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학교 무상급식, 어떻게 돼 가나
학교급식, ‘무상’도 좋지만 ‘건강 밥상’ 이 우선
초등생 급식지원액 2350원으로 확정 … 오히려 깎인 급식비 ‘質 떨어질까’ 우려도
지난 3일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급식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으로 발송했다. 새 학기부터 실시되는 성남시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의견조사를 위해서다. 문제의 발단은 성남시 급식지원심의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1인당 평균 급식지원금 2350원이 이 학교 기존 급식비에 못 미치는 것에서 시작됐다.
가정통신문에는 급식지원비 안에 무상급식의 취지를 그대로 살려 급식과 우유값을 모두 포함하는 방법, 기존 급식비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차액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방법, 지원 급식비는 순수하게 급식비로만 쓰고 우유신청은 별도로 받아 원하는 사람만 먹게 하자는 세 번째 안이 제시됐다.
돈을 내고 먹던 아이들 급식을 이제는 공짜로 준다니 ‘그거 참 잘 됐네’ 하던 엄마들. 가정통신문을 받아들고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선다. 급식비 전액 지원 혜택을 받고 있던 이 학교 5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기존 급식비를 늘려 식단의 질을 높여야 할 상황인데, 전 학년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오히려 급식비가 깎였다고 하니 앞으로 제대로 된 급식이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만큼 학교급식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와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초중학교 무상급식. 더구나 성남시가 초등 3~6학년에게 제공해오던 무상급식을 올해부터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중학생의 단계적 무상급식도 시행하기로 해 지역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 뜨겁다.
학교에서 추가 급식비 더 걷어도 규제할 방법 없어
최근 성남시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는 내년부터 지역 초중학생들에게 지원될 1인당 평균 급식지원비를 확정했다. 심의결과에 따르면 500명 미만 초등학교의 1인당 급식지원비는 2450원, 500명 이상은 2350원, 500명 미만 중학교는 3000원, 500명 이상은 2760원이다. 1인당 평균 급식지원금액은 초중학교로 구분해 전체 학교의 평균급식단가에 물가상승률 2.2%를 반영해 책정됐다.
성남시 체육청소년과 최창섭 교육지원팀장은 “올해부터는 기존에 지원을 받고 있던 3~6학년을 포함해 성남지역 전체 초등학생 6만4500여명이 급식지원을 받게 된다”며 “중학생은 1만3700여명의 3학년 학생을 시작으로 단계적 무상급식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급식지원비 결정 내용을 접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 급식비가 생활물가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동안 학생 수나 학년에 따라 지원금액에 차등이 있었던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그 금액으로 과연 질 좋은 급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
구미초등학교 급식운영위원회 차세영(43·분당 구미동) 회장은 “결식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무상급식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일부 엄마들 사이에선 ‘질(質)까지 보장하는 제대로 된 무상급식’을 초등학교에 먼저 정착시킨 후 중학교로 넓혀가는 게 차라리 좋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급식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도 예산 없이 지자체 예산만으로 운영하려다 보니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학부모들의 요구에 의해 학교 내부적으로 추가급식비를 더 걷을 경우, 시 입장에서는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남시는 내년에 중학교 2학년까지 급식지원이 확대되며, 2012년부터는 중학교 1~3학년 3만8300여명 모두가 대상에 포함된다.
지역 친환경 농축산가와 학교급식사업 연계 필요해
무상급식을 통해 의무교육에 대한 공교육 책임을 지고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면에서 성남시의 무상급식 확대 결정은 의미 있어 보인다. 하지만 초중생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해 명성을 얻기보다는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는 일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급식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 중인 분당의 한 주부는 “6학년 딸에게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은 일주일에 겨우 하루인데 그날은 두 번 세 번 씩 배식받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나마 원산지 표시가 되긴 하지만 믿을 만한 식재료로 안전하게 조리된 음식이 제공되는지 불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농가가 관내 학교급식을 위한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처가 될 수 있다면 농민과 학생들,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의회 김현경 의원은 “아이들에게 절박한 것은 ‘공짜밥’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친환경급식”이라며 “우선 친환경급식을 성남 전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이에 따르는 시 부담비용을 20%로 확대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는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마다 구입단가가 다르고, 결품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
김현경 의원은 “식자재 검수 등 학교급식소위원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등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학교급식을 위해선 급식 남기지 않기, 편식하지 않기 등처럼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학교안전급식교육이 제도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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