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하는 부모, 김효선 씨의 행복 만들기

경청의 기술이 주도적인 아이를 만드는 힘

지역내일 2010-02-03 (수정 2010-02-03 오후 10:58:21)

지난해 수원교육청에서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공모대회를 개최했다. 행복 실천수기 부문에서 아이 스스로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도록 경청하는 코칭에 관한 내용으로 대상을 받은 신지섭(영덕초4)군의 어머니 김효선 씨를 만났다. 모든 인간은 독창적이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한 그녀의 교육관, 뭔가 많이 달라 보였다.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아이의 잠재된 가능성을 키워
지섭이는 작년에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의 작곡영재로 선발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배운지 한 달 만에‘슬픔의 추억’이란 제목의 첫 자작곡을 완성시켰단다. ‘음악신동의 탄생 아니냐’는 말에 어머니 김효선 씨는 손사래를 쳤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책임감과 잘 키워야한다는 부담감으로 늘 어깨가 무거웠다고 고백한다. 단지 그녀가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음악적인 환경에 노출되도록 애썼다고. “태교로 모차르트, 바흐 등의 클래식음악과 아름다운 찬송가를 많이 들었어요. 키우면서는 아이를 재우거나 아이가 칭얼대고 울 때 언제든 주변사람들과 상관없이 정성스레 노래를 불러주었죠.” 김 씨는 아침마다 클래식 음악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렸고,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항상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해서 들려주곤 했다. 이런 환경 덕에 음악에 대한 영재성이 잠재되어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단다.
그러면서도 지섭이가 음악을 이토록 좋아하는 것은 그녀에게도 놀라울 뿐이란다. 축구와 자전거타기를 좋아하고, 한때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할 정도로 활동적인 남자 아이였기 때문. 1학년 때 남자라도 피아노를 시키면 좋을 듯해서 개인레슨을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나자 하루 5~6시간씩 몰입해 연습하며 커다란 음악노트에 빼곡히 자신의 곡을 적어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생님을 만나 재능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은 지섭이는 현재 금난새와 같은 지휘자를 꿈꾸며 음악영재 아카데미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다.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감정을 읽고 경청해야
지섭이는 음악뿐 아니라 미술, 웅변, 체육 등 다방면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코칭교육 강사이기도 한 김효선 씨의 남다른 코칭대화법이 숨은 공신이다. 코칭 대화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조언이나 충고가 아닌 자신만의 해답을 끌어내도록 질문을 던지고 주도적으로 해답을 찾도록 하는 것. 그와 같은 방법으로 끊임없이 격려하고 칭찬하며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가 듣고 싶은 것만 듣지 말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도 항상 지섭이의 얘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한단다. “아빠랑 축구를 할 때 자신에게 욕을 한 친구가 있었대요. 화가 난 지섭이가 집으로 들어와 버리자 아빠는 아이의 감정은 무시한 채 사내답지 못하고 속이 좁다는 이유로 오히려 야단을 쳤죠.”아빠의 꾸중으로 화가 더 난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공감하면서 경청했더니 지섭이는 스스로 화난 표정을 풀었다.
학습에 있어서도 주도성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녀는 지섭이 스스로 몰입이 잘되는 시간대를 정해 숙제·독서·수학공부 시간 등을 배치하도록 했다. 일주일 정도 시행해 본 뒤 잘된 점과 보완할 점을 찾아 다음 주의 스케줄을 다시 작성했다. 요즘은 하루에 해야 할 일과 공부양은 물론 공부의 시작과 마치는 시간까지도 정해 집중시간을 체크해 내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신의 만족도에 대해 점수를 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섭이는“엄마! 나 오늘 뭐해요?”하는 수동적인 학습태도가 아닌 “엄마! 나 오늘은 친구와 1시간 놀고 온 후 공부 할게요”라며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비록 어설프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
어떤 상황, 어떤 선택에서든 아이는 자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갖고 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선택이 아니다. 아이의 창의적인 생각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는 부모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 씨는 전한다. 설혹 부모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설프고 어리석은 행동이나 결정이더라도 아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 속에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자존감을 갖게 된다고. 이런 태도는 공부나 사회성, 리더십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가 책임지고 피드백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코치가 되어 지지하고 격려한다면 아이는 더욱더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리더로 성장할 거예요.”
지섭이는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겠다고 말한다. 그 공연을 통한 수익의 일부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효선 씨는 지섭이가 본인의 잠재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자기 자신도 즐기면서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비록 성장하면서 음악가의 꿈이 바뀐다 하더라도 지금의 집중력과 노력, 성공의 경험들은 고스란히 아이의 큰 자산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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