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등학교가 2010년도 합격자를 발표했다. 올해 민사고 합격자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 실시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합격생의 61%인 98명을 선발한 것이다. 또한 특목고 이중지원 금지로 인해 민사고는 원서 접수전에 ‘집중상담’ 기간을 두고 합격 가능 여부를 타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집중상담 신청을 받아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외 활동, 수상실적 등을 종합 검토해 ‘입학사정관제 지원 바람’ ‘서류합격 가능성 높음’ ‘영재전형 지원 바람’ 등의 상담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집중상담을 통해 입학사정관제 지원을 추천받고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한 대화중학교 3학년 고준호 군을 만났다. 한눈에 봐도 ‘엄친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준호 군은 읽고 있던 철학책을 접으며 리포터를 맞아주었다.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은 준호 군은 요즘 철학 서적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 좋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2년간의 민사고 준비, 굳은 의지와 자기주도학습으로 실력 쌓아
준호 군은 중학교 1학년 말부터 민사고 입시를 준비했다. 민사고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관심도 없었던 준호 군이 민사고를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첫 TOEFL 성적을 받은 이후다. 그의 첫 TOEFL 성적은 108점. 학원 강사는 그에게 민사고 도전을 제안했다. 준호 군은 민사고에 대해 알아보고 민사고에 입학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서술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기에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준호 군이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넘겨주셨다.
“민사고는 철학이 있는 학교예요. 가치관이 분명하고 자유롭지요. 또한 민족정신을 강조하면서 리더를 키워내는 저력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교관이 꿈인 제게도 적합한 환경이라고 판단했고요. 민사고는 알면 알수록 더욱 가고 싶은 학교여서 도전하게 됐어요.”
민사고를 가야겠다고 결정한 후 종합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준호 군. 초기에 종합 학원을 다니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까지 거의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한 그에게는 오랜 시간 수업만 들어야 하는 환경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스스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 역시 같은 생각이고요. 1시간을 배웠으면 3시간은 혼자 공부해서 제 것으로 만들어야하지요. 그래서 민사고 준비반에서 수업을 많이 듣는 것을 두고도 고민이 많았지만, 선행 학습이 부족한 저에게는 필요한 단계이기도 했어요.”
다른 학생들 보다 한발 늦은 민사고 입시 준비, 특히 준호 군은 수학은 선행 학습이 되지 않아서 친구들을 따라가기 버겁기도 했단다. 하지만 준호 군은 자기주도학습으로 한단계씩 밟아가면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수학에 도전하다
준호 군은 수상 실적으로 민사고에서 치르는 국어, 수학 경시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 2학년 때는 실력을 쌓는데 집중했고, 본격적으로 3학년 때 경시대회를 공략했다.
“민사고 준비반에서 끝까지 남는 학생들을 보면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2학년 말까지 TOEFL 점수를 110점까지 획득해 놓으면 3학년 때는 국어, 수학 경시대회에 집중할 수 있어요. 한 가지라도 제대로 끝내놓으면 입시 준비는 조금 수월해져요.”
준호 군 역시 TOEFL 116점을 획득해 합격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렸기에 국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지난 봄에 치른 민사고 국어경시대회에서는 은상을 수상해 1등급의 성적을 받았고, 수학경시대회 성적은 3등급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국어능력인증 3등급, 한문인증 2등급, 철학올림피아드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준호 군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놀이로 접근하며 일정한 시간을 반복하면서 영어 실력을 쌓았다. 또한 책과 신문 읽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 여러 인증 시험에서 높은 등급을 획득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영어 학원은 다니지 않고 엄마와 함께 공부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 고모 댁에 6개월간 머물면서 영어학원을 다녔는데, 공부는 별로 안하고 친구들과 체험 놀이를 많이 했어요. 그때 많은 것을 보고 느꼈고 장래희망도 생기게 됐지요.”
‘학교는 나를 완성해가는 곳이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준호 군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성실성이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성실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모범이 돼 주셨단다. 준호 군 역시 매일 공부와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실력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준호 군의 성실함은 학교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민사고 입시 준비로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학교생활은 절대 소홀하지 않았다. 꾸준히 전교 1등의 자리를 지켰고, 교우 관계도 좋아 반장, 회장을 계속 맡았다.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9년 동안 7번의 반장이나 회장을 했어요. 그룹에 있으면,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리더가 되지 않으면 힘들겠더라고요. 남들은 힘들게 왜 반장을 계속 하냐고 묻는데, 리더가 되면 스스로 행동도 규제할 수 있어서 제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교 공부가 자신감의 원천이며, 자신을 완성해 가는 곳이 바로 학교”라고 말하는 준호 군. 주요 과목 뿐만 아니라 체육, 음악도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내신이 민사고 합격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요. 하지만 민사고 선배 말이, 내신은 성실성을 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며 굉장히 중요하대요. 저도 그 말에 동의하고 후배들에게 학교 공부나 생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진실하게 공부하고 즐기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준호 군의 영어 학습법
유아기부터 엄마표 영어 학습으로 편안하게 영어를 접한 준호 군. 준호 군의 어머니 김 윤희 씨는 지속적으로 DVD와 책으로 영어를 접하면서 노출 시간을 늘렸고, 초등학교는 하루에 두 시간씩 영어를 즐기며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김씨는 “가랑비에 옷이 젖고,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하루 2시간씩 꾸준히 놀이하듯 공부한 것이 준호의 현재를 만들어준 것 같다”며, “5세부터 파닉스로 시작한 영어 학습은 4학년 때부터 수월하게 읽고 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 이후로 준호 군의 영어 실력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꾸준히 성장했다. 준호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학원에서 매일 100개의 단어를 두 시간 내에 외워 테스트를 받는 수업을 6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단어 실력이 쌓였단다. 일정한 시간내에 집중적으로 단어를 외우니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또한 쓰기를 잘해야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는 준호 군. 일명 깜지라고 불리는 연습 노트를 이용해 쓰면서 외우는 공부를 계속한다. 그리고 그는 “TOEFL 공부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수단으로 대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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