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웃’에게 듣는 세계의 송년과 새해맞이

지역내일 2009-12-31
희망찬 새해가 지구 곳곳에 밝아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지역에서도 다른 듯 닮은 세계인들이 이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하를 넘나드는 한국의 겨울추위 속에서 어떤 이는 따스한 고국이 그립다고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고향은 이 보다 더 춥지만 사무치게 그립다고 말합니다. 연말연시, 그들에게 들어본 그리운 고향의 풍경,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은 환하게 웃는 가족의 얼굴과 ‘이 맘때면 꼭 있는 행사’입니다.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봅니다.

#도로테 김 그레베씨가 전하는 <독일>
마두1동 정발마을에 사는 도로테 김 그레베(한국명, 김은혜)씨. 연세대 신학대학의 김균진 교수와 결혼한 지 35년, 한국생활을 한 지도 20년이 됐다. 현재는 독일문화원에서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독일에서는 새해로 넘어가는 12월 31일 자정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폭죽을 터뜨립니다. 도시의 새해 하늘을 온통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불꽃으로 수놓는 거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매캐한 냄새와 연기로 도시가 가득 차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독일의 새해는 이렇게 환한 불꽃으로 시작된답니다.”
독일에는 기독교 가정이 많아 1월 1일 아침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가 끝난 뒤에는 성경의 좋은 구절을 적어놓은 종이를 한 장씩 가져가는데, 사람들은 그 성경 구절을 한 해의 말씀으로 삼고 소중히 간직한다. 점심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찐 감자와 소시지, 도넛, 그리고 사과와 건포도로 속을 채운 닭요리, 적색 양배추와 사과를 채쳐서 식초를 약간 넣은 샐러드를 먹는다. 그 자리에서 한해의 계획이나 소망을 이야기 하면서 새해 인사를 나눈다. ‘기쁜 새해 되세요!’
박미영 리포터 mayapark61@hotmail.com

#샘과 타미지씨가 전하는 <미국>
타미지(Talmage)씨는 미국 유타주의 한적한 시골동네에서 자랐다. 이 맘때면 고향의 동쪽편은 추수가 끝난 거대한 양파밭, 얼어가는 큰 강이 있고, 서쪽편은 눈덮인 겨울산이 장광을 이룬단다.
12월 31일, 그의 가족은 그 화려한 광경을 보러 공원에 가는데, 스파클링 사이다와 피자를 먹으며 카운트다운 하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시계가 자정을 알리기 시작하면 모두들 새해인사를 하면서 첫 키스를 나눈다. 부모형제와 새해 첫 키스를 나누는 순간, 그는 내년에는 꼭 여자친구와 새해 첫 키스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의 가족들은 새해맞이 결심도 제각각 발표하는데, ‘체중을 줄이겠다, 책을 더 읽겠다, 프랑스어를 배우겠다’ 등등 장황하게 얘기하지만, 막상 1월 1일이 되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또한 그들의 ‘새해 첫 날’ 모습이었다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된 올 해, 타미지씨는 서울 광화문으로 나가서 카운트 다운을 외치고, 그 곳에서 벌어질 축제에 참석하고 싶다고 말한다.
미국의 서쪽 오리건주 포트랜드에서 온 샘(Sam)씨는 자신의 가족들은 연말에 어떤 특별한 이벤트를 가지는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포트랜드 도심에서는 사람들이 파티를 벌이고, 거리에서 폭죽을 터뜨리면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그의 가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TV로 ‘불꽃놀이’를 지켜보며 새해를 맞는다고. 올해 송년맞이 행사는 미국에서 어머니와 누나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들과 같이 계획을 짜 볼 생각이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스티븐씨가 전하는 <캐나다>
캐나다 사스캐치원에서 온 스티븐씨는 영하 20~30도로 내려가는 고향의 겨울날씨에 비해 한국은 따스한 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친이 RCMP(캐나다 왕립 기마 경찰)라 사스캐치원 안에서도 여러 곳을 이사 다니며 살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도시 인구가 400명에 그친 작은 마을이었다고. 사스캐치원 사람들은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얼음이 꽁꽁 얼기를 기다렸다가 ‘아이스하키’를 신나게 시작한단다.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모두가 즐기는 겨울스포츠라 봄부터 겨울을 기다릴 정도라고. 올해 스티븐씨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어머니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메이플베어 캐나다 문화 어학원’ 비버반 담임인 그는 유치원의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 서둘러 귀국해야 하지만, 부모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더없이 설레고 기쁘다고. 다른 동료 교사들은 제주도, 국내 여행 등을 계획하며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 리포터

#원니따씨가 전하는 <캄보디아>
“우리나라의 설은 4월 중순에 있어요. 그 때는 온 가족이 절에 가서 아침부터 제사를 지내죠. 점심쯤 행사가 끝나면 젊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거리에 나가고 모여서 놀아요. 주로 전통놀이를 하는데, 우리가 좋아했던 게임은 야자수 나무 꼭대기에 돈을 올려놓고 누구든 가져오는 사람이 갖는 것이었어요. 이 놀이가 재미난 것은 나무 기둥에 기름을 칠해 두기 때문에 쉽게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쭉쭉 미끄러지는 모습이 우습기 때문이에요.”
연말연시라 해도 더운 날씨는 계속되는 캄보디아. 원니따씨는 캄보디아의 1월 1일은 공휴일이라는 점 외에 별다른 특징 없이 지나가지만, 젊은 사람들은 연말연시의 들뜬 기분을 조금씩 표현하기도 한단다. 고향마을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얼굴에 가루를 발라주는 장난기어린 이벤트가 있었는데, 평소 여성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날만큼은 여성들의 얼굴을 조금씩 만져볼 기회를 가진다고. 이 날 특별히 사용하는 가루가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남성들은 밀가루로 여성들의 얼굴을 뽀얗게 칠하기도 한다. 얼굴을 망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은 도망가고, 남성들은 밀가루를 잔뜩 묻힌 손으로 뒤쫓아 가는 등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원니따 씨가 활짝 웃었다.
서지혜 리포터

