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글날 기획
기발한 아이디어로 호기심 자극하는 우리 동네 상호들
“우리 글로 지으니 눈에 확 띄네요”
지역내일
2009-10-09
(수정 2009-10-09 오전 10:25:11)
도심을 걷다보면 수많은 간판을 보게 된다.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한껏 폼을 내며 자신을 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모양과 색이지만, 기발한 발상 아름다운 단어가 적힌 간판이 우리 가슴에 오래 남는다. 최근에는 국적 불명의 언어와 한글 파괴가 난무하다보니 우리 글로 된 간판이 더욱 가치를 발하기도 한다.
한글날을 맞이해, 내일신문은 우리 지역의 간판을 살펴봤다. 한글로 표기된 아름다운 간판이 무척 많았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다 싣지 못해 아쉽다. 이번호에서는, 주인장에게 한번쯤 물어보고 싶은 한글 상호만 다뤘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 같은 이름을 지었을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상호들, 지금부터 살펴보자.
◆분홍돼지 사막구경
라페스타에 위치한 액세서리 잡화 전문점 ‘분홍돼지 사막구경’. 상호가 특이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사장은 순수하게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특이한 이름을 고민하던 중, 미술을 전공하는 조카가 ‘분홍돼지 사막구경’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상상해보라. 귀여운 분홍돼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막을 돌아다니는 것을. 그리고 돼지가 자기가 원하는 보물, 오아시스를 찾았을 때의 감격적인 순간을. 이는 흡사 여성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골랐을 때의 희열과도 같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목도 끌고 오래 기억될 이름으로, 작명가도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따뜻한 십이월
행신동에 위치한 중·고등입시전문학원인 ‘따뜻한 십이월’(이하 따십, 행신동에서는 유명학원으로,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따십으로 통한다). 학원이름 치곤 파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십의 박광희 원장은 “따십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12월 초, 아이의 성적에 따라 집안 분위기와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12월에 집안을 훈훈하게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자는 뜻”이라며, “아이들에게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한여름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항상 말한다”고 전한다. 따십의 이름 때문에 목욕탕, 빵집, 카페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지만, 한번 인지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이 상호의 강점이라고.
◆숲을 걷다
마을 도서관 ‘숲을 걷다’. 안준호 대표는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 어린이, 청소년이 동네에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이름을 생각하다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니 ‘걷기’와 ‘숲’이었다고. 어릴 적 고민이 있을 때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고, 항상 숲을 찾았던 것을 기억한 것이다. 숲과 걷기를 합치니, 숲이 주어와 목적어가 되는 독특한 의미를 가진, ‘숲을 걷다’가 탄생했다. 생명이 살아있는 숲은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고, 걷기는 우리네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안 대표는 갤러리카페를 준비중이다. 그 이름은 ‘또다른 숲’으로, 다른 것을 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숲은 삶 자체를 의미하고, 도시, 마을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로세로 한의원
장항동에 위치한 ‘가로세로 한의원’. 초기에 ‘가로세로 한의원’을 개원할 때 대표 원장이 의도한 바는 ‘가로와 세로의 조화’였다. 음양이나 기혈을 조화롭게 이뤄 자연스럽게 몸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현재 심오진 원장이 운영하는 가로세로 한의원은 비만 관리와 탈모 치료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면서 ‘가로세로’를 유연하게 풀이하고 있다. 비만 관리는 ‘가로는 줄이고 세로는 굴곡있는 몸매로 만들자’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탈모와 관련해서는 ‘가로는 굵게, 세로는 길게 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튼살 관리에도 가로, 세로가 적용되기도 하는데, ‘가로와 세로의 줄무늬를 없애다’는 의미다.
◆사각하늘
원당동에 위치한 야생화카페 ‘사각하늘’. 한옥의 앞마당과 안마당에서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각하늘의 뜻은 ㅁ자 한옥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바로 네모난 하늘이 보인다는 것. 처음 오는 손님들은 거의 ‘사각하늘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며 발을 들이지만,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왜 카페 이름이 사각하늘인지 손님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사모님돈가스
행신동에 위치한 ‘사모님 돈가스’. 사모님 돈가스의 한연호 사장은 처음 돈가스·스파게티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어떤 상호를 사용할까 고민이 많았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조심스럽게 “사모님 돈가스는 어떠냐”며 운을 뗐다. 한 사장은 “처음에는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되뇌다 보니 친근하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엄마가 아줌마로 불리는 것보다 사모님으로 불렸으면 하는 아들의 마음인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언뜻 상호를 보고 지나친 사람들은 ‘아줌마 돈가스’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호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주택가에 위치한 이곳은 특히 주부 손님들이 많은데, 한 사장은 “이들을 모두 사모님으로 부르며 대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연에 찬
유기농 친환경 반찬가게 ‘자연에 찬’은 자연에서 온 반찬, 자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가족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이다. 처음 유기농 반찬가게를 기획하고 상호를 공모했다. ‘자연예찬’, ‘자연으로반찬’ 등 자연을 담은 다양한 이름이 거론됐지만, 이현주 홍보과장이 내놓은 ‘자연에 찬’이 가장 강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상호로 결정한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연예찬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바른 먹거리를 지향하는 그들의 뜻을 알면 자연스럽게 고쳐진다고.
