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송이꽃꽂이중앙회

내게로 와서 꽃은 비로소 행복한 이름이 되었죠~

수원문화원 꽃꽂이 동아리 ‘송이꽃꽂이중앙회’

지역내일 2010-01-27 (수정 2010-01-27 오후 11:49:50)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누가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의 ‘꽃’이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수원문화원의 꽃꽂이 동아리는 어쩌면 꽃에 새로운 이름과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사람들이 아닐까. 꽃향기 만발한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리라.

삼지닥나무로 만든 스탠딩 스트라우스-꽃의 무한변신
오늘의 주제는 스탠딩 스트라우스. 알록달록 어여쁜 꽃들 사이로 사슴뿔처럼 생긴 하얀 나뭇가지들이 눈에 띈다. 세 개의 가지가 붙어있다고 해서 삼지닥나무라고 부르는데 껍질을 벗기면 이렇게 하얀 빛깔이 나타난다고. 회원들이 삼지닥나무를 길이 50cm, 너비 10cm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케이블타이로 묶고 사이사이에 가지런히 잎이 정돈된 카네이션, 소국 등을 엇갈리게 꽂는다. 꽃병은 삼지닥나무, 삼지닥나무 밑의 엇갈린 가지들은 꽃받침의 역할을 대신 하듯 보편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꽃꽂이가 눈앞에 펼쳐졌다.
“볼륨감 있게, 그리고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꽃들을 조화롭게 꽂아주는 게 중요하죠. 같은 재료지만 저마다 가진 감각으로 다른 느낌의 꽃다발이 만들어집니다.” 송이꽃꽂이중앙회 이송자 회장이 간략하게 스탠딩 스트라우스의 포인트를 알려줬을 뿐인데 회원들은 일사천리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내게 답이라도 하듯 이 회장의 얘기가 이어진다.
“대부분이 꽃꽂이 강사로 활동 중인 분들이에요. 꽃꽂이 경력이 10년은 기본이고 20년이 넘으신 분도 많고요.” 그래도 여전히 할 때마다 새롭기만 하다는 꽃꽂이, 그들에게 꽃은 어떤 의미인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생화의 생활화, 꽃이 전해준 인생의 다른 길
30년 전, 취미로 처음 만난 꽃꽂이가 평생 직업이 됐다는 이송자 회장에게 꽃은 곧 마력과도 같은 존재다. 수원문화원 강의만 20년이 넘다 보니 꽃꽂이 동아리 회원들은 가족이나 다름이 없다. 15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자격증을 따면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된 꽃꽂이회를 만들 수 있는데 얼마 전에도 동아리 내에서 새로운 회장이 탄생했다.
“아직 얼떨떨해요. 제가 만든 ‘채원 꽃꽂이 중앙회’라는 이름으로 회원들을 모집하고 자격증도 준다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아직은 이 곳 동아리에 미련이 더 많다며 이재윤 회장은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회원들 대부분은 구청이나 주민센터, 관공서, 학교 등으로 강의를 나간다. 백화점 꽃꽂이 강사인 서영숙 부회장은 “어릴 적부터 집에서 부모님이 기르시는 꽃밭을 보면서 자라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꽃이 좋아졌다”고 회고한다. 정서적으로 꽃만큼 좋은 것이 있겠느냐는 물음에 이명수 회원이 맞장구친다.
“꽃은 항상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잖아요. 꽃 줘서 싫어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원예치료라는 말이 달리 나왔을까. 요즘엔 그런 꽃이나 식물이 소외된 계층이나 치매노인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도와준다. 정선아 회원은 꽃과의 인연으로 원예치료사란 직업까지 얻게 됐다. 복지관이나 병원 등 만나는 대상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지만 밝아지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꽃다발을 만드는 일도 하나의 기술이라는 황현숙 회원은 2년 전에 꽃집을 오픈했다. “남편의 부재 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보니까 이만한 직업이 없더라고요.” 황 회원의 솔직담백한 얘기에 회원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사람들의 곁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영원하길...
꽃 하나만 파고들다 보니 꽃의 역사까지 꿰뚫게 됐다는 정희자 회원은 “외국에서 수입한 꽃이 대부분이었던 예전에 비해 요즘엔 우리나라에서도 꽃을 개량해 많이 생산한다. 백조의 날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백공작은 이름처럼 예쁘다”고 했다. 꽃들의 색부터 그 꽃이 가지고 있는 꽃말, 습성까지 꽃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사는 동안 삶도 생각도 아름다워졌다. 주민센터 강좌에서 정희자 강사를 만나 동아리까지 합류하게 됐다는 강현미, 한화순, 복윤숙 씨는 꽃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시청이나 여러 행사에 봉사도 많이 다닌다는 수원문화원 꽃꽂이 동아리 회원들은 꽃이 사람에게 전해주는 행복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는 얘기도 전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관공서 등에도 꽃 대신 화분이 놓이고, 꽃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그럴 때 일수록 사람의 가슴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채워주는 것이 꽃인데 말이다. 경력이나 실력으로 치자면 하산해도 될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매주 화요일 이곳에 모여 꽃의 새로운 매력을 파고드는 이유가 여기 있는 건 아닐까. 정체되지 않는 배움을 위해, 그리고 누군가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꽃이 되고 싶기에…. 어느덧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꽃이 그들의 손에서 행복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진정한 꽃이 되어가는 것을 본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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