#김미란씨와 쓴팅팅씨가 전하는 <중극>
백두산 천지호로 길이 닿는 길림성, 이 곳에서 온 김미란씨는 양력설이면 늘 친구들과 새해인사 카드를 나누었다고 말한다. “그곳 학교는 방학이 1월 중순 즈음에 시작하니까, 연말연시에도 학교에 다녀요. 그래서 새해 첫 날 학교에서는 수업을 하지 않고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죠. 학생들은 주로 그림이 예쁜 카드, 펼치면 소리나는 카드 등을 준비해서 ‘새해에 더 친하게 지내자, 건강해라’는 말을 써서 친구들에게 나눠 주어요. 또, 교실에 빙 둘러앉아서 해바라기 씨나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게임, 공연을 같이 한답니다.
또, 중국 최북단에 위치해 북극만큼 혹한의 겨울날씨를 가진 흑룡강(헤이룽장). 그곳에서 온 쓴팅팅씨는 이 맘때쯤 고향에서는 얼음축제가 막 시작할 때라고 소개한다. 12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흑룡강 하얼빈에서 열리는 빙등축제는 만리장성, 자금성을 얼음으로 조각하고 갖가지 동식물과 전설 속 형상들을 얼음조각으로 실제처럼 만들어 진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연말연시, 한국어 교실에서 단짝인 김미란씨와 쓴팅팅씨는 중국어로 수다를 떨며 고향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그리워할 것 같다.
서지혜 리포터

#위티투이흐엉씨가 전하는 <베트남>
“베트남은 음력설을 지내지요. 한국에 와서는 연말연시에 베트남 친구들과 고국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답니다.”
매주 두 번씩 베트남 여성들과 점심모임을 갖는 위티투이흐엉씨는 이번 연말연시에도 맛있는 점심식사를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3년이 되어가는 그녀는 베트남도 양력설보다 음력설(뗏, Tet)을 더 화려하고 중요한 명절로 보낸다고 말한다. 베트남 가정에서는 설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금귤나무’를 집 안에 두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음력설 이삼일 전부터, 노란 금귤이 주렁주렁 달린 생목을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가는 사람들로 인해 나무시장 주변 도로는 무척 복잡하다고 한다.
또, 음력설에는 흩어져 살던 친척, 가족이 고향에 모여 성묘와 제사를 지내는데, 한국보다 긴 시간을 들여 많은 음식을 장만하고 하루 종일 제사를 드리는 것이 특징이라 한다. 때문에 여성들이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축제의 흥분과 소란함이 또한 피로를 날려버린다고. 자정을 지나 본격적으로 새해가 되면 활기찬 밤축제가 시작된다. 불꽃놀이, 폭죽소리, 시끄러운 타악기 소리 등 ‘늑장을 부리며 떠나지 않는 악귀를 쫒는다’는 의미로 최대한 시끄럽게 굴어야 하는 즐거운 시간이라고 한다.
위티투이흐엉씨는 1년에 한두 번 베트남을 방문하지만, 고국이 더 없이 그리운 이 맘 때면 베트남 여성들과 모여 고국에서 즐겨먹던 음식을 만들어 먹고 힘을 낸다고 말한다. 한국말도 능통한 그녀는 서울의 베트남 대사관에서 국내 베트남여성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쯩 므ㅇ 남 마이(Chuc mung nam moi,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고국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서지혜 리포터

#이노우에 토모코씨가 전하는 <일본>
일본에서는 집집마다 새해를 맞기 위해 가족 모두가 구석구석 대청소를 해요. 이를 ‘스스하라이’라고 하는데 대청소뿐만 아니라 그 해의 액을 떨쳐버린다는 의미도 있어요. 그리고 해마다 문에 장지를 새로 바르기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장지를 다시 바르기 전 일부러 구멍을 뚫으며 놀던 재미난 추억도 생각나요. 요즘은 다다미방도 한 집에 하나 정도 밖에 없고, 좋은 장지가 개발되어 매년 바르지 않아도 될 거예요(웃음). 집안 장식도 하는데, 떡으로 카가미모치를 만들어 ‘조상 대대로 항상 싱글벙글 사이좋게 기쁨을 나누라’는 바램을 표현해요. 현관 문 위에 시메카자리(しめ飾り)를 걸어 집에 악령이 들어가지 않도록 기원해요.
일본에서는 12월 31일에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먹어요. 따뜻한 메밀국수인데, ‘토시코시’는 ‘해를 넘긴다’는 뜻이죠. 국수는 길어서 장수를 기원하고, 새해의 무병식재(無病息災)도 빌면서 먹어요. 일본의 설음식인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와 떡국인 ‘오조오니’(お雜煮), 달지 않은 떡인 ‘오모치’(お餠)도 먹어요.
12월 31일 밤에 신사나 절에 가서 108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기도 해요. 그 종소리가 사람의 108가지 번뇌를 없애준대요. 한국처럼 ‘오토시다마’(お年玉)라는 세뱃돈 문화도 있어요. 예쁘고 작은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서 줍니다.
설에 하는 놀이로는 연날리기, 팽이돌리기, 주사위게임, 카드놀이, 얼굴 맞추기 등이 있어요. 12월 20일쯤 우체통에 넣어 1월 1일 아침에 배달되는 엽서인 ‘연하장’을 보내는데, 우체국이 발행하는 연하장에는 상품 당첨번호도 있답니다.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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