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 가다

안곡고 ‘영어 고수들의 비법’

안곡고, 영어 특성화 교육의 산실로 우뚝

지역내일 2009-10-09
지난 9월 13일 세계예능교류협회가 주최한 ‘2009 대한민국 학생 말하기 대회’에서 안곡고등학교의 두 학생이 대상과 최고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은 안곡고등학교 1학년 최현진양과 2학년 이혜성양.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에서 지도한 학생들이라는 것. 안곡고등학교(교장 한상익)는 올 초에 영어특성화 학교로 선정되면서 영어 지도에 심혈을 기하고 있다. 안곡고의 영어특성화 교육 현장을 다녀왔다.

안곡고등학교는 올해 3월 영어특성화학교로 선정되면서, 두 개의 영어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어 고수들의 비법’(이하 영고비)으로, 이름 그대로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고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꾸린 영어 수업 시간이다.
전윤미 담당교사는 “영고비는 처음에는 1, 2학년 영어 심화반으로 구성했는데, 1학년에게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서 현재는 2학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 중”이라며, “외국에 거주한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로 구성된 영고비 학생들의 영어 실력에 매시간 놀란다”고 말한다.
영고비의 수업은 정규 수업 후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다른 커리큘럼으로 50분씩 이뤄진다. 월요일은 원어민과의 회화 시간, 화요일은 리딩데이로 TOEFL·TEPS 문제풀이나 영자신문을 읽는 수업이 진행된다. 목요일은 TEPS 중심의 문법을 공부하고, 금요일은 CNN 등을 보고 들으며 리스닝 수업이 이뤄진다.
전반적인 수업 내용은 전 교사가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 전 교사는 “매일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수능 문제만 풀어주는 수업보다는 훨씬 흥미롭다”며, “아이들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전 교사의 열정을 아이들도 아는 것일까. 영고비 출신은 아니지만, 스스로 교사에게 찾아와 지도를 청하는 학생도 있다고. 이번에 최고상을 받은 이혜성양 역시 전 교사에게 지도를 받았다.

다양한 경험, 자신감 얻을 수 있어
리포터가 방문한 날은 금요일, 어학실에서 리스닝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정원 19명 중 10명 정도가 참석했다. 그만큼 강제적인 수업은 아니기에 더욱 분위기가 자유롭고 신선했다.
교사가 나눠주는 프린트에는 주제에 관한 질문과 빈칸 채우기 문제가 빼곡하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남과 여의 대화를 듣고 관련 질문에 답을 하고, 빈칸을 채우는 것. 대학생 수준의 문제에서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답을 찾아내고, 빈칸 채우기도 영어 고수답게 능수능란하다. 또한 CNN 방송을 보며 자연스럽게 영어로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이 흡사 대학 강의실에 와 있는 느낌이다. 토픽 하나와 CNN 방송을 보니 어느새 50분의 시간은 훌쩍 지나고 수업을 마쳤다.
전윤미 교사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좀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다”며, “읽기, 듣기에 그치지 않고, 쓰기까지 교육하고 싶지만, 현 상황에서는 아이들에게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한다. 전 교사는 이외에도 문화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학생 말하기 대회와 같은 영어 관련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최근 영고비 학생들은 파주 영어 말하기 대회에 드라마 부문에 영어 연극을 출품했다. 사물놀이를 주제로 한 드라마로,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대본을 쓰고 연기까지 했다. 이미 동영상을 찍어서 출품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 교사의 전폭적인 수업 지원과 아이들의 열정이 살아있는 한, 영고비의 거침없는 비상은 계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미니인터뷰- 2009대한민국 학생 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한 최현진

최현진(1학년)양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2분 30초의 스피치를 통해 ‘전달력이 뛰어나고 발음과 제스처가 명확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감 넘치는 현진 양의 말에 심사위원들이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현진양은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세계예능교류협회가 주관하는 국제 홍보 행사에 문화홍보단원 자격으로, 내년 2월에는 미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에 말하기 대회에 대한 정보를 들은 현진양은 하루에 1시간 정도 대회 준비에 투자했다. 영작문, 발음이나 손 동작, 시선 처리 등을 전 교사에게 지도를 받고 수정하면서 3주의 준비 기간을 보냈다.
“준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영작이나 발음 등을 선생님께서 고쳐주셨는데, 저는 제스처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영화를 보면서 외국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유심히 보며 연습했지요.”
영고비 수업이 2학년 중심이지만 현진양은 꼭 수업을 챙겨 듣는다. 중학교 때 외고 준비로 영어에는 자신이 있다는 현진양. 영어 심화 학습이 필요했던 터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어 수업이 있어 꾸준히 듣게 된 것이다. 1학년 아이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도 현진양은 언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업을 듣는 이유가 있다.
“원어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저희 수업에서는 마타 선생님과 함께하는 회화 시간이 있어 좋아요. 전윤미 선생님은 CNN, uTube 등 흥미로운 내용을 준비하셔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또 언니들도 성격이 활발해 친하게 지내니 수업이 재미있어요.”
김영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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