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웠다. 요즘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이나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번에 ‘건강 찾은 이웃’으로 만난 김연희씨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올해 나이 63세. 호수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달리는 모습이 멋져보여서 인라인을 처음 신었을 때, 그의 나이는 55세였다. 지난 8년간 인라인을 배우면서 각종 대회에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고 상도 많이 받았다. 5년 전에는 캡틴레이싱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맡았고, 요즘도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호수공원에 모여 인라인을 타고 있다.
그런데 그는 사실 척추협착증 환자이다. 그에게서 운동으로 질환도 극복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을 들어보았다.
갱년기도 비껴간 만능 스포츠우먼
화정동 달빛마을에 살고 있는 김연희씨는 7년 전 큰 병원에서 MRI를 찍고 척추협착증 판정을 받았다. 인라인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수술을 위해 상담도 받고 날짜도 잡았는데, 인라인을 가르치던 코치가 ‘운동으로 극복해보자’고 제안해 왔다. 코치의 말대로 그 날부터 남들이 평균 하루 2~3시간을 탈 때, 그는 하루종일 호수공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가장 적게 운동한 날이 하루 5시간 정도였단다. 의사도 척추협착증에는 허리를 굽혀주는 운동이 좋다고 했고, 인라인을 열심히 탄 이후 현재까지 수술은 계속 ‘연기 중’인 상태다. 일상생활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제가 그동안 여러 가지 운동을 많이 했어요. 등산 마니아로 산악마라톤도 뛰어봤고 탁구, 수영도 오래 했지요. 볼링은 올해로 18년째에요. 인라인은 물론이고, 겨울엔 헬스와 빙상을 했지요. 2년 전부터는 자전거를 시작해서 지금 한창 MTB동아리에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라이딩을 하고 있어요.”
김연희씨는 학창시절부터 산을 좋아했고, “지금처럼 시절이 좋았다면 전문산악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운동을 중단해 본 일이 없다고. 한 가지 종목을 시작하면 중도에 그만 두는 일 없이 대부분 10년 이상 계속하고 있다.
“가장 오래 적응을 못한 종목이 스키였어요. 40대 후반에 시작을 했는데 영 실력이 늘지를 않더라고요. 그리고 인라인은 겨울에 못 타기 때문에 운동 원리가 같은 빙상을 탔는데, 트랙을 한쪽 방향으로 돌면서 힘을 한 쪽 다리에만 싣다보니까 협착증 때문인지 허리에 무리가 왔어요. 작년부터는 안타고 있어요. 그래도 미련을 못 버려서 장비는 계속 보관하고 있지요(웃음).”
자기극복의 성취감을 맛보는 운동의 매력
“자기에게 맞는 운동과 안 맞는 운동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적응기간의 ‘고비’를 못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운동이든 중간에 슬럼프가 찾아와요. 그럴 때는 여유를 가지고 호흡과 속도조절을 해야돼요. 몸의 리듬에 귀를 기울이고 멀리 내다보는 마인드콘트롤이 필요하지요. 그 단계를 넘기면 실력이 향상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요. 자기극복의 성취감, 그 맛을 알면 슬기롭게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운동, 저 운동 찔끔찔끔 하다가 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한다. “몸이란 참 신기해서 100의 에너지를 다 쓰면 110의 에너지가 생기는 경험을 한다”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짱짱한 힘이 느껴진다.
김연희씨는 후배들에게도 ‘회장님 나이에 나도 그 모습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그의 남편을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해준다.
몇 년 전, 킨텍스 주변에서 인라인대회가 있었다. 그 때 인천선수와 부딪쳐서 그는 얼굴을 19바늘 꿰매는 큰 부상을 입었다. 고속도로 개통 전 청주대회에서도 내리막길에서 굴러 많이 다쳤었다. 그래도 남편은 한 번도 그만 두라는 이야기를 안했다. “좀 쉬고, 딱지 떨어지면 나가지~” 하는 정도. 속도를 내는 운동은 마음이 편한 게 안전의 기본이다. 김씨는 “남편이 뒷바라지를 잘 해주고 격려해주는 덕분에 안정적으로 인라인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한다. 최근에는 남편도 자전거를 함께 시작해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겁니다. 매일 운동으로 땀을 쏟아내니까 저는 갱년기도 모르고 지나갔어요. 10년 전 옷도 그대로 입어요.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척추협착증도 수술없이 지금처럼 운동으로 극복하고 싶어요.(웃음)”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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