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東醫寶鑑)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많지만 한국한의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큰 발걸음의 시작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동의보감 말고도 한국한의학의 독창성을 나타내는 분야가 또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체질침법이다. 한의학이 원래부터 질병을 보는 관점을 사람 중심에 두긴 했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각 개인의 특수성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간파하고 침법으로 체계화시켜 놓은 것은 한국의 체질침이 유일하다. 기준에 따라 대상을 여러 분류법으로 분류할 수 있듯이 체질침법도 현재 임상에서 몇가지 방법으로 분리되어 운용되고 있으나 기본적인 관점은 동일하다.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오장육부가 약간의 편차를 가지고 태어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건강한 사람의 경우 오장육부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五行)의 상생상극처럼 생리적인 범위 내에서 서로를 도와주거나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완전히 멈추어진 완벽한 정적(靜的)평형상태가 아니라 일정한 방향성과 움직임을 가진 동적(動的)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즉 사람에 따라서 오장육부 각각이 강약의 움직임에 개별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타고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체질은 시간적인 순서로 따졌을 때 간의 기(氣)가 약해지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이 근본적인 결함인 체질로서 그러한 변화가 생리적 범위를 넘어설 때 병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한 변화가 이 체질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순차적인 연쇄반응으로 나타난다. 간이 허해지니 간이 억제해야할 비토(脾土)를 제어하지 못하여 비토가 지나치게 항진되고 그 영향을 신수(腎水)가 받아 억눌림을 당하여 결국에는 심화(心火)까지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간의 기가 허해진다든지 심화가 항진된다든지 하는 것은 그 해당 장부경락의 에너지상태가 그렇다는 것이지 양방검사상으로 기질적인 변화가 오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그리고 동적평형상태가 중요한 것이지 약해지는 것이나 강해지는 것이나 둘 다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각 체질의 상대적인 우월함과 열듬함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기감(氣感)과 직관(直觀)이 발달하여 우주삼라만상에 대한 통찰력을 가졌던 선인들이 밝혀놓은 바이고 경락의 경혈이라는 기의 통로를 통하여 각 장부의 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체질침 시술을 위한 체질판별은 오직 오랜기간 숙련된 한의사의 진맥에 의하며 손목 요골동맥 부위의 좌우 촌관척맥을 비교하여 판별한다. 진맥을 통하여 체질판별이 되면 주슬(팔꿈치와 무릎)이하의 오수혈(장부의 오행을 조절하는 12경락의 혈)에 침을 놓음으로써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 잡는다. 체질침은 몸에 큰 이상이 없을 때에도 정기적으로 시술받으면 큰 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체질침법은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침법으로서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며 이론과 실제가 부합하여 임상에서 탁월한 효과를 낸다. 경락이나 기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보다 나은 의학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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