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어린이집’ 건립 놓고 이견 왜?

9월 4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건립 여부 판가름

지역내일 2009-08-28 (수정 2009-08-28 오전 10:20:53)
고양시 …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계속 확충해야
보육시설연합회 … “행신·화정 지역보다 더 급한 곳부터 설치”

화정동 ‘백양어린이집’건립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의견이 분분하다.
시청 홈페이지에는 “부지 본래 용도대로 도서관을 지어야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과 “국공립보육시설이 필요하다”는 엄마들의 목소리로 뜨겁게 달궈졌다.
여기에 일부 고양시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고양시가 추진하려던 ‘1동 1보육시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백양어린이집은 지도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덕양구 화정동 1000㎡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오는 10월에 착공해 내년 6월 완공 예정인데, 전체 사업비 17억원 가운데 50%인 8억5000만원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한다. 고양시가 지난 4월 두 기관이 실시한 지원 대상 공모에 참여해 선정된 것. 백양어린이집이 건립되면 저소득층 및 장애인 가정과 다문화가정·맞벌이 부부 등의 자녀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백양어린이집 부지는 당초 도서관 용도로 남겨 뒀던 곳이다. 그래서 일부 덕양구 주민들은 도서관 부지에 왜 보육시설을 짓느냐며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가족여성과 김임연 과장은 “도서관 부지 활용 부서인 고양시정보문헌사업소에서 백양근린공원 부지는 화정도서관과 1km, 행신어린이도서관과 800m 떨어져 있어 굳이 도서관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 용도를 국공립 보육시설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평균보다 약간 웃도는 8% = 정부는 ‘새싹플랜2010’에서 보육이 필요한 아동의 30%가 국공립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양시도 보육중장기계획(2006~2010)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시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왔다.
고양시의 국공립 보육시설은 2006년 6곳에서 2007년 9곳 개원, 2008년 10곳이 개원해 현재 39곳(국공립 32곳, 법인 7곳 포함)으로 전체 보육시설 중 8%(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공립보육시설이 5.5%인 것에 비해 조금 높은 수치다)에 달한다.

◆보육시설이 시급한 곳부터 지어야 = 고양시에서 2006~2008년 사이 국공립 보육시설이 많이 늘어나게 된 데에는 풍동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주택공사가 어린이집을 지어 기부채납 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간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이어서 그동안 국공립 보육시설이 늘어났을 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헌데 이번 백양어린이집의 경우는 이미 보육시설이 포화상태인 지역에 국공립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니 민간 시설장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고양시보육시설연합회측은 고양시가 보육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고 건물부터 짓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육시설연합회 윤미경 총무는 “화정·행신동은 보육 정원보다 현원이 1300여명이나 적다. 상황이 이런데 굳이 시립 어린이집을 또 짓는 필요가 있느냐”며 “고양시가 보육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국공립 보육시설이 꼭 필요한 동네에 짓는 게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덕양구 행신동의 경우 보육정원을 놓고 비교해 보면 보육시설연합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보육정원 1266명((2009년 6월 말 기준)인 행신2동에는 국공립시설이 하나도 없는 반면 1103명인 행신3동에는 4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무는 “고양시가 민간 시설과 경쟁하듯 시설 확충을 할 게 아니라 대다수 잘 운영되고 있는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시설 수준 끌어올리려면 국공립 보육시설이 필요 = 고양시 가족여성과 김임연 과장은 국공립 보육시설이 필요한 이유로 ‘견제구 역할’과 ‘취약 보육을 위한 시설’이라고 정리했다.
“국공립보육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민간 보육시설에서도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너도나도 동참하게 될 것이다. 사실 민간도 시설 좋은 곳, 투자 많이 한 곳은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또 국공립 시설은 지역제한이 없다. 화정동에 들어서기 때문에 그 지역 민간 시설이 피해를 본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두어린이집의 경우 타지역에서 오는 비율이 58%에 달한다.”
지난 7월에 열린 제144회 고양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는 강현석 시장과 몇몇 시의원 간에 고양시 보육정책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시정질문에 나선 김경희 시의원은 “국공립 보육시설은 고양시 보육 환경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며 모범적으로 보육시설 운영을 하고 질높은 서비스를 하는 게 핵심”이라며 “고양시가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생색내기 좋은 방향으로 보육정책을 끌고 가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공립 시설은 서비스를 받기 힘든 시 외곽지역이나 민간시설이 기피하는 지역, 취약 보육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현석 시장은 “국공립 보육시설 대기자가 적게는 60명 많게는 390여명에 달할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국공립 시설을 더 늘려가야 한다는 게 시의 원칙”이라면서 “민간을 지원하는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함과 동시에 2010년 이후 보육사업의 구체적인 방향 설정을 위해 시민 보육 욕구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민간보육시설이 평가인증을 통과 하면 100~200만원 환경개선비를 지급하고, 교사 3년 이상은 5만원 5년 이상은 7만원을 보조해준다.
김임연 과장은 “민간시설이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백양어린이집의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타는 엄마들 = 김혜련(36·옥빛마을)씨는 시의회와 민간 시설에서 백양어린이집을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딸 애가 13개월일 때 보육시설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집 옆에 시립어린이집이 있지만 대기 한 지 10개월만에 전화 올 정도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궁여지책으로 집 근처 민간시설을 가봤는데 좁고 햇볕도 잘 안 들어오는 열악한 시설이었다. 할 수 없이 은빛마을까지 가서 평가인증 받은 어린이집으로 보냈다”며 “국공립보육시설은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재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아이(7세, 만 4개월)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 이윤신씨는 “작은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화정시립어린이집(영아전담)에 대기자로 올렸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아 내후년이나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백양어린이집을 꼭 지어달라”고 말했다.
8억5000만원 예산을 절감을 해서 짓게 될 시립 ‘백양어린이집’의 향배는 오는 9월 4일 고양시의회 제145회 임시회에서 논의될 ‘공유재산관리계획’이 어떻게 결론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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