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두려운 엄마들의 속이야기

아이는 방학시작, 엄마는 출전전야

방학 중 생활지도, 학습관리, 식사까지 해결하는 비법

지역내일 2009-07-17 (수정 2009-07-17 오전 11:30:11)
지루한 장마 속에서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있다. 어린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마음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 방학은 그 때와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더 팍팍한 스케줄에 방학이라 즐거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초등학생들은 마냥 즐거운 여름방학이다. 늦잠 자고 TV 보고 물놀이에 엄마표 간식까지.
아이들은 즐거운 방학이 시작되는 이때, 엄마는 출전전야 같은 마음이다. 무더위 속에서 하루 세 끼 아이들 식사에 간식까지 챙겨야 한다. 거기다 집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덥다고 아이들을 마냥 놀게 할 수 없어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다른 아이들은 영어연수에 갖가지 캠프로 강력 충전하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만 좁은 집, 학원 오가며 지지고 볶고 있는 게 아닌지 마음만 무겁다.
미워할 수 없는 원수(?)들과 치루는 한여름 이 길고 긴 전쟁, 어떻게 전략과 전술을 짜야 하나?
행복하게 먹고, 즐겁게 공부하며 다 같이 승리하는 여름방학 보내기의 울고 웃는 사연들을 나누며 묘책을 찾아보자.



“나홀로 차 한 잔 하고파~”

초·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했다. 아이들 방학이 부모들에게는 ‘개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부딪히는 시간도 많아진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두 아들을 둔 김미화(41·좌동) 씨. 벌써부터 머리가 찌근찌근하다.
“마음 놓고 늦잠 자는 아이 겨우 깨워 밥 먹여놓으니 한 놈은 컴퓨터 한 놈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번갈아 자리 바꾸어가며 뒹굴뒹굴하는 데 정말 보기 싫어 죽겠어요. 둘이 같이 붙어있으니까 서로 싸우기도 하고 장난치느라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요. 집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어질러놓지, 메뉴 바꾸어가며 점심 챙겨주고 간식 챙겨주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엄마들 점심모임도 애들 개학이후로 미루었다.
김씨는 남편 출근 시키고 아이들 등교 시킨 후 깨끗이 청소하고 차 한 잔 마시던 그 달콤한 때가 너무 기다려진다고.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 날리고”

초등학생 두 아이 엄마 진선미(39·연산4동) 씨. 매일 오전에 하던 스쿼시를 애들 방학 동안에는 쉬기로 했다. 겨울 방학 때 애들만 남겨두고 운동하러 갔다 왔더니 집안은 난장판이고 아래층으로부터 시끄럽다는 항의까지 받았기 때문.
그렇다고 하루 종일 같이 있자니 너무 갑갑하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두 아이들과 함께 동네탁구장에 등록해 함께 다니기로 했다.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날리고 일석이조란다.



“내 사랑 TV, 안녕~”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권지민(38·남천동) 씨는 방학만 되면 아이들과 더 싸우게 된다. 영어·태권도 학원만 다니는 아들은 그 외 시간을 거의 TV 앞에서 먹으며 산다. 딸까지 틈만 나면 TV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혼자 드라마 재방송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권씨는 그 달콤하고 안락한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들이 TV 중독이 아닌가 걱정이 태산이다. 야단쳐도 그 때뿐. 심하게 잔소리를 하면 그 날 하루 온 가족이 서로 툴툴거려 더 힘이 든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는 권씨. ‘내 사랑 TV’와 작별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남편의 반대까지 뿌리치며 거실에서 아니, 집에서 TV를 쫓아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책장을 짜고 거실 중앙에 책상용으로 쓸 수 있는 4인용 대리석 식탁을 놓았다. 아이들 공부부터 남편 신문읽기, 간식까지 먹는 다용도 공간으로 변신한 거실.
울며 겨자 먹기로 내 사랑 TV와 이별했지만 변해가는 생활문화에 올 여름방학은 아무래도 승전보를 울릴 듯!!



“교과서와 연결된 체험학습 떠나요”

4학년 아들을 둔 최자영(39· 동래구 사직동) 씨는 방학 한 달 전부터 놀 계획만 세우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홧병이 날 지경이다. 기말고사 성적은 엉망으로 받아놓고 방학에는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저 웬수’의 말에 어이가 없단다.
이런 아들을 앉혀두고 공부시킨다고 제대로 될 리도 없을 터. 그래서 최씨가 생각한 건 교과서와 연결된 체험학습이다. 엄마가 먼저 2학기 교과서를 찬찬히 훑어본 다음 그 교과들과 관련된 경험들을 준비해 주는 체험학습이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다.
교과서에 별자리에 관한 단원이 있다면 별자리 캠프에 참가시킬 수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사회과목에 실린 유적답사를 떠날 수도 있다. 1학기에 배운 걸 함께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이렇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은 2학기가 되면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눈빛부터 달라질 거예요. 특히 소극적인 아이,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은 영어 단어 외우는 것보다 훨씬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라며 웃음 짓는 최씨에게 방학은 더 이상 아이와의 전쟁기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도서관에 출근도장 찍기요”

