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에서 기말고사가 끝났다. 시험 기간, 학습지(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교사가 나눠주는 프린트물. 단원을 요약 정리해 두거나 예상문제를 실어 둠)를 달달달 외우는 모습은 이제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이 되었다. 칠판에 빼곡히 판서하던 것은 과거 학력고사 세대나 가능했지, 수능세대는 불가능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단순한 지식습득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통합 교과·논술형 지문과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또, 공부 양이 갑자기 많아지는 중고등학교에서는 더더욱 판서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공책에 일일이 필기를 하는 것과 프린트물에 설명을 적는 것 모두 ‘시험 전에 한 번 본다’는 점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여 판서한 노트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프린트물로 공부하는 것이 시간대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M고등학교의 과학교사는 요즘 학생들의 필기 세태에 대해 “노트 필기가 없어지고 학습지(프린트물)로 수업한 것이 7~8년 쯤 되었다. 이제는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학생도 교사도 노트 필기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모르고 지낸다. 대학에 가서도 노트 필기가 습관이 안 되어서 프린트물을 나눠준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마인드 맵 일산교육원 신동호 원장은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노트필기를 거의 안 하는 추세다. 하지만, 사실 두뇌와 학습의 원리를 따진다면 남이 해 놓은 것보다 자기가 정리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훨씬 자기 주도적 학습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노트, 기억해야 할 것을 ‘내 방식대로’ 가공하는 도구
드물지만 자신의 노트를 가지고 교과 내용을 정리해 가는 학생들도 있다. 오정석(중2)군이 그런 경우다. 오군이 과학 노트를 마련한 것은 2학년 1학기 초. 공부를 곧잘 해도 중1까지 노트로 정리해가며 공부한 적은 없었다. 과학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한 후로, 스프링 노트를 한 권 마련해서 수업 내용과 문제지에서 오려낸 문제 등을 첨부하기 시작했는데, 1학기가 지날 즈음 자신만의 필기 노하우가 생겼다. 노트를 ‘기억해야 할 것들을 외우기 쉽게 가공하는 도구’라 한다면, 오군의 과학노트야말로 가장 기억하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자신이 공을 들인 결과물에는 애착이 생기게 마련. 오군은 틈나는 대로 과학노트를 보기 때문에, 시험 전 한 번만 훑어보아도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노트 필기는 시간만 들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지만, 조희연(고2)양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조양은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가며 각 과목별로 노트필기에 열을 올리는 학생이다. 수학 오답노트는 기본이고, 고전문학, 지리 등 교과목 정리는 물론, 시험 범위만 따로 정리하는 중간고사 노트, 기말고사 노트도 있을 정도다.
조양은 먼저 교과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다음, 할 수 있는 한 가장 중요한 부분만 압축·정리해내는 필기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했다. 오랜 시간 쌓은 공책정리 내공은 시험 때 빛을 발한다. 시험대비로 정리한 공책 한 권만 달랑 외우면 되기 때문이다.
노트를 위한 노트필기는 금물, 복습하지 않으면 망각하기 마련
흔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노트를 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가볍게 던진 유머부터 자질구레한 부연 설명까지 모조리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필기한 것은 나중에 다시 볼 때 그 날의 수업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외워야 할 내용을 보다 쉽게 암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생님의 가벼운 농담도 교과 내용과 연결된 것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따라서 노트 필기를 할 때 깔끔하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나중을 위해 수업 당시의 상황이 기억나게끔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노트 필기한 것을 시험 때까지 다시 보지 않는다면 그 역시 노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다. 틈나는 대로 자주 들춰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독일심리학자 에빙하우스가 발견한 ‘망각 곡선’을 보면 인간은 학습 후 20분 이내에 학습 내용의 42%를 잊어버리고 한 시간 뒤에는 56%, 한 달이 지나면 80% 가량을 망각하게 된다. 따라서 중간, 기말 고사 때 학생들이 강제로 암기하는 것은 이미 망각한 80%의 내용을 뒤늦게 찾기 위한 경우다.
신동호 원장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나서 다 안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라며 “한번 공부한 것을 10분 뒤에 다시 익히면 하루 동안 지속되고, 하루 뒤 그 내용을 다시 공부하면 1주일간 잊어버리지 않는다. 다시 1주일 뒤 복습하면 한 달을 기억하고 또 한 달 뒤에 복습하면 6개월간 내용이 기억된다. 일주일에 한번 노트를 정리하며 복습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움말 마인드맵 일산교육원 신동호 원장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노트필기 요령
1. 교과서의 큰 목차부터 소제목까지 연결해가며 전체 내용 파악
2. 목차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모르는 어휘는 사전으로 확인
3. 이해한 다음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꾸어 필기
4. 일주일 중 요일을 정해 필기, 1시간 내 끝내기
5 전체의 20~30% 핵심내용만 뽑아 필기
6. 필기한 내용에 색칠, 이미지, 기호 첨가(뇌 기억이 빨라짐)
7. 앞 서 필기한 내용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복습하기.
