ‘슬관절 전방통증증후군’으로 관절염과는 다른 질환이므로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관절염 예방을 위해선 적절한 운동과 체중관리가 필수. 잘 알려진 것처럼 비만은 무릎관절에 물리적인 힘을 가중시켜 연골을 빨리 닳게 하므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평소에 바른 자세를 하고, 무릎을 꿇는 등의 무리한 자세는 피해야 한다.
척추관절 전문 용인중앙병원 오동철 원장은 “물 속 걷기나 수영처럼 관절에 하중을 적게 주는 운동으로 시작해 걷기, 평지걷기, 가벼운 조깅 등 유산소운동으로 연골의 탄력성을 높이고,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좋다”면서 “수영 전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근육이나 관절을 충분히 이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정자헌류마티스내과 정자헌 원장, 서울나우병원 관절센터 김준배 원장, 용인중앙병원 오동철 원장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관절염 통증 완화를 위한 7가지 생활 수칙
01 적당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장시간 한꺼번에 운동하기보다는 짬짬이 시간 나는 대로 가볍게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02 딱딱한 침대에서 자되,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편안하게 수면을 취한다. 관절염 환자는 통증 때문에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스트레스는 염증의 고통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03 더위, 추위, 습기 등에 세심한 주의를 한다. 너무 덥거나 추운 곳, 습도가 높은 곳에서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
04 책상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는 자세보다 의자에 앉는 게 좋다. 화장실도 쭈그리고 앉지 않는 좌변식 화장실을 사용한다.
05 반복되는 집안 일을 할 때는 되도록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편안한 자세를 찾는다.
06 비만은 관절에 부담을 주므로 과식하지 않는다. 비만은 체중을 증가시켜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과식으로 인한 비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07 류머티즘 관절염엔 냉찜질을, 퇴행성 관절염엔 온찜질을 한다. 냉·온 찜질은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과 경직을 줄이는데 유용하다. 특히 다른 통증 완화 요법과 같이 사용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자료: 대한내과학회 류마티스연구회
“소아관절염, 성장통으로 오해하면 큰 일”
밤이 되면 끙끙대는 아이들이 있다. 7세 이상 어린이의 15~30%가 겪는다는 성장통 때문. 부모들도 심하게 아프다가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한 아이에게 ‘다 키 크려고 아픈 거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문제는 소아관절염과 성장통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관절염 하면 흔히 관절을 많이 쓰고 닳아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을 떠올리기 때문에 어린이와 관절염을 쉽게 연결 짓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몸의 자가면역 이상 반응으로 생기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세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성 관절염 등은 나이와 관계없이 어린이에서도 생길 수 있다.
◆ 통증과 마사지로 성장통과 구분 = 성장통과 소아관절염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 밤에 나타나는 성장통은 뼈의 성장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데 비해 근육의 성장이 느려서 생긴다. 또 낮 동안의 과도한 운동으로 근육이완이 지연되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원인. 때문에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나 따뜻한 온찜질을 하면 통증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소아관절염은 주로 아침에 통증이 심해진다. 주무르거나 만질수록 아파하고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 관절에 통증이 집중된다. 낮에도 잘 걷지 못하고 다리를 절거나 무릎이 빨갛게 붓고 열이 날 수 있다.
소아관절염이 성장통이나 감기로 오인되어 치료시기를 놓치면 관절변형, 성장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감기에 걸리고 난 뒤에 감기 바이러스가 관절에 침입했을 때도 일시적인 관절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병이라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물속 걷기, 운동효과와 재미까지 = 어린이의 약물치료와 수술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가정에서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되도록 딱딱한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통증 때문에 걷기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함께 운동해주는 부모의 배려가 필요하다. 적은 힘으로 운동효과를 볼 수 있는 물 속 운동이 좋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물 속 걷기는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재미까지 줄 수 있어 적극 추천되는 방법.
홍정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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