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현될까?
학부모 91.87% “무상급식 찬성한다”… 고양시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겠다”
지역내일
2009-11-20
(수정 2009-11-20 오후 3:37:23)
지난 11월 2일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경기도 내 초등학교 5~6학년 전체를 무상급식 할 수 있는 예산 995억원을 통과시킴으로써 고양시에서도 초등학교 5~6학년 2만6670여 명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고양시 초등학생 5~6학년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107억원 중 경기도교육청이 60억원(56%), 고양시가 47억원(44%)을 부담해야 한다. 도 교육청은 고양시에 47억원을 교육경비보조금으로 배정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고양시는 무상급식 예산을 늘릴 경우 다른 교육예산이 줄어들게 돼 도교육청의 예산 분담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고양시, 차상위계층 150% 늘리겠다 = 고양시는 교육예산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고 지자체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학교 급식에 대부분의 예산을 사용하면 다른 교육사업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교육체육과 담당자의 말이다.
“고양시는 점점 세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또 대규모 개발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에 교육예산 180억원 정도에서 47억원을 더 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교육경비 보조금 내에서 일부를 떼어 무상급식 예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양질의 교육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교육발전심의위원회에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저소득층을 확대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 위원들은 교육은 본래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교육비를 떼어주거나 국비를 지원해야지, 시에서 부담하기에는 예산 규모가 워낙 커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경비 보조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심사하는 곳은 교육발전심의위원회다.
교육발전심의위원회에서 정한 ‘저소득층을 확대해서 지원한다’는 의미는 급식 지원 대상을 차상위계층 130%에서 150%까지 확대하는 것. 이렇게 되면 시가 부담하는 예산은 8억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고양교육청에서는 고양시가 차상위계층을 확대 지원한다고 한 것은 교육청의 무상급식 계획과 배치되고 대상자 선별작업 등 시행에 어려움이 있어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양시에 공식 통지했으며, 타 지역 학생들과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예산 지원을 재요청한 상태다.
◆차상위계층 늘려도 수혜층 늘지 않을 것 = 차상위계층 150%까지 확대해도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무료 급식을 받으려면 학기 초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석식지원대상, 모 또는 부자 가정, 시설보호학생, 특수학급학생, 차상위(극빈, 빈곤)가정, 조부모 가정 중 빈곤가정’ 해당란에 표시해서 제출한다. 대부분 건강보험료 영수증이나 기타 증빙서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류만 갖추면 급식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서류를 갖출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는 담임추천을 받아야 한다.
김경희 고양시의원은 “지원예산이 늘었다는 것을 담임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고 해도, 학부모가 담임에게 무상급식 지원을 요청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신청자가 많지 않으면 수혜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증액예산의 대부분이 불용예산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초등학교에 20년 이상 근무한 A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올 초 80명이 신청하여 80명 모두 급식비 지원을 받았는데 그 중 담임 추천은 39명이었다”며 “차상위계층을 확대한다고 해서 무상급식을 받겠다고 나설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류로 증빙이 가능한 아이들은 이미 파악이 되었으니 담임 추천에 의해 추가로 대상자가 늘어야 하는데 ‘가난하니 무료로 급식을 하게 해달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다수 의석인 경기도의회 예산안 통과 미지수 = 고양시가 교육발전심의위원회의 결정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면서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확정될 수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도 교육청 무상급식 관련한 예산안을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11월 26일부터 예산안 심의가 진행될 도의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집행이 불투명한 것이고 도의회가 삭감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원 못한다면 저절로 삭감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경기도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의견을 표명하고 나서자 세간에서는 무상급식이 또 다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차제에 고양시가 교육 예산의 파이를 좀 더 늘리는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는 것도 경기도의회의 이런 기류 탓이 크다.
◆초등 학부모 91% “무상급식 원해” = 고양시의회 김경희 의원 등 시의원 3명은 10일 오후 시의회 영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고양시 초등학교 15개 학교 225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조사자의 91.8%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무상급식을 희망했으며 49.0%가 무상급식 예산을 시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고양시는 경기도교육청이 분담을 요청한 내년 급식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도교육위원회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일주일간 농성을 벌인 바 있는 최창의 교육위원은 “뒤늦게나마 경기도교육위원회가 의무교육기관의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이번에 통과된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 사업비 중 전시적 행정 예산을 대폭 줄여서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고양시에서도 대응예산이 차질없이 확보돼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희 고양시의원은 “고양시가 교육도시라고 하지만 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비율이 전체 시 예산 중 1.8%에 불과하다. 고양시는 15세 미만 아동과 이들의 30~40대 학부모 비율이 60.6%에 이른다. 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교육분야에 대한 예산 투자 비율을 5%까지는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계획 세운 성남시 = 고양시의 분위기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는 꽤 있다. 의령·남해·하동·합천 등 경남지역 5개 초·중·고교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광역단체별로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는 전북 62.8%, 충남 41.2%, 경남 41%, 충북 32.5%에 달하는데 경기도는 4.1%에 불과하다.