8. 사회, 과학은 학습량이 많아 계통, 흐름 위주로 정리
9. 국어는 문법과 생활국어 정리. 영어는 문법, 어휘 정리
10 수학은 공식, 원리, 개념 정리. 문제 풀이 과정 써 보기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단순한 지식습득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통합 교과·논술형 지문과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또, 공부 양이 갑자기 많아지는 중고등학교에서는 더더욱 판서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공책에 일일이 필기를 하는 것과 프린트물에 설명을 적는 것 모두 ‘시험 전에 한 번 본다’는 점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여 판서한 노트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프린트물로 공부하는 것이 시간대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M고등학교의 과학교사는 요즘 학생들의 필기 세태에 대해 “노트 필기가 없어지고 학습지(프린트물)로 수업한 것이 7~8년 쯤 되었다. 이제는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학생도 교사도 노트 필기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모르고 지낸다. 대학에 가서도 노트 필기가 습관이 안 되어서 프린트물을 나눠준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마인드 맵 일산교육원 신동호 원장은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노트필기를 거의 안 하는 추세다. 하지만, 사실 두뇌와 학습의 원리를 따진다면 남이 해 놓은 것보다 자기가 정리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훨씬 자기 주도적 학습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노트, 기억해야 할 것을 ‘내 방식대로’ 가공하는 도구
드물지만 자신의 노트를 가지고 교과 내용을 정리해 가는 학생들도 있다. 오정석(중2)군이 그런 경우다. 오군이 과학 노트를 마련한 것은 2학년 1학기 초. 공부를 곧잘 해도 중1까지 노트로 정리해가며 공부한 적은 없었다. 과학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한 후로, 스프링 노트를 한 권 마련해서 수업 내용과 문제지에서 오려낸 문제 등을 첨부하기 시작했는데, 1학기가 지날 즈음 자신만의 필기 노하우가 생겼다. 노트를 ‘기억해야 할 것들을 외우기 쉽게 가공하는 도구’라 한다면, 오군의 과학노트야말로 가장 기억하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자신이 공을 들인 결과물에는 애착이 생기게 마련. 오군은 틈나는 대로 과학노트를 보기 때문에, 시험 전 한 번만 훑어보아도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노트 필기는 시간만 들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지만, 조희연(고2)양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조양은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가며 각 과목별로 노트필기에 열을 올리는 학생이다. 수학 오답노트는 기본이고, 고전문학, 지리 등 교과목 정리는 물론, 시험 범위만 따로 정리하는 중간고사 노트, 기말고사 노트도 있을 정도다.
조양은 먼저 교과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다음, 할 수 있는 한 가장 중요한 부분만 압축·정리해내는 필기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했다. 오랜 시간 쌓은 공책정리 내공은 시험 때 빛을 발한다. 시험대비로 정리한 공책 한 권만 달랑 외우면 되기 때문이다.
노트를 위한 노트필기는 금물, 복습하지 않으면 망각하기 마련
흔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노트를 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가볍게 던진 유머부터 자질구레한 부연 설명까지 모조리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필기한 것은 나중에 다시 볼 때 그 날의 수업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외워야 할 내용을 보다 쉽게 암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생님의 가벼운 농담도 교과 내용과 연결된 것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따라서 노트 필기를 할 때 깔끔하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나중을 위해 수업 당시의 상황이 기억나게끔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노트 필기한 것을 시험 때까지 다시 보지 않는다면 그 역시 노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다. 틈나는 대로 자주 들춰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독일심리학자 에빙하우스가 발견한 ‘망각 곡선’을 보면 인간은 학습 후 20분 이내에 학습 내용의 42%를 잊어버리고 한 시간 뒤에는 56%, 한 달이 지나면 80% 가량을 망각하게 된다. 따라서 중간, 기말 고사 때 학생들이 강제로 암기하는 것은 이미 망각한 80%의 내용을 뒤늦게 찾기 위한 경우다.
신동호 원장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나서 다 안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라며 “한번 공부한 것을 10분 뒤에 다시 익히면 하루 동안 지속되고, 하루 뒤 그 내용을 다시 공부하면 1주일간 잊어버리지 않는다. 다시 1주일 뒤 복습하면 한 달을 기억하고 또 한 달 뒤에 복습하면 6개월간 내용이 기억된다. 일주일에 한번 노트를 정리하며 복습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움말 마인드맵 일산교육원 신동호 원장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노트필기 요령
1. 교과서의 큰 목차부터 소제목까지 연결해가며 전체 내용 파악
2. 목차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모르는 어휘는 사전으로 확인
3. 이해한 다음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꾸어 필기
4. 일주일 중 요일을 정해 필기, 1시간 내 끝내기
5 전체의 20~30% 핵심내용만 뽑아 필기
6. 필기한 내용에 색칠, 이미지, 기호 첨가(뇌 기억이 빨라짐)
7. 앞 서 필기한 내용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복습하기.
8. 사회, 과학은 학습량이 많아 계통, 흐름 위주로 정리
9. 국어는 문법과 생활국어 정리. 영어는 문법, 어휘 정리
10 수학은 공식, 원리, 개념 정리. 문제 풀이 과정 써 보기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