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희미하게 교차하며 태양의 파동이 잔잔해질 무렵, 용인 보정고등학교 앞뜰에서는 가을밤을 수놓는 음악의 향연이 시작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면 리듬을 타고 흘러나오는 선율이 학업에 지친 아이들 마음의 빗장을 소리 없이 녹여버리고 만다.
격주 금요일 저녁이면 학교 앞뜰에 모여 음악이라는 피로회복제를 제공하는 보정고 오케스트라단. 단원만 55명에 용인시 학생예능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만큼 실력도 빼어나다. 인문계 고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믄 최강의 오케스트라단. 하지만 우연히 만들어지진 않았다. ‘최고가 되기 전에 만족이란 없다’는 모토 아래 뜨거운 열정을 쏟았던 이미선 음악교사와 55명 단원이 만들어낸 땀의 결과다.
“공부뿐 아니라 음악분야에서도 최고의 학교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어요. 쉽지만은 않았죠.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들이 아니고 학업과 병행해야 했기에 아마추어 수준이었죠. 일부 선생님은 반대를 하시기도 했고요. 교장선생님의 응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이미선 교사는 그동안의 과정은 기적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경험도 없고 악기도 다양하지 않아 편성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누구보다 음악을 좋아했고 적극적이라 새로운 경험을 원했다.
그렇게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은 작은 소곡에서부터 가요, 팝송으로 실력을 가다듬고 금요음악회와 교내 행사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은 인문계 고교에서 입시생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해소했고 독주가 아닌, 합주를 통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소통의 방법도 배우게 되었지요.”
목표가 있을 때 더 큰 발전을 이루게 된다는 생각에 음악경연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밥 먹는 시간을 아끼고, 수업이 끝난 후나 토요일 등 낼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동원해 연습을 해나갔다.
그렇게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는 예능경연대회가 열린 지난 5월 29일. 최후 결전을 벌인 용인외고와 용인 수지고를 누르고 1등의 영예를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바로 우리 이야기였어요. 오합지졸 어설픈 단원들이 모여 힘든 연습을 하면서 어느 순간 마음이 하나로 모이니 해낼 것 같더라고요.”
오케스트라단 악장 임보라(2학년)양의 당찬 소감.
하지만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달 10월 27일에 열릴 경기도대회를 목표로 오늘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연습에 올인 하는 보정고 오케스트라 단원들. 음악으로 전하는 이들의 메시지가 가을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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