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의 새로운 놀이터 ‘온라인’

컴맹은 가라, 우리는 파워유저!

여가 취미활동 온라인으로 연결, 지인들과 친분 나누는 소통창구로

지역내일 2010-02-09 (수정 2010-02-09 오후 6:08:59)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이진만(70)씨는 하루 일과를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은퇴 후 여가활동으로 산악회와 색소폰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
겨울이라 산악회 활동은 잠시 주춤 하지만 동호회 회원들과는 온라인상에서 매일 만나고 있다. 개인적인 안부부터 소소한 일상의 감상, 인터넷을 서핑하며 담아온 재미난 글과 사진들을 동호회 카페에 올리고 회원들이 올린 글에 댓글을 다는 걸로 하루가 바쁘다.
“현직에 있을 때도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은퇴 이후예요. 업무에 필요해 억지로 배운 거라 금새 잊어버렸는데 은퇴하면서부터는 내가 필요하니까 재미있게 배웠어요. 동네 주민센터에서 인터넷 활용법도 배우고 포토샵도 배우고 하니 이제는 컴퓨터로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주 편리 해요.” 
분당ㆍ용인 50세 이상 2명 중 1명은 인터넷 이용
이 씨의 경우처럼 최근 온라인 공간으로 시니어들의 발길이 모여 들고 있다. 이들은 지인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기본, 사진을 올리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등 친분을 나누는 또 하나의 장(場)으로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 인구 중 50세 이상은 약 430만 명으로 50세 이상 인구 중 절반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7년에 비해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해마다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의 유입이 많은 분당과 용인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50세 이상 PC 이용률이 성남, 용인 각각 48.6%와 50.5%에 달해 시니어 2명 중 한 명은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PC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학력 시니어들이 많은 분당ㆍ용인의 경우 컴퓨터를 활용하는 시니어 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용인시 정보화 교육 강사인 김쥬듸씨도 “예전에는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물었다면 요즘은 자신이 필요한 분야를 구체적으로 찾아 배우려는 시니어 수강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한다. 또 “주민 센터나 복지관 등에서 컴퓨터 관련 교육이나 강좌를 수시로 개설하고 있는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컴퓨터와 친해지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컴퓨터를 잘 다룰 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시니어 파워 유저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젊은 이들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시니어들만의 콘텐츠와 놀이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   

오프라인 동호회 활동이 온라인 카페로 이어져 확장
이들의 컴퓨터 활용은 오프라인 모임이나 친분을 온라인으로 연장하는 특징을 보인다. 동호회나 개인의 취미 활동을 온라인을 통해 확장하고 나누고 있는 것. 또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모임을 온라인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루 2천 명의 시니어 회원이 다양한 여가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당노인복지관의 사회교육 정보화 강사 원윤재 씨도 이에 동의한다고 말한다.
“복지관에 컴퓨터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회원들이 1주일에 500명 정도 되세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오프라인 친구를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에서도 또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으신 거죠.”
이런 예는 분당ㆍ용인에 거주하는 퇴직 여교사 모임인 ‘명우회’ 회원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KR-bird 유산소 운동’(이하 핫버드) 동호회 활동을 꾸려오다 최근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면서 회원들 간의 교류가 더욱 긴밀해 졌다고 말한다.
“12년 동안 쌓아온 동호회 활동 자료가 6권의 앨범으로 모이게 되니 한계가 오더라고요.  자료를 남기고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블로그와 카페를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온라인에서도 회원들끼리 수시로 만나 정보와 친목을 나누게 됐지요.” 동호회 회장 유명자(65·이매동)씨의 설명이다.
24명으로 구성된 이들 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60대 후반. 하지만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에서 는 이들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최신 유머 글에서 멋진 동영상과 사진, 촌철살인의 댓글까지 이들이 온라인에 꾸며놓은 아기자기한 콘텐츠들은 사춘기 소녀들만큼이나 귀엽고 깜찍하다. 

새로운 네티즌의 등장, 시니어도 파워유저
“겨울에는 추워서 자주 못 만나는데 온라인 카페에서 서로 안부도 묻고 댓글도 달고 하니까 되래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 카페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웠다는 회원 유경옥(75·서현동)씨. 그동안 갈고 닦은 컴퓨터 실력이 이제는 중급 이상으로 웬만한 컴퓨터 강사도 혀를 찰 정도다. 그런가하면 오신득(66ㆍ이매동)씨는 “2달 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는데 동호회 회원들과 온라인 카페에서 매일 안부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며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올리면 회원들이 댓글을 바로 달아 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는 만남이 이어져 행복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은 시니어들의 새로운 만남과 소통의 창구로 일반화 되고 있다.
온라인을 이용해 여가활동의 장을 넓히고 사이버 놀이터로 진화 시키고 있는 것.
김 쥬듸 강사는 “온라인으로 관심 분야를 확장하고 보다 두터운 교류의 장을 만드는 새로운 네티즌이 바로 시니어 세대”라며 “최신 트렌드와 정보에 뒤지지 않는 당당한 파워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어 반갑다.”고 전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미니인터뷰- 동천동 주민센터 정보화교육 담당 김쥬듸 강사


“손주에게 이메일 보내고 펑펑 울었던 수강생 아직도 생생해요”


“시니어들은 인터넷이나 블로그 활용법, 카페에 사진 올리고 받는 일상적인 친목 도모에 활용하기 위해 컴퓨터를 많이 배우세요.”


