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골목길에 위치한 아코디언동호회 ‘아코라이프’의 연습실. 아코디언이라는 악기가 주는 선입견 때문인지 ‘백만 송이 장미’의 선율이 어느 때보다 애잔하게 들린다. 이런 속내를 읽은 것일까?
“아코디언 하면 거리의 악사, 흘러간 옛 노래가 먼저 생각나죠? 아코디언이란 악기가 사실 그래요. 한국전쟁을 겪고 춥고 배고팠던 시절 거리에서, 악극단에서 우리네 심금을 울리던 악기라 그런지 친근하지만 격이 낮은 악기란 이미지가 강해요.” 아코라이프 장세청 회장의 첫 마디는 무엇보다 아코디언이 대접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
“사실 우리도 아코디언이 이렇게 깊은 매력이 있는 줄 몰랐어요.(웃음) 하면 할수록 빠져들어 이젠 아코디언을 배우기 이전의 난 무슨 재미로 살았나 싶을 정도지요.” 이구동성으로 아코디언 예찬론을 펼치는 이들은 임은경 아코디언스튜디오의 수강생들로 결성된 ‘아코라이프’ 회원들. 이들은 2007년 동호회 결성 후 지난 해 11월 2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으며 정기적으로 노인요양원이나 병원 등을 찾아 아코디언으로 사랑을 전하고 있다.
바람통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음색, 그 멋에 빠지다
아코디언이 악극단 무대에서 꼭 등장했던 까닭은 대부분의 악기들이 멜로디와 리듬악기로 구분되는데 반해, 아코디언은 멜로디의 건반과 리듬의 베이스가 함께 있어 동시에 연주할 수 있기 때문. 아코디언 하나로 웬만한 밴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역설적으로 가난한 악극단의 분위기 메이커로 애용됐고 딴따라 악기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지만 아코라이프 회원들에게 ‘아코디언’은 최고의 친구이자 삶의 활력소다.
아코라이프 회원들은 장세청 회장을 비롯해 이이선 박혜미 노인경 등 3명의 여자회원을 포함해 17명. 이들은 처음 아코디언을 배운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들이 ‘색소폰 트럼펫 기타 등 배울 곳 많고 동호회 많은 대중적인 악기를 놔두고 웬 아코디언?’이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가슴에 박힌 아코디언에 대한 잔영이 오래도록 그들을 붙잡았단다. “종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우연히 아코디언동호회원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었어요. 그때 그 감동이 오래가더군요. 그러다 퇴직 후 인터넷으로 아코디언을 접하다 용기를 내 배울만한 곳을 찾다 임은경 선생을 만났지요.” 장 회장은 아코디언 하나로 백 가지 천 가지 사람처럼 세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악기는 없다고 말한다.
예일여중 교장을 지낸 한철수 회원은 미션스쿨인 예일여중에서 호산나중창단을 만들어 지도하던 중 반주와 멜로디를 함께 할 수 있는 아코디언이란 악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아이들에게 아코디언을 지도하는데 아코디언을 제대로 배운 교사가 없었어요. 악극단에서 어깨 너머로 재주만 배우다 보니 연주는 할 줄 아는데 가르칠 수는 없더란 말입니다. 그래 내가 제대로 배워 가르쳐야 되겠다, 하고 배운 게 내가 더 빠져버렸어요.(웃음)”
이들 회원들이 ‘아코디언 구세주’라고 부르는 임은경 지도교사는 “아코디언은 원래 정통 유럽 클래식 악기예요. 아코디언이 어르신들의 정서를 울리는 친근한 악기로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아코디언=트로트’라는 인식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아요.” 피아노를 전공한 임씨는 전문적인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아코디언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EBS에서 수차례 아코디언 클래식 연주를 펼친 러시아인 알렉스와 함께 전국을 돌며 클래식 악기로서의 아코디언 보급에 앞장섰다. 그래서 나이는 젊지만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음색, 하지만 혼자서도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은 없어요. 눈썰미로 어깨너머로 배운 이들이 많다는 얘기지. 나도 삼촌이 아코디언을 무척 좋아했는데 그 삼촌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아코디언을 날 줬어요. 그래 악기를 갖고만 있다가 AFKN에서 카네기홀에서 열린 전자 아코디언연주회를 우연히 봤는데 그때부터 그 소리에 매료됐어요.” 김한영 회원의 말에 옆에 있던 남택조 회원이 말을 잇는다. “아코디언의 매력이 또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들이 다 연주자를 향해 있지만 아코디언은 보는 사람을 향해있어요. 또 아코디언이라는 악기의 특징 중 하나가 바람통(벨로즈)인데 그 강약에 따라 끊어질듯 이어지는 그 음색이 기가 막혀요.”
