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취재한다니깐 별별 춤을 다 추네요.”
왁자한 웃음이 퍼졌다. 강사와 수강생들이 친구같다. 탱고의 굴곡진 탬포 중에 헛발을 디디고, 왈츠의 우아한 동작 중 하나를 까먹고, 차차차를 하면서 파트너 손을 놓쳤다고 면박을 받아도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는 흘러넘칠 뿐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 ‘댄싱 걸’이 되는 ‘그린 건강댄스’ 회원들은 시간을 거슬러 젊음을 흡수하고 있었다.
김춘애 강사의 ‘그린 건강 댄스’를 한마디로 규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수업의 처음과 끝은 요가로 시작하고 마무리하지만, 본 수업으로 들어가면 에어로빅과 볼룸 댄스가 나온다. 나이대가 좀 있는(!) 회원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해서 김 강사가 직접 안무를 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쓰는 것은 ‘무릎 관절 보호’. 에어로빅 동작 중에 난이도가 높거나 무리하게 뛰는 동작은 제외시키고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동작만 잘 섞어 넣는다.
볼륨댄스는 파트너와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땀이 주르륵 흐르는 효과만점의 운동. 차차차, 맘보, 탱고, 왈츠 같은 춤곡의 복잡한 동작을 따라하기 쉽게 단순화시켜 매주 조금씩 진도를 나간다. 춤 동작은 주로 팔과 다리를 크게 움직이게 해서 운동 효과를 배가시킨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자잘한 동작을 외우느라 스트레스 받기보다 음악에 맞춰 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취재를 간 날은 평소 회원들이 감질나게 추던 춤들을 몽땅 추도록 해서 수강생들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함미자(68)씨는 “선생님이 별별 춤을 다 가르쳐 준다. 우리 나이대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이 없는데, 이 시간은 정말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니 참 좋다”고 말한다. 파주에서 온 여 모씨(70)는 “4년이나 됐는데, 안 하면 몸이 너무 찌뿌드드해서 꼭 출석한다. 운동을 한 이후로 몸이 저리거나 쥐나는 게 없어졌다”고 한다.
30년간 댄스, 에어로빅, 요가, 수영 가르쳐
수강생들은 일주일에 2번인 수업을 3번으로 늘려주면 좋겠다고 애교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30년 경력의 김 강사가 수강생의 연령과 취향을 고려해 다채롭게 안무를 짜는 데 있다.
오십을 넘긴 나이지만 김춘애 강사의 허리둘레는 24인치. 그동안 가르쳤던 강의만 해도 수영, 요가, 에어로빅, 볼륨댄스 등 다양하다. 4살부터 고전무용을 했고, 중고등학교 때 발레, 대학에서는 현대무용을 배우는 등 다재다능했던 그는 20대 중반부터 서울 둔촌, 잠실의 YWCA 문화센터에서 수영강사, 임산부 체조교실, 실버 체조 교실 등을 열어 ‘인기짱’이 되기도 했다.
“수강생들 나이 드는 것은 보여도 내가 나이 먹는 것은 실감이 안 나네요”라고 말하는 김춘애 강사. 처음엔 몸치였던 ‘나이 지긋한 중년 여성들’이 3개월이 지나면 달라지기 시작하고 6개월이 되면 유연해지는 것을 볼 때 그는 흐뭇하다.
강의 말미, 김 강사의 젊음과 긍정적인 기운이 박수치기로 수강생들에게 전해진다. 한 사람에 스무 번씩 손바닥을 쳐 주고 나면 수강생들 손바닥은 혈색 좋은 핑크빛으로 물든다. 고통스럽게 손을 비비며 돌아서는 수강생들에게 김 강사의 한마디. “오늘 식구들한테 박수 꼭 쳐 주세요. 난 하루에 1000번은 치는데, 감기 한 번 안 걸렸어요!” 끝끝내 나이를 밝히지 않는 김춘애 강사는 27살에서 멈춘 지는 꽤 오래된 것이 확실하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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