용인시 동천동 주민센터에서 정보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쥬듸(38·보정동) 강사의 말이다.


“인터넷 쇼핑을 하려고 하는데, ‘바둑게임을 어떻게 해야 되나’ 등 질문도 구체적이죠. 그러나 역시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알려고 하는 부분은 인터넷에서 친목을 나누기 위해 필요한 파일주고받기, 자료 올리기 등이에요.”


김 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컴퓨터를 배우려는 시니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주민센터나 공공기관에서 주민 대상 컴퓨터 무료교육이나 찾아가는 정보화 교실 등 컴퓨터를 배우고 가르치려는 환경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컴퓨터를 배운 시니어들은 구인 구직에 활용하기도 하고 쿠폰을 다운받아 생활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는 귀띔.


“예전엔 여성 수강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남녀 어르신 비율이 비슷해요. 퇴직 이후 아버님들도 시간이 많아지고 여가활동이 늘면서 컴퓨터 사용이 필수가 되고 있고, 그 흐름 때문에 배우려고 하시는 거죠.”


시니어 수강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웃지 못 할 후일담도 많았다는 김 쥬듸 강사.


혹여 잘못 만지면 고장이라도 날까 무섭고 두렵던 컴퓨터를 어렵게 배워 손자에게 첫 이메일을 성공적으로 보낸 후 기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60대 할머니. 자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은 기념으로 김장 배추를 한 아름 싣고 온 70대 수강생.


“홀로 되신 70대 수강생이 계셨는데 수업을 받을 때도 혼자 앉아 저하고만 가끔 눈을 마주칠 정도로 교류를 안 하시는 분이셨죠. 그런데 실제로도 외로운 분이셨어요. 컴퓨터를 배운 후 채팅도 하고 메신저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드시더라고요. 나중에는 오프라인 모임도 만드셨죠. 그 분은 컴퓨터가 인간관계를 넓혀주고 확장 시켜 준 셈이죠.”


김 강사는 “요즘은 정보를 얼마나 알고 찾아낼 수 있는가가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일”이라며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정보에서 소외 받아온 시니어들도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권미영 리포터



#미니인터뷰- 유명자 명우회 회장


온라인 카페는 재미 쏠쏠한 우리들의 놀이터


초등학교 교사로 30년 넘게 재직하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유명자(65·이매동)씨. 그녀의 2막 인생에 재미와 활력을 주는 것은 24명으로 구성된 은퇴 여교사들과의 동호회 활동이다.  명퇴한 친구들의 모임이란 뜻으로 이름을 ‘명우회’로 짓고 활발한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것.


분당과 용인에 거주하는 회원들과 일주일에 5일 이상을 만나며 친분을 쌓아온 유씨. 가족처럼 끈끈한 회원들과 오롯이 만든 추억의 사진과 시간들은 6권의 앨범이 꽉 차고도 부족했다.


“더 이상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온라인 블로그를 만들어 파일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니 사진도 배우게 됐고 컴퓨터도 익히게 됐지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회원 전부가 온라인에서 만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고 익혔어요.” 


일주일을 하루가 멀다고 만나는 사이다 보니 온라인에서도 수시로 만나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처음엔 회장인 제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회원들의 원활한 글쓰기 작업이 어려워 다시 카페를 만들었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사진도 올리고 좋은 정보들을 나누기 위해서요. 지금은 사이버 상에서 서로 만나 안부 묻고 좋은 글 올리고 댓글 달면서 아주 즐겁게 만나고 있답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카페에서도 교류의 쏠쏠한 재미를 알게 된 회원들은 경쟁적으로 좋은 글귀과 그림, 유머와 사진 등을 올려놓는다. 그러면 발 빠른 회원이 댓글을 달고 이어 또 다른 댓글이 이어지며 소녀적 순수로 돌아간다는 명우회 회원들.


“아들이 승진했다고, 손녀가 반장이 됐다고, 비행기 여행 갔다 왔다고 실시간으로 근황을 카페에 올려요. 간혹 운동하러 나오지 못하는 회원들도 온라인상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것  처럼 생생하게 교류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12년 이상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것처럼 온라인 카페를 통해 앞으로도 차곡차곡 우리의 정을 나누어 가렵니다. 하하.”


권미영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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