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통학로 안전 합니까?”
덕이초 사건 계기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관한 일원화된 체계 마련해야
지역내일
2009-10-09
(수정 2009-10-09 오전 10:09:09)
지난 9월 14일, 고양 덕이초등학교 어린이가 방과 후 귀가하던 중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학교 후문 앞 교차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고 후, 후문 앞 도로는 ‘스쿨존’으로 지정되었고, 신호등 교체와 인근 공사장의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변화가 있었다. 헌데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몇 년 전부터 스쿨존 지정, 신호기 설치, 과속차량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고 관공서에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내 일’이라고 도맡는 이가 없었다.
현재 스쿨존의 설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장이 관할 교육감이나 교육장에게 보호구역 지정을 건의하면 교육감이나 교육장은 관할 지방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서장에게 보호구역의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보호구역 지정에 필요한 예산은 자치단체가 지원한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잘게 쪼개진 담당 부서들이 일부분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발을 빼는 일이 많다. 스쿨존 담당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서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등하교 시간만 되면 가슴 졸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고양시 관내 초등학교 통학로 살펴보니…= 지난해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초등지회가 고양시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통학로 유해 환경 해소 건의사항’ 조사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해소돼야 할 유해환경으로 교통문제를 꼽는 답변이 많았다.
오마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교문 앞 도로에서 차량들이 속력을 늦추지 않아 등하교 아동들의 안전이 위험하다”며 “과속방지턱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관계 기관으로부터 ‘학교 앞 후곡로상에 험프식 횡단보도(과속방지턱처럼 도로보다 약간 높게 설치된 건널목)가 이미 설치돼 있어 불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오마초 앞 험프식 횡단보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달 28일 하교시간, 오마초 앞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스쿨존내 교통안전을 위한 연구목적으로 설치된 u-school 시범용)에 찍힌 차량들의 속도를 보면 스쿨존 내에서는 30km 서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50km 넘게 달리는 차량이 많았다. 실제로 험프식 횡단보도를 운전해서 지나가봤지만 과속방지턱 구실을 기대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높이가 낮았다.
강지혜(후곡마을)씨는 “평상시 학교 앞이라 조심 운전을 하는 편이지만, 오마초 횡단보도가 도로표면보다 높다는 건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올해 상탄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생이 학교 앞에서 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고 지점이 평소에 학교와 학부모들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해 오던 곳이었다. 학교 앞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가장 빨리 쉽게 갈 수 있어 학생과 주민들이 무단횡단을 자주 하던 곳이었다. 사고 이후 횡단보도는 바로 설치되었다.
안곡초등학교는 고봉산 입구쪽 횡단보도에 보행신호등이 꺼진 지 6개월째다. 차량 신호등은 문제없이 좌회전 신호를 내보내고 있어 차들은 속도를 내며 달린다. 아무리 건의해도 시정이 되지 않자 현재 안곡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횡단보도가 아닌 육교로만 통학할 것을 지도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일수록 통학로 안전문제는 더욱 시급한 일이다.
개교 62년째인 벽제초는 정문 앞이 위험하다. 길이 좁은 데다 인근 상가들의 주정차 차량 때문에 학생들이 아침마다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곡예하듯 등교하고 있다. 도로 위에 스쿨존 표시가 없어서 차들이 그냥 과속해서 달린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등하교길을 지도하면서 교통안전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개교 100년째인 고양초등학교는 좁은 통학로 때문에 매일 아침 곤욕을 치른다. 골목길보다 조금 너른 후문 도로로 버스와 승용차,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위험하기 짝이 없기 때문. 박덕수 교사는 “학교에서 직접 버스회사에 부탁하고, 운전자들에게 협조 요청해서 조금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학교 환경에 맞는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일으키면 5년 이하 금고 2천만원 이하 벌금 =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에서 211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43명이 사망하고 2975명이 다쳤다. 2006년 1120건, 2007년 1258건에 비하면 70% 정도 급증한 수치다. 그 가운데 어린이 사망 및 부상자수는 2006년 347명, 2007년 375명, 2008년 60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산구 관내에서만 지난 한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24건. 그 중 어린이 교통사고로 8명이 다쳤다.
이렇듯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해 비해 처벌 수위는 미약하다.
스쿨존 내에서의 교통사고 대부분이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해 일어나는 것으로 지적돼 올해 12월 22일부터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상해 교통사고는 뺑소니가 아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일부 개정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차량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사고를 냈을 경우에 앞으로는 보험 가입 및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받게 된다.
◆’어린이 통학로 안전 관리’ 조례 제정 움직임 = 덕이초 사건 이후 스쿨존과 관련해 관공서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조례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 반갑다.
지난해 학교 앞 유해 환경 조사를 실시했던 윤용석 고양시 의원은 ‘어린이 통학로 안전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스쿨존은 시, 교육청, 경찰서 등 구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스쿨존은 초등학교 및 유치원 정문에서 뱐경 300m 이내 주통학로 일부만 지정돼 있는데, 이것을 학교와 집을 오가는 통학로 전체로 확대하자는 게 조례의 골자입니다. 여기에는 교통안전 뿐만 아니라 유해식품이나 게임기 등 어린이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해칠 수 있는 것까지도 함께 포함합니다. 큰 틀에서 보면 시민의 안전은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사고 후, 후문 앞 도로는 ‘스쿨존’으로 지정되었고, 신호등 교체와 인근 공사장의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변화가 있었다. 헌데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몇 년 전부터 스쿨존 지정, 신호기 설치, 과속차량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고 관공서에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내 일’이라고 도맡는 이가 없었다.