바람통이 있는 악기는 오르간도 있고 백파이프도 있지만, 오르간과 백파이프는 바람통에 바람을 모았다가 한쪽 방향으로만 소리를 낼 때 사용하지만 아코디언은 왼팔로 바람통을 열었다 닫았다 조절하여 양쪽방향으로 소리를 낸다. 따라서 바람을 세기에 따라 강하게 여리게 낼 수 있어 똑같은 곡이라도 씩씩한 행진곡이 될 수도 있고 애절하고 서정적인 노래가 될 수 있는 것. “바로 아코디언의 이 벨로징(Bellowsing)이란 것이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것이 아코라이프 회원들의 이구동성.
이제 아코디언을 배운 지 3개월 됐다는 김순선씨는 “오르간이나 백파이프와는 또 다른 섬세한 희노애락을 잘 표현하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악기”라고 자랑한다. 아코라이프의 드문(?) 여자회원 중 이이선씨는 피아노 교사. 아이들에게 피아노 외에 악기를 가르쳐야 되겠다 싶던 차에 교회에서 임은경 선생의 연주를 들었다고. “저도 아코디언이 예전 정서에 치우치는 것이 안타까워요. 아이들에게 맞는 꼬마아코디언은 피아노와 달리 언제든 갖고 다니면서 작은 오케스트라를 연출할 수 있는 악기예요. 이렇게 학교나 일선교육현장에서 아코디언을 가르치다보면 아마 아코디언의 음악세계도 차츰 정립되리라 생각해요.” 지난 주말 아람누리 이문세 콘서트에서 초청가수 하림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노래해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이씨는 우리가 무심코 넘긴 CM송, 영화음악 속에 아코디언 연주가 많지만 그것이 아코디언 소리라는 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드물단다.
짧은 인터뷰에 어느 새 아코디언 소리에 중독된 것일까? 벌써 CM송에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아코디언의 마법에 걸리고 싶은 사람을 위해 아코라이프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http://cafe.daum.net/accorlife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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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하면 거리의 악사, 흘러간 옛 노래가 먼저 생각나죠? 아코디언이란 악기가 사실 그래요. 한국전쟁을 겪고 춥고 배고팠던 시절 거리에서, 악극단에서 우리네 심금을 울리던 악기라 그런지 친근하지만 격이 낮은 악기란 이미지가 강해요.” 아코라이프 장세청 회장의 첫 마디는 무엇보다 아코디언이 대접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
“사실 우리도 아코디언이 이렇게 깊은 매력이 있는 줄 몰랐어요.(웃음) 하면 할수록 빠져들어 이젠 아코디언을 배우기 이전의 난 무슨 재미로 살았나 싶을 정도지요.” 이구동성으로 아코디언 예찬론을 펼치는 이들은 임은경 아코디언스튜디오의 수강생들로 결성된 ‘아코라이프’ 회원들. 이들은 2007년 동호회 결성 후 지난 해 11월 2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으며 정기적으로 노인요양원이나 병원 등을 찾아 아코디언으로 사랑을 전하고 있다.
바람통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음색, 그 멋에 빠지다
아코디언이 악극단 무대에서 꼭 등장했던 까닭은 대부분의 악기들이 멜로디와 리듬악기로 구분되는데 반해, 아코디언은 멜로디의 건반과 리듬의 베이스가 함께 있어 동시에 연주할 수 있기 때문. 아코디언 하나로 웬만한 밴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역설적으로 가난한 악극단의 분위기 메이커로 애용됐고 딴따라 악기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지만 아코라이프 회원들에게 ‘아코디언’은 최고의 친구이자 삶의 활력소다.