경기도 과천시의 경우는 2000년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성남시는 2007년부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급식을 지원해 내년에는 67개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267억원을 들여 급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학교는 2010년 3학년 지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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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고양시 초등학생 5~6학년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107억원 중 경기도교육청이 60억원(56%), 고양시가 47억원(44%)을 부담해야 한다. 도 교육청은 고양시에 47억원을 교육경비보조금으로 배정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고양시는 무상급식 예산을 늘릴 경우 다른 교육예산이 줄어들게 돼 도교육청의 예산 분담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고양시, 차상위계층 150% 늘리겠다 = 고양시는 교육예산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고 지자체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학교 급식에 대부분의 예산을 사용하면 다른 교육사업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교육체육과 담당자의 말이다.
“고양시는 점점 세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또 대규모 개발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에 교육예산 180억원 정도에서 47억원을 더 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교육경비 보조금 내에서 일부를 떼어 무상급식 예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양질의 교육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교육발전심의위원회에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저소득층을 확대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 위원들은 교육은 본래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교육비를 떼어주거나 국비를 지원해야지, 시에서 부담하기에는 예산 규모가 워낙 커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경비 보조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심사하는 곳은 교육발전심의위원회다.
교육발전심의위원회에서 정한 ‘저소득층을 확대해서 지원한다’는 의미는 급식 지원 대상을 차상위계층 130%에서 150%까지 확대하는 것. 이렇게 되면 시가 부담하는 예산은 8억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고양교육청에서는 고양시가 차상위계층을 확대 지원한다고 한 것은 교육청의 무상급식 계획과 배치되고 대상자 선별작업 등 시행에 어려움이 있어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양시에 공식 통지했으며, 타 지역 학생들과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예산 지원을 재요청한 상태다.
◆차상위계층 늘려도 수혜층 늘지 않을 것 = 차상위계층 150%까지 확대해도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무료 급식을 받으려면 학기 초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석식지원대상, 모 또는 부자 가정, 시설보호학생, 특수학급학생, 차상위(극빈, 빈곤)가정, 조부모 가정 중 빈곤가정’ 해당란에 표시해서 제출한다. 대부분 건강보험료 영수증이나 기타 증빙서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류만 갖추면 급식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서류를 갖출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는 담임추천을 받아야 한다.
김경희 고양시의원은 “지원예산이 늘었다는 것을 담임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고 해도, 학부모가 담임에게 무상급식 지원을 요청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신청자가 많지 않으면 수혜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증액예산의 대부분이 불용예산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초등학교에 20년 이상 근무한 A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올 초 80명이 신청하여 80명 모두 급식비 지원을 받았는데 그 중 담임 추천은 39명이었다”며 “차상위계층을 확대한다고 해서 무상급식을 받겠다고 나설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류로 증빙이 가능한 아이들은 이미 파악이 되었으니 담임 추천에 의해 추가로 대상자가 늘어야 하는데 ‘가난하니 무료로 급식을 하게 해달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다수 의석인 경기도의회 예산안 통과 미지수 = 고양시가 교육발전심의위원회의 결정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면서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확정될 수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도 교육청 무상급식 관련한 예산안을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11월 26일부터 예산안 심의가 진행될 도의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집행이 불투명한 것이고 도의회가 삭감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원 못한다면 저절로 삭감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경기도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의견을 표명하고 나서자 세간에서는 무상급식이 또 다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차제에 고양시가 교육 예산의 파이를 좀 더 늘리는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는 것도 경기도의회의 이런 기류 탓이 크다.
◆초등 학부모 91% “무상급식 원해” = 고양시의회 김경희 의원 등 시의원 3명은 10일 오후 시의회 영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고양시 초등학교 15개 학교 225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조사자의 91.8%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무상급식을 희망했으며 49.0%가 무상급식 예산을 시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고양시는 경기도교육청이 분담을 요청한 내년 급식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도교육위원회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일주일간 농성을 벌인 바 있는 최창의 교육위원은 “뒤늦게나마 경기도교육위원회가 의무교육기관의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이번에 통과된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 사업비 중 전시적 행정 예산을 대폭 줄여서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고양시에서도 대응예산이 차질없이 확보돼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희 고양시의원은 “고양시가 교육도시라고 하지만 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비율이 전체 시 예산 중 1.8%에 불과하다. 고양시는 15세 미만 아동과 이들의 30~40대 학부모 비율이 60.6%에 이른다. 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교육분야에 대한 예산 투자 비율을 5%까지는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계획 세운 성남시 = 고양시의 분위기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는 꽤 있다. 의령·남해·하동·합천 등 경남지역 5개 초·중·고교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광역단체별로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는 전북 62.8%, 충남 41.2%, 경남 41%, 충북 32.5%에 달하는데 경기도는 4.1%에 불과하다.
경기도 과천시의 경우는 2000년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성남시는 2007년부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급식을 지원해 내년에는 67개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267억원을 들여 급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학교는 2010년 3학년 지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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