현재 스쿨존의 설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장이 관할 교육감이나 교육장에게 보호구역 지정을 건의하면 교육감이나 교육장은 관할 지방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서장에게 보호구역의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보호구역 지정에 필요한 예산은 자치단체가 지원한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잘게 쪼개진 담당 부서들이 일부분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발을 빼는 일이 많다. 스쿨존 담당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서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등하교 시간만 되면 가슴 졸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고양시 관내 초등학교 통학로 살펴보니…= 지난해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초등지회가 고양시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통학로 유해 환경 해소 건의사항’ 조사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해소돼야 할 유해환경으로 교통문제를 꼽는 답변이 많았다.
오마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교문 앞 도로에서 차량들이 속력을 늦추지 않아 등하교 아동들의 안전이 위험하다”며 “과속방지턱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관계 기관으로부터 ‘학교 앞 후곡로상에 험프식 횡단보도(과속방지턱처럼 도로보다 약간 높게 설치된 건널목)가 이미 설치돼 있어 불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오마초 앞 험프식 횡단보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달 28일 하교시간, 오마초 앞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스쿨존내 교통안전을 위한 연구목적으로 설치된 u-school 시범용)에 찍힌 차량들의 속도를 보면 스쿨존 내에서는 30km 서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50km 넘게 달리는 차량이 많았다. 실제로 험프식 횡단보도를 운전해서 지나가봤지만 과속방지턱 구실을 기대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높이가 낮았다.
강지혜(후곡마을)씨는 “평상시 학교 앞이라 조심 운전을 하는 편이지만, 오마초 횡단보도가 도로표면보다 높다는 건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올해 상탄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생이 학교 앞에서 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고 지점이 평소에 학교와 학부모들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해 오던 곳이었다. 학교 앞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가장 빨리 쉽게 갈 수 있어 학생과 주민들이 무단횡단을 자주 하던 곳이었다. 사고 이후 횡단보도는 바로 설치되었다.
안곡초등학교는 고봉산 입구쪽 횡단보도에 보행신호등이 꺼진 지 6개월째다. 차량 신호등은 문제없이 좌회전 신호를 내보내고 있어 차들은 속도를 내며 달린다. 아무리 건의해도 시정이 되지 않자 현재 안곡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횡단보도가 아닌 육교로만 통학할 것을 지도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일수록 통학로 안전문제는 더욱 시급한 일이다.
개교 62년째인 벽제초는 정문 앞이 위험하다. 길이 좁은 데다 인근 상가들의 주정차 차량 때문에 학생들이 아침마다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곡예하듯 등교하고 있다. 도로 위에 스쿨존 표시가 없어서 차들이 그냥 과속해서 달린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등하교길을 지도하면서 교통안전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개교 100년째인 고양초등학교는 좁은 통학로 때문에 매일 아침 곤욕을 치른다. 골목길보다 조금 너른 후문 도로로 버스와 승용차,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위험하기 짝이 없기 때문. 박덕수 교사는 “학교에서 직접 버스회사에 부탁하고, 운전자들에게 협조 요청해서 조금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학교 환경에 맞는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일으키면 5년 이하 금고 2천만원 이하 벌금 =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에서 211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43명이 사망하고 2975명이 다쳤다. 2006년 1120건, 2007년 1258건에 비하면 70% 정도 급증한 수치다. 그 가운데 어린이 사망 및 부상자수는 2006년 347명, 2007년 375명, 2008년 60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산구 관내에서만 지난 한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24건. 그 중 어린이 교통사고로 8명이 다쳤다.
이렇듯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해 비해 처벌 수위는 미약하다.
스쿨존 내에서의 교통사고 대부분이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해 일어나는 것으로 지적돼 올해 12월 22일부터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상해 교통사고는 뺑소니가 아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일부 개정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차량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사고를 냈을 경우에 앞으로는 보험 가입 및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받게 된다.
◆’어린이 통학로 안전 관리’ 조례 제정 움직임 = 덕이초 사건 이후 스쿨존과 관련해 관공서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조례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 반갑다.
지난해 학교 앞 유해 환경 조사를 실시했던 윤용석 고양시 의원은 ‘어린이 통학로 안전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스쿨존은 시, 교육청, 경찰서 등 구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스쿨존은 초등학교 및 유치원 정문에서 뱐경 300m 이내 주통학로 일부만 지정돼 있는데, 이것을 학교와 집을 오가는 통학로 전체로 확대하자는 게 조례의 골자입니다. 여기에는 교통안전 뿐만 아니라 유해식품이나 게임기 등 어린이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해칠 수 있는 것까지도 함께 포함합니다. 큰 틀에서 보면 시민의 안전은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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