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기획 - 2010 성남, 용인 지역 영재교육 점검

2010년 성남 · 용인 영재 어떻게 선발됐나?

교육청 영재교육원으로 쏠린 성남, 지역공동 영재학급으로 분산된 용인

지역내일 2010-01-31 (수정 2010-01-31 오후 5:07:45)
지난해 12월, 경기도 초·중·고·대학 및 지역교육청에서 2010학년도 영재교육기관 교육대상자들을 선발했다. 금년 경기도 영재교육 대상자는 전국 최대 규모로 지난해 경기도 학생 대비 0.6%가 늘어난 1.2% 수준이다. 총 543기관 1051학급에 2만 960명가량의 경기도내 학생들이 새 학기부터 영재교육을 받게 된다. 해마다 영재교육 대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선진국들의 추세에 따라 국가차원에서 영재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용인내일신문에서는 2010학년도 성남 · 용인지역 영재교육대상자 선발과정과 결과를 통해 지역 영재교육의 운영규모와 방향성, 영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Ⅰ. 2010년 성남 · 용인 영재 어떻게 선발됐나?
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지역 영재교육기관
Ⅲ. 지역 영재교육기관, 어떻게 교육시키나?
Ⅵ. 우리아이 영재로 키우려면?



얼마 전, 분당의 S 초등학교에서는 2010학년도 성남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선발에 학교장 추천조차 받지 못한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다. 오랫동안 영재교육원 시험을 준비해온 학생들이 시험 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은 관내 학교 학년별 재적인원의 1%만 추천받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각 학교에서 1%만 추천받아도 대규모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더 늘릴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 학교 단위에서는 한 학년 당 1~2명만 추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 명함도 못 내민다는 학부모들의 볼멘 반응이다. 분당 B초등학교 학부모인 임정연 씨(36)는 “전교에서 1~2등 안에 들면서 엄청나게 화려한 스펙과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않으면 교육청 영재교육원 학교장 추천을 받을 엄두도 못낸다”고 지적했다.
과거 수학 · 과학 우수아 진단평가 점수를 학교 추천자격 요건으로 반영했던 것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 때문에 최근에는 학교장 추천요건에 객관적인 점수를 적용할 수 없다.
‘수학 · 과학 분야에 사고력이 뛰어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봉사정신이 투철하며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적용될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재선발 초기단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성남지역 영재교육 수요, 교육청으로만 집중돼

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은 경기도내 다른 시교육청에 비해 선발 규모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특히 성남 수정·중원구와 분당구의 학력차를 고려해 두 곳으로 분리하여 각각 100여 명씩 총 200명이 넘는 인원을 선발해 교육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과정에 말들이 많은 것은 성남지역 영재교육 수요가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으로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남에도 초등 11개 학급, 중등 17개 학급의 지역단위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분당에서 지역단위 영재학급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교육청 영재교육원이나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정도는 합격해야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다. 또한 분당구와 수정·중원구 간의 학력 차에 대한 반목으로 각 지역의 영재교육기관에 유동성 있는 지원을 하지 않아 더욱더 성남교육청, 특히 분당구 지원에 수요가 쏠리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년 말 영재선발 시기에 분당은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였다. 어차피 상위 1%들만을 위한 잔치이다 보니 나머지가 술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 



 용인지역 영재교육 수요, 지역공동 영재학급에 골고루 분산

성남에 비해 용인지역은 영재선발로 시 전체가 한바탕 술렁였다. 용인 학부모들의 영재교육열이 분당보다 더 극성이라고 말들이 나올 정도. 그러나 조사결과 분당의 영재교육 수요가 교육청으로 몰리는 것과는 달리 용인지역 영재선발 지원은 교육청보다는 지역공동 영재학급으로 분산되었다는 것이다. 용인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서는 올해 총 초등학교 23명, 중학교 20명밖에 선발하지 않았다. 대신 27개 초등영재학급과 17개 중등영재학급에서 대거 선발했다. 학급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학교당 추천 인원도 넉넉한 편이었다.
용인교육청의 이규성 장학사는 “경기도내 용인시가 초·중·고교 학교 수가 가장 많다보니 그에 비례하여 영재학급도 가장 많이 개설될 수 있었다”며 “용인시가 영재교육 수혜율이 다른 시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선발 기회가 많이 열린 용인시에서는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학교 추천을 받을 수 있었고 많은 인원이 영재시험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용인은 성남과는 달리 관내 지역별 학력 차에 대한 반목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관내 어느 학교라도 유동성 있게 시험을 치러 다닐 수 있었다. 영재학급 경쟁률이 10대 1을 육박하기도 했는데, 이는 경쟁이 치열했다기 보다는 많은 인원이 시험을 봤기 때문에 전체 경쟁률이 올라간 것이었다. 결국 영재선발 시기에 많은 용인시 학부모들이 아이들 시험을 보게 하느라 다함께 술렁였던 것.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용인 학부모들이 성남 학부모들과는 달리 지역공동 영재학급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역 영재 이렇게 뽑았다



대입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온 나라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혼란에 빠져있다. 외고 · 국제고 입시조차 영어 내신과 학습계획서, 교사 추천서, 독서와 봉사활동을 묻는 면접으로 당락을 결정한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며, 과연 입학사정관들의 선발기준은 신뢰할 만한가’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지역 영재교육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지역 영재선발이 대학 ‘입학사정관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 선발교사들은 이미 입학사정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재교육원에 대한 지역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지적으로 해마다 영재선발 평가방식이 바뀌고 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사교육이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은 학문적성 검사가 생략되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출제한 14문항의 영재성 검사와 심층면접이 실시됐다. 심층면접은 집단 프로젝트 해결과정의 인성평가와 토론평가 등으로 진행됐다. 각 대학에서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형태의 선발 절차였던 것이다.
성남교육청 영재교육원 담당 선병호 장학사는 “이번 교육청 영재교육원 대상자 선발과정에서 영재성 검사의 최고점과 최저점 점수 차가 작년에 20점 이상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해 올해는 5~10점으로 폭이 줄어들었고, 심지어 어떤 문항에서는 분당구보다 수정 · 중원구 학생들의 점수가 높게 나오기도 했다”며, “이는 이번 영재성 검사가 사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비교적 올바르게 평가해낸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2010학년도 용인지역공동 영재학급 선발에 참여했던 상하초등학교 박용희 교사는 “심층면접에서 학생들이 면접에 임하는 태도와 언변을 통해 평소에 수학과 과학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아닌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과학과 수학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관심분야의 꾸준한 독서를 통해 다져진 어휘와 언변이 은연중에 베어 나와 단시간에 시험 준비를 한 아이들과는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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