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명진호 원장

마술과 사랑에 빠지다

매직박스 명진호 원장

지역내일 2009-09-18
고등학생 때 우연히 접하게 된 외국 마술사의 카드마술은 명진호 씨의 인생을 뒤바꿨다. 카드마술의 신비한 매력에 빠져 동영상을 200회 넘게 반복해 본 그는 스스로 비법을 깨우쳤고, 친구들에게 보여준 카드마술은 호응이 좋았다. 그렇게 명 씨는 마술계에 첫 발을 디뎠다.
군입대와 대학생활 틈틈이 마술을 익힌 명진호 씨는 자신의 과를 대표해 축제에 참가하기로 예정됐다. 두 달 뒤 열리는 축제를 위해서는 마술도구를 새로 장만해야 했다. 어머니에게서 20만원, 과에서 10만원을 지원받은 그는 하루 12시간씩 대형거울 앞에서 연습을 했다. “공연 소품이 실크와 카드였는데, 제가 공연하기 직전부터 비가 퍼부었어요. 사회자는 제 이름을 부르는데,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칠 환경이 아니었어요. 보다 못한 친구가 대신 올라가 노래 한 곡을 부른 뒤 사정을 설명해주었지요. 마술사로 성공해 무대에 꼭 오르고 싶다는 각오를 갖게 된 순간이에요.”
아쉽게 공연을 펼치진 못했지만, 마술도구 구입으로 인연을 맺게 된 마술도구 사장의 권유로 명진호 씨는 프로마술사 교육을 받게 됐다. 1년 여 만에 마카오 세계마술대회(2004.08)에서 카드케이스 마술(Card-case Manipulation)로 2관왕의 자리에 오를 만큼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마술은 관객 가까이에서 카드, 동전 등의 소품을 사용하는 클로즈업(Close-up), 퍼포먼스(Performance)와 결합된 무대마술, 인체 절단 등을 보여주는 일루전(Illusion)으로 나뉘는데, 명 씨의 특기는 무대마술과 일루전이다.
신기함과 즐거움을 담은 웃음을 통해 사람과 가까워지는 마술을 사랑하는 명진호 씨는 현재 매직박스의 원장으로 후배 마술사를 키운다. 마술에 흥미를 느낀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며 그들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이 남달랐기 때문이란다. 그의 제자들이 리포터 앞에서 마술을 선보였다. 2년을 배웠다는 그들의 손재주는 놀라웠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마술비법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비법을 안다고 다 마술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열정이 그들을 만든다.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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