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의료건강칼럼

-조기 폐경-

이 나이에 내가 벌써 할머니?

지역내일 2009-11-06 (수정 2009-11-06 오전 10:08:48)

67년생인 김모 환자는 가벼운 허리통증으로 내원하여 침치료를 받던 중 본원에서 환자 교육용으로 비치해놓은 폐경과 관련된 자료를 보고 원장님과 긴히 상의드릴 것이 있다며 따로 상담을 원하신 분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데 들어보니 사연은 구구절절하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러 가지 골치 아픈 금전적 문제, 시댁과의 갈등, 아내로서 집안 일뿐만 아니라 맞벌이도 해야하는 상황, 그리고 남편이 무관심해서 자녀 교육까지 혼자 신경써야 하는 고달픈 상황 등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던 5년 전(그 때 나이 38세)에 이미 폐경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1년간 합성 호르몬제를 복용하였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복용하지 않고 현재까지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심한 피로감, 나이 보다 늙어 보이는 피부, 심각한 질건조증과 그로 인한 성교통, 불감증, 머리가 자주 아프고 맑지 못하며, 온 몸이 안아픈데가 없이 다 아프고 면역력저하로 인해 감기를 달고 산다고 한다. 때론 우울하기도 하고 건망증도 잘 생기며 가슴도 답답하다고 한다. 완전히 종합병원 수준이다.
폐경의 평균연령이 49~51세임을 감안할 때 38세에 폐경이 된 것은 조기 폐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30대 중반 이전에도 조기 폐경이 되는 경우가 있다. 유전,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난소기능이 부전(정상적이지 못함)상태에 빠지면서 더 이상 여성호르몬을 젊을 때와 같이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할머니가 되는 노화현상인데 그게 너무 이른 나이에 와서 고민인 경우다.
조기 폐경이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확실히 모든 면에서 빨리 늙는다. 뼈도 그렇고 피부도 그렇고 생식기도 그렇고 면역력도 그렇고 다 그렇다. 매는 먼저 맞는 게 낫다지만 폐경은 빨리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하다.
한의학에서 난소기능부전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 감소는 간신허(肝腎虛)로 표현되는 일종의 내분비기능실조 및 허약 상태이며 보간(補肝) 보신(補腎)하는 한약을 사용하여 내분비기능계를 강화시키면 인체에서 필요로 하는 여성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재생산되도록 유도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방에서의 조기 폐경에 대한 치료는 생리를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조기 폐경과 관련된 조기 노화 및 제반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그 김모 환자는 3개월 치료 후 정상 생리는 아니지만 5년 만에 생리도 다시 하고 부부관계도 다시 좋아지고 컨디션도 좋고 피부도 너무 좋아졌다면서 한달 만에 다시 찾아 왔다.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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