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버스 타고 여름 바다로 GO~GO~

지역내일 2009-08-14 (수정 2009-08-14 오후 12:26:17)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들고 싶은 요즈음. 옆 동네 놀러가듯, 쉽게 해수욕장 다녀올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찾았다. ‘버스 타고 해수욕장 가기’.
고양교통 96번(구 960)과 명성운수 3300번은 해수욕장 바로 앞까지 가지는 않지만, 중간에서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바닷가까지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오전에 출발해서 오후에 돌아오면 저녁밥 먹고 오이팩까지 할 여유가 있다. 무엇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도로 정체, 주차 걱정은 두 말 해서 무엇하리. 어느 화창한 여름 날, 물놀이 튜브를 어깨에 메고 버스에 올랐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hanmail.net

#세계적인 갯벌이 있는 동막해수욕장

오전 6시. 곤하게 자던 아이가 ‘해수욕장’이란 속삭임에 용수철 튕기듯 일어났다. 가방 하나에 밥과 반찬, 0.5리터 생수 6병, 수건, 여벌 옷을 담고, 파라솔 대용 우산과 돗자리를 챙겼다. 이제 버스정류장으로 출발~!
8:00~9:00 백석역에서 96번 버스를 탔다. 버스 창문에 ‘동막해수욕장 연계’라 쓰여 있는데, 그 뜻은 ‘강화터미널에서 다른 버스로 연결해서 가라’는 것이다. 강화터미널까지 무려 57개 정류장이 남았다. 벌써부터 속이 울렁대는 것 같다.
1시간 후, 강화터미널 도착. 다행히 9시 25분에 출발하는 동막행 버스가 있다.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라,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많이 기다릴 수 있다. 군내버스에는 마니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빼곡히 탔다. 요금은 일반버스와 같은 1000원.
9:30~10:00 언덕을 오르내리며 버스가 달린다. 함허동천에서 등산객들이 내리고 버스 안은 텅 비었다. 차창 밖에는 통통배가 한가로이 떠 있다.

바다의 끝을 잡고 풍덩!
바다다! 만조 시간이 2시간(우리 가족이 찾은 7월 19일 만조시간은 오전 8시)이나 흘러 바닷물이 성큼 뒤로 물러나 있다. 그 검고 미끈미끈한 개펄을 겅중겅중 걸어서 바닷물에 풍덩! 하지만, 파도가 거의 없는 썰물은 아무래도 낯설다. 1시간 정도 텀벙대던 아이들도 달아나는 바다를 더 이상 좇지 않고, 뒤돌아서 개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동막해수욕장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갯벌 체험을 하기에 좋은 곳. 바닥을 파면, 칠게, 가무락, 갯지렁이 등 바다 생물을 잡을 수 있다. 만조 후 4시간이 지나자, 바닷물이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앞섬’이 ‘앞산’이 되었다. 둥둥 떠 있던 배들도 갯벌 위에 살포시 앉아 버렸다.
흙범벅이 된 아이들과 샤워장을 찾았다. 해수욕장 중간에 있는 공영샤워장은 편리한 시설에,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미취학 아동 1000원, 그 이상은 1500원.
샤워 후에는 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었다. 동막해수욕장의 좋은 점은 백사장 뒤로 솔밭이 있어서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이다.
13:30~14:00 빨리 오는 버스를 탄다는 것이 멀리 돌아가는 화도행 버스를 탔다. 그래서 시간이 두 배나 걸렸다. 바닷가 지중해풍 펜션들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는 석모도로 가는 배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14:30~15:30 강화터미널에서 96번 버스를 탔는데, 아침과 달리 운전수 아저씨가 행선지를 물었다. ‘고양시 백석동’이라고 하니, 어른은 1700원(카드 1600원), 초등학생은 800원이란다. 아침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고 말하자, 기사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양시에서 출발할 때는 고양-김포간 탑승객이 많아서 일일이 물어보지 않은 것 같다.

