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인한 주부들의 근심

신종플루, 남의 일인 줄 알았어요!

지역내일 2009-11-16
11월 첫째 주, 10월 마지막 주에 비해 신종플루의 확산이 다소 주춤해졌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가 있었다. 신종플루 환자 발생건수가 약 38% 줄고, 휴업을 결정한 학교도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주부들의 근심은 여전히 크기만 하다.
유명 연예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눈물을 흘린 주부들도 많을 터.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근심이 더욱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여기에 확실하지 않은 소문과 처음 겪어보는 상황들로 주부들의 마음은 더 무겁기만 하다. 신종플루로 인해 생긴 가정 내 근심거리와 변화들을 모아봤다.

열+기침≠모두 신종플루
환절기 때면 감기를 달고 산다는 초등4년 남자아이의 엄마 주부 박모(41·상일동)씨. 10월 말 한창 신종플루 환자수가 증가할 때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고열과 기침, 목의 통증을 호소해왔다. 단순감기라고 동네 내과에서는 감기약 3일치를 처방해줬지만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거점병원으로 향했다. 순서표를 뽑고 접수를 하는 데 1시간 30분, 접수 후 진료를 하는 데까지 2시간을 기다려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열이 37.8도 이상이고 기침, 목통증 등이 있으면 타미플루 처방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로 신종플루확진검사도 함께 했다. 결과는 이틀 후쯤 문자로 통보된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타미플루를 먹여야 할 지’를 두고 한참을 망설였다고. 만약 신종플루가 아닌 경우 내성이 생겨 진짜 신종플루가 걸릴 경우 잘 듣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틀 후 ‘신종플루가 아니다’는 문자를 받은 박씨는 또 한 번 갈등을 하게 됐다고. 타미플루를 계속 먹여야 할 지 그만 먹여야 할지. 거점병원 의사의 “이미 처방된 약은 5일 먹이고, 내성은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안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고1딸이 감기증상을 보인 주부 이모(47·잠실동)씨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같은 반에 신종플루확진자가 5명이 넘는다는 말에 바로 거점병원을 찾은 이씨. 고열과 기침으로 바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신종플루가 아니라는 문자를 받고 지금 4일 째 그냥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있다고. 나중에 진짜로 신종플루가 걸렸을 때를 생각하면 걱정만 될 뿐이다.

당신이 모두 책임져!
황모(43)씨는 남편의 “애가 어떻게 되면 당신이 책임질래?”라는 말이 두렵기만 하다. 열과 기침, 콧물을 동반한 감기로 10여일을 학교도 못 가고 크게 앓은 딸아이에게 감기약만 먹인 게 화근이 됐다. 딸이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매년 겪는 감기와 똑 같다. 그냥 감기약 먹겠다’고 해서 감기약만으로 버텼는데 남편은 “엄마라는 사람이 마음도 편하다”며 “나중에 애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땐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것. 황씨는 “애는 다 나았는데, 남편은 신종플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화만 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아들 셋을 둔 김모(37·가락본동)주부도 요즘 남편 때문에 힘이 든다고. 김씨 남편의 주장은 ‘신종플루가 다소 누그러질 때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것’. 말도 안 된다고 김씨가 펄쩍 뛰었지만 남편에게서 되돌아온 말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군”이라는 싸늘한 한 마디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낼 수도 없는 일. 김씨는 아이들의 상태를 봐 가면서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 컨디션이 괜찮은 날은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내고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물어보면 학교에 안 갔다’고 거짓말을 시키고 있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이 셋을 집에만 있게 하는 것도 큰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가 신종플루였나?
신종플루로 인한 혼란스러움은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중3아들이 감기증상을 보여 집 근처 소아과를 찾은 백모(43·명일동)씨. 신종플루가 의심된다며 한 간이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5일 동안 집에서 격리치료를 했다. 일주일 후 학교생활을 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지만 백씨는 아직도 찜찜하다. 백씨는 “간이검사는 확진검사에 비해 정확률이 떨어진다는데 진짜 우리 아이가 신종플루가 맞았는지 의심스럽다”며 “학교에서 곧 백신 접종을 한다는데 신종플루를 한번 걸린 사람은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우리 아이는 확실치 않아 접종신청도 해 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거점병원에서 타미플루 처방만 받고 확진검사를 하지 않은 중2 아들을 둔 송지영(42·길동)씨도 마찬가지다. 타미플루를 5일 먹고 지금은 다 나은 상태이지만 진짜 신종플루에 걸렸던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 송씨는 “어차피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면 확진검사가 왜 필요할까 싶어 하지 않았는데 애가 또다시 아프면 불안해서라도 다시 확진검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신종플루가 아닌 감기라도 보충 OK
한편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학원에도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기침이 잦아 혹시 다른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며칠 결석시키겠다고 학원에 전화를 건 주부 최모(46·방이동)씨는 학원 강사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강사가 “수업 시간에 기침을 많이 하는 학생이 있는 경우 다른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항의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먼저 전화주시니 너무 감사드리고, 보충수업으로 꼭 결석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고. 이전엔 겪진 못한 일이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신종플루가 아닌 감기증상으로 결석을 한 경우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결석하는 경우 보충수업이나 다음 달 교육비로 이월하는 형식으로 결석부분을 채우고 있다. 병원 처방전이나 영수증 복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학원도 있으니 병원 방문 시 챙겨두는 게 좋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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