초3, 초5 두 자녀를 둔 서진숙(42· 해운대구 반여동) 씨는 여름방학 시작하는 날부터 매일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기로 아이들과 약속했다. 평소 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해 엄마가 두 팔 걷고 나선 것.
해마다 방학이면 학원을 더 추가해 학습 면을 중요시 해왔는데, 독서를 도통 안 하는 아이들 때문에 이번 여름방학엔 모든 걸 제쳐두고 책읽기에 올인 해보자는 계획이다.
우선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매일 엄마와 함께 도서관 나들이를 떠난단다. 가는 길에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기대해본다.
최씨는 “도서관에서만 책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출도 해 집에서 온 가족이 한 권의 책으로 토론을 해 볼 계획이에요. 그로 인해 아이들과 공감대도 형성될 것 같아요”라며 책읽기의 좋은 점을 말한다.
올 여름 방학, 최씨는 도서관 책의 바다에서 신나게 헤엄 칠 두 아이를 생각하면 절로 즐거워진다.



“집밥은 하루 두 끼만 먹어!”

방학이 되면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입 짧은 아이들 식사준비라는 이수진(40·우동) 씨. 나이가 들어가며 요리하는 게 점점 더 싫어진다는 이씨는 원래 요리에는 취미가 없다.
평소에는 아침 대충 먹고 점심은 각자 학교 회사에서 든든하게 해결하면 저녁만 알차게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하루 세 끼에 특별간식까지 요구하는 아이들 등살에 겁부터 난다. 야식까지 주문하는 남편이 야속하다.
“그래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요리를 해 보지만 그 쪽으로 영 재능이 없어 남보다 시간만 많이 걸리고 가족들 반응도 별로이다. 거기다 무더운 한여름 집안은 찜통이 된다. 결국 힘들고 지치면 가족들에게 푸념을 하고 짜증을 낸다.
그래서 이씨는 아직 가족들에게 공포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큰 결심을 했다. “집밥은 하루에 두 끼만 먹어!”라고. 엄마가 살아야 가족도 산다. 더운 낮 시간 점심은 시켜먹든 외식을 하고 주말엔 중학생 큰 딸과 남편이 한 요리도 꼭 먹어 볼 계획이다.
외식을 싫어하는 가족들이라 불만이 많겠지만 여름방학만큼은 엄마도 즐겁게, 시원하게 먹으며 보내고 싶다고 이씨는 말한다.

김부경·김영희·박성진·정순화 리포터 thebluemail@hnamail.net





<현명한 엄마들의 여름방학 5대 실천방안>

하나, 아이들과 함께 방학생활 계획표를 만들자

방학생활 계획표는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 그러나 아이들은 현실성 있는 계획표를 짜기 어렵고, 부모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기 쉽다. 때문에 계획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짜면서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아이는 자신 스스로가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더 노력하기 때문이다. 또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공부라는 식의 일일 계획표는 아이가 금방 질릴 수 있기 때문에 월수금은 수영 배우기, 화목토는 피아노 치기 등 요일별로 짜는 것이 좋다. 상과 벌을 정해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 아이들과 매일 대화의 시간을 갖자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므로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엄마가 친해지기 위해선 매일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아이의 관심사나 고민을 화제로 아이가 대화의 주도권을 갖도록 해서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관심을 쏟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셋, 적절한 야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자

방학은 평상시 쌓인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간이기도 하다. 적절한 야외활동은 필수. 아이의 성향에 맞는 적합한 활동을 골라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의가 산만한 아이라면 마음껏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스포츠를,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차분한 성격의 아이라면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 타기 등 혼자 하는 야외활동이 좋다. 부모가 함께 운동을 한다면 더 없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넷, 아이와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자

아이는 엄마와 함께 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 이야기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엄마가 책을 골라주고 아이에게 무조건 읽으라고 다그치지 말고 옆에서 도와주는 조언자의 역할만 하고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면 훨씬 흥미를 가질 수 있다. 방학동안 읽을 도서목록을 정해 가까운 도서관에 규칙적으로 방문해 독서하고 대출을 하는 것도 책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부모와 함께 토론시간을 가져보면 더욱 좋다.


다섯, 때로는 엄마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방학동안 아이와 내내 씨름하다 보면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어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고 이런 짜증은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거리 확보가 필수. 아이를 캠프에 보낸다거나 이웃집이나 친척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게 하는 방법을 통해 엄마 혼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래 엄마들과 번갈아 가며 품앗이로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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