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자녀교육노하우 2.독서의 힘으로 인성교육을 실천한 신영주

“사랑으로 기다려주니 행복을 먹고 자라더라고요”

지역내일 2010-01-16
수원지기학교에서 신영주 교장을 만났다. 딸 도원이(화홍고 3,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입학 예정)의 대학합격을 축하하자 그녀가 던지는 한 마디.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본인이 알아서 과도 선택하고 원서도 쓰고 했는걸요.” 어찌 보면 신 씨는 무심한 엄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학원이나 과외정보도 잘 모른다. 그런 그녀를 두고 도원이는 “그런 우리 엄마가 부럽다”며 농담을 한다. 하지만 도원이를 맑고 밝고 주관이 확실한 아이로 키워낸 인성교육의 비결은 분명 그녀 안에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다
도원이 주변엔 친구들이 참 많다. 친구들의 온갖 고민을 다 들어주고, 적절한 조언까지 해주다 보니 도원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생의 해결사 같은 존재였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열중하던 도원이가 공부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실컷 놀더니 어느 날 공부 좀 해야겠다고 하는 거예요. 공부 잘하던 친구 하나가 도원이를 은근히 무시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자극을 받은 도원이가 그 날로 다이어리에 공부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생각과 실제는 차이가 나기 마련, 무리한 계획이 수정반복을 거치면서 도원이만의 계획표로 만들어졌다. 학원의 힘도 빌지 않고 중2때부터 모든 과목의 성적이 90점대에 진입하면서 이에 자신감을 얻은 도원이는 난데없이 외고를 가겠다고 선언하더란다. 중3 2학기 때 외고 준비를 시작했으니 결과는 물론 낙방. 하루 이틀 우울해하던 도원이는 ‘나한테는 좋은 기회’였다며 훌훌 털고 일어나더란다. 그런 딸아이를 지켜봐주는 게 전부였다는 신영주 씨는 “남들이 보면 엄마가 무관심하다고 하겠지만 내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선 아프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실패의 시간을 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공부라고 했다. 물론 인내도 필요하고 때론 엄마의 역할 위에서 마음이 아프고 흔들릴 때도 많다. 초등 5학년 때, 왕따 문제를 혼자 해결해보겠다며 마음을 삭이던 도원이를 지켜보면서 그랬다. 그 사건은 이후 도원이의 성격을 달라지게 만든 계기가 됐다.

엄마도 아이도 책 속에서 함께 행복을 찾아가다
도원이를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신 씨는 공부보다는 박물관이나 답사 등 체험활동에 데리고 다니고 근처 도서관으로 항상 책을 보러 다녔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던 아이 주변에 책을 깔아놓고 책과 친숙해지게 만들고 아이가 조금 자란 이후에는 아침밥을 먹을 때와 자기 전 매일같이 책을 읽어줬다.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자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도원이는 나머지 부분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때 호기심 가득한 도원이의 눈망울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항상 네 눈동자는 너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려줬어요.” 매일같이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신 씨는 자신이 워낙 책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들려줬다.
초등학교 과목의 성적이 90점을 넘어본 적이 없던 터였지만 초등 4학년 때 도원이의 성적은 신 씨의 교육관을 뒤흔들어놓았다. 주요과목 60~70점대. 성적표를 받고 반나절 멍하니 앉아있었다. 서로 무릎 끓고 앉아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하자 도원이는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대꾸했다고. 결국 멀리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독서가 최고라는 자신의 생각을 믿기로 했다. 교육관이 흔들릴까 싶어서 공부와 관련된 엄마들과의 교류는 피하고 인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모임에서 조언을 얻었다. 정말 책 속에는 길이 있었다.
“도원이는 남들 다 어려워한다는 고등학교 국어도 재미있어했어요. 스스로 교과서 속 지문을 책과 연계해서 읽고 책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와 인생을 공부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졌고요.” 전체 등급은 2등급 정도, 전공의 특성상 수리탐구영역의 등급이 높아야 하는데도 도원이는 수시모집에서 논술로 좋은 성적을 얻어 합격할 수 있었다.

도원이의 행복지수는 상, 아이에게 맞는 플랜 짜는 게 중요해
얼마 전 가족회의에서 나온 딸아이의 얘기는 신 씨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삶의 질이 어떤가’에 대한 물음에 도원이는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의 ‘하’정도이지만 행복지수는 ‘상’”이라고 답했다. 가정경제를 생각해서 2학년 때까지만 용돈을 받고 활발한 동아리 활동으로 나눔도 실천하겠다는 도원이를 보면서 너무 고마웠다는 신 씨. 방학을 이용해 벌써부터 도원이는 패스트푸드 전문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아이들한테 배우는 게 많아요. 처음에는 힘들지만 함께 노력하고 자꾸 표현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죠.” 신 씨는 아이의 자존감은 엄마의 사랑과 서로의 신뢰에서 형성된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도원이를 데리고 찻집을 다니면서 인생의 성공 사례도 들려주고 아이의 얘기를 무조건 들어주다 보니 지금도 도원이는 무슨 고민이 있으면 ‘엄마와 차 마시고 싶다’고 제안한다. 도원이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과 굳은 의지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밥 먹을 때와 독서, 체험 외에는 아이들이 집중하고 있을 때 가만 내버려뒀다는 신 씨의 기다림은 ‘사랑’에서 비롯됐다. 뒤늦게 철들은 둘째 준형이도 이제 막 공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아이 스스로 찾아가는 인생에 엄마는 따뜻한 격려의 조언자일 뿐이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우선순위부터 정하고 그에 맞는 플랜을 짜라”는 신 씨의 얘기는 꼭 기억해둘만한 교육실천노트의 핵심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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