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스완즈

플루트는 행복의 호흡을 담아내는 악기

서수원농협하나로마트문화센터 플루트동아리 ‘스완즈’

지역내일 2009-09-25
‘스완즈.’ 일단 우아한 백조부터 떠오른다. 하얀 발레복을 입고 무대 곳곳을 사뿐히 누비는 발레리나도…. 그런데 알고 보니 ‘스완즈’는 플루트동아리란다. 첫 번째 상상이 깨짐과 동시에 또 다른 생각에 빠진다. 대중적이지 않은 악기를 다루는 걸 보면 분명 음악을 전공한 사람일 거라고. 그리고 곧 깨닫게 된다. 두 번째 상상도 편견이었음을, 11명의 솔직담백한 아줌마들을 통해서 말이다.

플루트의 ‘플’자도 모르는 사람도 ‘스완즈’를 만나면 달라진다
음악을 전공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 여기 와서 플루트를 처음 봤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부라도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플루트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멤버들이 추켜세우는 실력파 이혜림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망이 많았다고 한다. “플루트를 만난 지 5년 정도 됐나 봐요. 처음 시작할 때는 플루트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이해가 안됐는데 요즘엔 그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가요. 플루트를 연주하는 순간 잡념이 싹 사라지거든요.”
처음엔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면 좋은 소리에 대한 목마름이 깊어지게 만드는 알듯 말듯 한 녀석이 플루트다. 텅잉(혀끝으로 소리를 끊는 방법), 호흡량과 입술 모양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음색을 내는 일은 참 어렵기만 하다.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허리와 팔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자니 통증도 뒤따른다. 우아한 겉보기와는 다른 힘든 여정이 마치 백조를 닮았다. ‘스완즈’라는 이름은 그렇게 해서 붙여졌다고. 고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총무 오향정 씨의 답이 걸작이다. “그냥 결석하는 거죠, 뭐.” 그래야 플루트가 얼마나 소중하고 그리운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다시 도전의 의지를 불태우러 스완즈로 되돌아오는 11명의 평범한 아줌마들은 그렇게 플루트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아름다운 연주가들이다.

아줌마들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튼튼한 팀워크도 세월처럼 쌓여
그들의 첫무대는 문화센터 발표회, 플루트를 배운지 1년이 채 되지도 않는 시점이었다. 부족하다며 안 된다는 그들을 겁 없이 무대에 올린 사람은 송승미 강사였다. 항상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송승미 강사 덕분에 이만큼 온 것이라는 오향정 씨의 얘기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
“이곳까지 찾아서 온 그분들의 열정을 알기 때문에 보람까지 챙겨드리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좋아했던 마음이 공연으로 결실을 맺게 되면 더 큰 동기부여도 되니까요.” 플루트는 부는 게 아니라 복식호흡을 사용하는 악기라는 송승미 강사는 자신의 몸이 악기화 되어야 좋은 음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찬찬하게 설명해준다.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항상 강조하는 편이다. 친구에게서 어설프게 플루트를 배웠던 김미정 씨는 “이곳에 와서 잘못된 호흡법을 바꾸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고백한다.
저마다 다른 호흡을 실어 하나의 조화로운 호흡으로 만들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제는 몇번만 해보면 어느 정도 서로의 음색을 읽고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팀워크도 성숙해있다. 서로 챙겨주고, 맛있는 거 사먹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새록새록 인간관계도 쌓여간다.

세상 구석구석 플루트 연주가 울려 퍼질 때까지~
플루트를 만난 이후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공연장에서 가족들은 그들의 열렬한 팬이 되고 주위 사람이나 친구들은 그들의 당당한 여가활용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애들 때문에 못한다는 건 핑계에요. 저도 피아노는커녕 악보 보는 법도 몰랐었는데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까 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 대한 김선란 씨의 소중한 경험담이다. 조경미 씨의 플루트 도전기는 이채롭다. 트럼펫을 부는 남편과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싶다는 어여쁜 생각에 남편 몰래 플루트를 배우고 있다고.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스완즈에 모인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봉사’다. 노선정 씨는 “플루트는 언제 어디든지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란 장점이 있다. 소외된 이웃이 있는 곳 어디든 가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으니 좋지 않냐”고 말한다. 자신의 호흡, 자신의 감정을 가득 실어 내뿜는 플루트의 소리로 많은 사람이 마음을 치료하고,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잠깐이지만, 그들이 들려준 아름다운 선율이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내내 잔향으로 남는다. 세상의 구석구석을 향하는 플루트 연주가 우리 마음 속 행복한 비수가 되어 꽂힐 때까지 스완즈의 힘찬 날갯짓은 계속되리라.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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