아코라이프 회원들은 장세청 회장을 비롯해 이이선 박혜미 노인경 등 3명의 여자회원을 포함해 17명. 이들은 처음 아코디언을 배운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들이 ‘색소폰 트럼펫 기타 등 배울 곳 많고 동호회 많은 대중적인 악기를 놔두고 웬 아코디언?’이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가슴에 박힌 아코디언에 대한 잔영이 오래도록 그들을 붙잡았단다. “종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우연히 아코디언동호회원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었어요. 그때 그 감동이 오래가더군요. 그러다 퇴직 후 인터넷으로 아코디언을 접하다 용기를 내 배울만한 곳을 찾다 임은경 선생을 만났지요.” 장 회장은 아코디언 하나로 백 가지 천 가지 사람처럼 세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악기는 없다고 말한다.
예일여중 교장을 지낸 한철수 회원은 미션스쿨인 예일여중에서 호산나중창단을 만들어 지도하던 중 반주와 멜로디를 함께 할 수 있는 아코디언이란 악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아이들에게 아코디언을 지도하는데 아코디언을 제대로 배운 교사가 없었어요. 악극단에서 어깨 너머로 재주만 배우다 보니 연주는 할 줄 아는데 가르칠 수는 없더란 말입니다. 그래 내가 제대로 배워 가르쳐야 되겠다, 하고 배운 게 내가 더 빠져버렸어요.(웃음)”
이들 회원들이 ‘아코디언 구세주’라고 부르는 임은경 지도교사는 “아코디언은 원래 정통 유럽 클래식 악기예요. 아코디언이 어르신들의 정서를 울리는 친근한 악기로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아코디언=트로트’라는 인식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아요.” 피아노를 전공한 임씨는 전문적인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아코디언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EBS에서 수차례 아코디언 클래식 연주를 펼친 러시아인 알렉스와 함께 전국을 돌며 클래식 악기로서의 아코디언 보급에 앞장섰다. 그래서 나이는 젊지만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음색, 하지만 혼자서도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은 없어요. 눈썰미로 어깨너머로 배운 이들이 많다는 얘기지. 나도 삼촌이 아코디언을 무척 좋아했는데 그 삼촌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아코디언을 날 줬어요. 그래 악기를 갖고만 있다가 AFKN에서 카네기홀에서 열린 전자 아코디언연주회를 우연히 봤는데 그때부터 그 소리에 매료됐어요.” 김한영 회원의 말에 옆에 있던 남택조 회원이 말을 잇는다. “아코디언의 매력이 또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들이 다 연주자를 향해 있지만 아코디언은 보는 사람을 향해있어요. 또 아코디언이라는 악기의 특징 중 하나가 바람통(벨로즈)인데 그 강약에 따라 끊어질듯 이어지는 그 음색이 기가 막혀요.”
바람통이 있는 악기는 오르간도 있고 백파이프도 있지만, 오르간과 백파이프는 바람통에 바람을 모았다가 한쪽 방향으로만 소리를 낼 때 사용하지만 아코디언은 왼팔로 바람통을 열었다 닫았다 조절하여 양쪽방향으로 소리를 낸다. 따라서 바람을 세기에 따라 강하게 여리게 낼 수 있어 똑같은 곡이라도 씩씩한 행진곡이 될 수도 있고 애절하고 서정적인 노래가 될 수 있는 것. “바로 아코디언의 이 벨로징(Bellowsing)이란 것이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것이 아코라이프 회원들의 이구동성.
이제 아코디언을 배운 지 3개월 됐다는 김순선씨는 “오르간이나 백파이프와는 또 다른 섬세한 희노애락을 잘 표현하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악기”라고 자랑한다. 아코라이프의 드문(?) 여자회원 중 이이선씨는 피아노 교사. 아이들에게 피아노 외에 악기를 가르쳐야 되겠다 싶던 차에 교회에서 임은경 선생의 연주를 들었다고. “저도 아코디언이 예전 정서에 치우치는 것이 안타까워요. 아이들에게 맞는 꼬마아코디언은 피아노와 달리 언제든 갖고 다니면서 작은 오케스트라를 연출할 수 있는 악기예요. 이렇게 학교나 일선교육현장에서 아코디언을 가르치다보면 아마 아코디언의 음악세계도 차츰 정립되리라 생각해요.” 지난 주말 아람누리 이문세 콘서트에서 초청가수 하림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노래해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이씨는 우리가 무심코 넘긴 CM송, 영화음악 속에 아코디언 연주가 많지만 그것이 아코디언 소리라는 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드물단다.
짧은 인터뷰에 어느 새 아코디언 소리에 중독된 것일까? 벌써 CM송에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아코디언의 마법에 걸리고 싶은 사람을 위해 아코라이프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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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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