# 넓은 백사장의 을왕해수욕장

8월 1일, 만조시간은 오후 1시. 바닷물이 가득 차는 때가 다행스럽게도 오후 1시여서 느지막하게 일어나 해수욕장 갈 채비를 한다. 이번에는 짐이 더 간소하다. 간식삼아 먹을 빵과 과자, 생수 한 통. 수영복, 수건, 작은 양산 하나, 그리고 돗자리. 아이가 물놀이 튜브와 물안경을 챙겨 들고, 문 앞에서 “빨리 가자”고 성화다.
11:30~12:00 백석역에서 3300번 버스를 탔다. 버스카드에서 7500원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초등학생 이상 성인은 모두 같은 요금이다. 입이 쩍 벌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탄다지만 비싸다. 그 대신 3300번은 일산 백석동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단 한 곳도 정차하지 않고 쌩쌩 달렸다.
12:30~13:10 인천국제공항의 을왕해수욕장행 버스 정류장. 인천 시내에서 오는 차들이 이미 피서객을 꽉 태우고 있어서, 여기 승객까지는 싣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일산에서 왔다는 가족을 만났다. 이들은 원래 백석동에서 택시를 타고 을왕해수욕장으로 가려 했는데, 길이 너무 막혀 이곳으로 온 것. 택시 운전사가 “그래도 버스는 들어갈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단다. 택시비는 1만원 깎아서 3만 5000원.
갑자기 버스 네 대가 동시에 오는 바람에 가까스로 111번을 탔다. 공항에서 탄 승객들은 버스 입구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갔다. 그나마 공항남로에서는 도로 끝까지 차들이 막혀 있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어떤 차들은 중앙차선을 넘어 되돌아가기도 했다. 버스 운전사는 “15분이면 갈 길을 1시간은 가야될 것 같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덥고, 다리 아프기를 40분. 예상보다 빨리, 다른 차들보다 빨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버스 타고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동해, 남해가 부럽지 않은 해수욕장
만조시간을 딱 맞춰서 왔더니 완벽한 해수욕장이 기다리고 있다. 드넓은 백사장,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바닷물, 찰랑대는 파도와 시원한 바다 바람 한 줄기까지. 그런데 강렬한 햇빛이 백사장을 바싹 굽듯이 내리쬐었다. 파라솔 하나를 빌리려니 ‘대여료 2만원’이란다, 우리는 그냥 양산과 모자를 이용해 태양을 피하기로 했다. 해변관리소의 스피커에서는 연신 ‘분당에서 온 000’, ‘상계동에서 온 △△△’ 하며, 미아 찾기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닷물이 한 발자국씩 물러나가고, 파라솔 장사들은 젖은 모래밭 위로 파라솔을 새로 심어 나갔다. 을왕해수욕장의 특징은 모래톱의 폭이 200m로 넓다는 것. 젖은 모래밭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구멍 파고, 벽 쌓고, 톡톡 다지는 모래놀이가 한창이다.
16:00~16:30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승객 전원이 앉아서 갔다. 아직도 들어오는 승용차가 많아서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 우회도로로 달렸다. 해수욕장에 갓 도착한 20대 청년들이 “해변으로 가요~” 하며 흥얼대고,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들이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낑낑대며 들고 가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바닷물이 빠지는 저녁에는 ‘바다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17:30~18:00 인천국제공항 안을 한 바퀴 돌고 버스를 탔다. 8000원인 광역버스 요금이 조금 아까웠지만, 세계적인 국제공항을 언제 이렇게 샅샅이 구경해 볼까 싶었다. 마침 이벤트 홀에서 재즈 밴드의 공연이 있었고, 특별 전시실에서 도자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출국하는 사람들의 소란함과 입국하는 사람들의 감격스런 재회가 우리 기분마저 들뜨게 했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낯익은 우리 동네 골목을 걸으면서, 2시간 전만 해도 을왕해수욕장을 첨벙대고 다녔던 것이 꿈만 같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철썩~철썩~.

Tip 8월 인천 앞바다 만조 시간

14일 09:22
15일 10:29
16일 12:29
17일 14:08
18일 15:15
19일 16:06
20일 16:53
21일 17:35
시간 확인 www.bada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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