◆초롬터
퓨전한정식 ‘초롬터’. 초롬터의 김선희 사장이 고민하고, 자문까지 얻으며 만들어낸 이름이다. 한정식의 분위기에 적당한 이름을 찾다가, 함초롬하다는 말을 응용한 것이다. 함초롬하다는 상태가 가지런하고 차분하다는 뜻으로, 초롬터는 차분한 곳을 의미한다. 이름처럼 실내 분위기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꾸몄다고. 찾아오는 고객들은 자주 뜻을 물으며, 상호가 예쁘다고 칭찬한단다. 처음에는 초롭, 뽀롱터, 초롱터 등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오래 기억해주는 손님이 더 많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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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이해, 내일신문은 우리 지역의 간판을 살펴봤다. 한글로 표기된 아름다운 간판이 무척 많았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다 싣지 못해 아쉽다. 이번호에서는, 주인장에게 한번쯤 물어보고 싶은 한글 상호만 다뤘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 같은 이름을 지었을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상호들, 지금부터 살펴보자.
◆분홍돼지 사막구경
라페스타에 위치한 액세서리 잡화 전문점 ‘분홍돼지 사막구경’. 상호가 특이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사장은 순수하게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특이한 이름을 고민하던 중, 미술을 전공하는 조카가 ‘분홍돼지 사막구경’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상상해보라. 귀여운 분홍돼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막을 돌아다니는 것을. 그리고 돼지가 자기가 원하는 보물, 오아시스를 찾았을 때의 감격적인 순간을. 이는 흡사 여성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골랐을 때의 희열과도 같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목도 끌고 오래 기억될 이름으로, 작명가도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따뜻한 십이월
행신동에 위치한 중·고등입시전문학원인 ‘따뜻한 십이월’(이하 따십, 행신동에서는 유명학원으로,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따십으로 통한다). 학원이름 치곤 파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십의 박광희 원장은 “따십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12월 초, 아이의 성적에 따라 집안 분위기와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12월에 집안을 훈훈하게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자는 뜻”이라며, “아이들에게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한여름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항상 말한다”고 전한다. 따십의 이름 때문에 목욕탕, 빵집, 카페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지만, 한번 인지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이 상호의 강점이라고.
◆숲을 걷다
마을 도서관 ‘숲을 걷다’. 안준호 대표는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 어린이, 청소년이 동네에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이름을 생각하다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니 ‘걷기’와 ‘숲’이었다고. 어릴 적 고민이 있을 때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고, 항상 숲을 찾았던 것을 기억한 것이다. 숲과 걷기를 합치니, 숲이 주어와 목적어가 되는 독특한 의미를 가진, ‘숲을 걷다’가 탄생했다. 생명이 살아있는 숲은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고, 걷기는 우리네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안 대표는 갤러리카페를 준비중이다. 그 이름은 ‘또다른 숲’으로, 다른 것을 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숲은 삶 자체를 의미하고, 도시, 마을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로세로 한의원
장항동에 위치한 ‘가로세로 한의원’. 초기에 ‘가로세로 한의원’을 개원할 때 대표 원장이 의도한 바는 ‘가로와 세로의 조화’였다. 음양이나 기혈을 조화롭게 이뤄 자연스럽게 몸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현재 심오진 원장이 운영하는 가로세로 한의원은 비만 관리와 탈모 치료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면서 ‘가로세로’를 유연하게 풀이하고 있다. 비만 관리는 ‘가로는 줄이고 세로는 굴곡있는 몸매로 만들자’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탈모와 관련해서는 ‘가로는 굵게, 세로는 길게 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튼살 관리에도 가로, 세로가 적용되기도 하는데, ‘가로와 세로의 줄무늬를 없애다’는 의미다.
◆사각하늘
원당동에 위치한 야생화카페 ‘사각하늘’. 한옥의 앞마당과 안마당에서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각하늘의 뜻은 ㅁ자 한옥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바로 네모난 하늘이 보인다는 것. 처음 오는 손님들은 거의 ‘사각하늘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며 발을 들이지만,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왜 카페 이름이 사각하늘인지 손님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사모님돈가스
행신동에 위치한 ‘사모님 돈가스’. 사모님 돈가스의 한연호 사장은 처음 돈가스·스파게티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어떤 상호를 사용할까 고민이 많았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조심스럽게 “사모님 돈가스는 어떠냐”며 운을 뗐다. 한 사장은 “처음에는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되뇌다 보니 친근하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엄마가 아줌마로 불리는 것보다 사모님으로 불렸으면 하는 아들의 마음인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언뜻 상호를 보고 지나친 사람들은 ‘아줌마 돈가스’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호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주택가에 위치한 이곳은 특히 주부 손님들이 많은데, 한 사장은 “이들을 모두 사모님으로 부르며 대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연에 찬
유기농 친환경 반찬가게 ‘자연에 찬’은 자연에서 온 반찬, 자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가족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이다. 처음 유기농 반찬가게를 기획하고 상호를 공모했다. ‘자연예찬’, ‘자연으로반찬’ 등 자연을 담은 다양한 이름이 거론됐지만, 이현주 홍보과장이 내놓은 ‘자연에 찬’이 가장 강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상호로 결정한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연예찬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바른 먹거리를 지향하는 그들의 뜻을 알면 자연스럽게 고쳐진다고.
◆초롬터
퓨전한정식 ‘초롬터’. 초롬터의 김선희 사장이 고민하고, 자문까지 얻으며 만들어낸 이름이다. 한정식의 분위기에 적당한 이름을 찾다가, 함초롬하다는 말을 응용한 것이다. 함초롬하다는 상태가 가지런하고 차분하다는 뜻으로, 초롬터는 차분한 곳을 의미한다. 이름처럼 실내 분위기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꾸몄다고. 찾아오는 고객들은 자주 뜻을 물으며, 상호가 예쁘다고 칭찬한단다. 처음에는 초롭, 뽀롱터, 초롱터 등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오래 기억해주는 손님이 더 많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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