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거제박물관 명예관장 조만규 씨

“유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감상할 수 있게 해야죠”

40여 년간 수집한 유물 2,500여점 박물관과 학교에 기증

지역내일 2009-09-11 (수정 2009-09-11 오전 8:24:09)
초·중학교 때 우표를 모은 기억이 있다. 당시 우표 책을 틈만 나면 들춰보며 흐뭇해했다. 동생이나 친한 친구가 하나만 달라고 해도 온갖 변명을 대면서 주지 않으려고 했다. 어른이 돼서도 내가 아끼는 물건은 남에게 선뜻 내 놓기는 항상 쉽지가 않다. 하물며 전국을 돌며 지난 40여 년 동안 힘겹게 모으며 간직해오던 유물을 아무 조건 없이 선뜻 내놓기는 더 쉽지 않을 터.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간직해야 한다는 조만규(77.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씨. 현재 거제박물관과 미리벌민속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열정적으로 수집한 3,000여점의 유물들로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유물을 박물관이나 학교에 기증하여 더 많은 사람과 그 가치를 함께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주 감상할 수 있게 유물을 기증하게 됐다는 조만규 씨.

해운대 고등학교에도 유물 기증

그는 거제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의령박물관, 부산박물관, 울산시립박물관 등을 비롯해 경남대박물관, 부산대박물관, 동아대박물관, 동래고등학교, 부흥고등학교 등 부산. 경남지역 박물관과 학교 등에 2500여점을 기증했다.
조 씨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산시장 감사패, 거제박물관 감사패, 국립진주박물관 감사패, 경상남도지사 표창,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경상남도박물관협의회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 때는 해운대 고등학교(교장 신정철)에도 신라·고려.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 66점을 기증했다.
그런 그를 지난 월요일 오전 유물이 전시돼 있는 해운대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힘들게 모은 유물을 기증할 때 사실 아까운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라는 질문에 “아깝기는요? 박물관이나 학교에 전시되면 집에 두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감상할 수 있어 좋잖아요. 유물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소중하게 물려 줘야 하는 게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유물수집이 인생의 전부인양 유물수집에 열정적이었지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유물도 필요한 곳에 모두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유물을 살피던 해운대고등학교 신정철 교장은 “학생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살펴보며 설명까지 일일이 읽어보는 등 교육적 효과가 큽니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이렇게 학교에 전시돼 있으니 학교를 찾은 외부 손님들 까지 쉽게 감상할 수 있어 더욱 고마운 일이죠“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물이 전시된 해운대고등학교 신정철교장과 조만규 씨

돈 생길 때마다 전국 돌며 구입

평양 태생인 조 씨는 6·25전쟁 때 혈혈단신 월남해 부산의 환경처리회사에서 40년간 일하다 대표이사까지 지낸 뒤 2005년 퇴임했다. 그는 쓰레기와 인분을 수거하면서 어렵게 생활했으나 우리 소중한 문화재가 일본을 비롯한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이 안타까워 돈이 생길 때마다 전국을 돌며 골동품 가게 등에서 하나둘씩 구입해 유물을 수집했다. 조 씨는 "유물을 수집할 때의 그 설렘만큼 기증의 기쁨도 크네요. 더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쉽게 더 자주 유물을 감상할 수 있고 교육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정순화 리포터 jsh01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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