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는 문화 전쟁 중이다. 표현이 자극적이긴 하지만 자국의 문화유산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조선왕릉 40기가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갈수록 등재 기준이 엄격해지는 가운데 우리 문화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 할 수 있겠다. 좁은 눈으로 보면 그저 우리에겐 익숙한 문화유산이지만 세계의 눈으로 보면 무한대의 가치를 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우리 문화유산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다행이 이번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우리 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서오릉에서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영란씨를 만났다. 그는 고양시 문화관광 해설사회 회장으로 우리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2004년부터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며
중국어에 능통한 임영란 회장은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기 이전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들을 위해 중국어 통역을 했다.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종묘와 경복궁 등을 안내하기 위해 리플릿을 펼쳐 들고 설명을 하려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한국 사람인 자신도 우리 역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게 설명돼 있었다.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던 차에 문화관광 해설사를 위한 교육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 길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역사는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었고, 알면 알수록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쏟아났다.
교육 과정을 마친 후 고양시에 있는 초가집과 행주산성에서 관람객들에게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해주는 활동을 해 왔으며, 현재는 서오릉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 문화유산인 창덕궁이나 종묘, 인사동 등을 방문한 중국인들을 위한 중국어 통역 일도 계속하고 있다.
서오릉에서 만난 임영란 회장은 명릉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명릉은 누구의 묘일까요?” 그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관람객들은 “명릉은 바로 숙종과 인현왕후의 묘랍니다”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럼, 대빈묘는 누구의 묘일까요? 대빈묘는 바로 경종의 생모인 장희빈의 묘랍니다. 이처럼 왕릉의 이름은 왕의 이름과는 다르지요. 많은 사람들이 왕릉의 이름을 숙종묘, 장희빈묘 등으로 바꾸면 안 되냐는 질문을 하시는데 왕릉의 이름은 왕의 전 생애를 분석하고 평가해 그에 걸 맞는 시호나 묘호로, 왕의 서거 후 다음 대의 왕과 신하들이 함께 짓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지금 후손을 위해 그 이름을 편의대로 바꿀 순 없는 일이지요.”
임영란 회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가 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바르게 전달하며 우리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전달하는 중요한 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적지와 유원지를 혼동하는 사람들
임영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그저 무심하게 문화유산을 찾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우리 문화유산이라도 모르고 지나가면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의 이치가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하게 되는데 우리 문화유산도 꼭 그렇다”고 전한다.
“서오릉을 찾아왔다면 최소한 그 곳이 어느 왕의 묘역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그저 산책이나 하고, 나들이 삼아 도시락만 먹고 가려고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적지와 유원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엿보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알아간다면 분명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거예요.”
임영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 왕릉을 비롯해 사대문 안의 궁궐과 종묘 등은 모두 한 시대를 이끌었던 왕들의 생과 사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한다. 궁궐 안에서 살던 왕들은 죽어서 왕릉에 묻히게 되고, 다음 대의 왕들은 종묘에서 제례를 지내며 선왕을 뜻을 받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왕릉은 궁궐, 종묘와 더불어 조선 왕실의 3대 문화유산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문화유적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반드시 문화관광 해설사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현재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회 회원들은 39명으로 이들은 서오릉과 서삼릉, 행주산성과 초가집, 호수 공원 등에 상주해 관람객들에게 문화유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월요일 유적지의 정기 휴일을 제외하곤 주중 주말 상관없어 회원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의 유산, 지혜롭게 보존하길
1329년 시작한 조선은 600여 년이 넘는 시간을 흘러 현대를 사는 우리 곁에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머물고 있다. 돌아보면 언제든 마음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왕릉인 서오릉이나 서삼릉은 긴긴 역사를 담고 있는 정말 소중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임영란 회장은 “우리문화 유산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이제 세계인의 문화유산”이라며 “또한 지금 우리의 것만이 아닌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고스란히 남겨줘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정성어린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유적지에 음식물 반입을 규제하는 관련 조례가 없어 유적지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외국에서는 반바지나 슬리퍼를 신고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도 규제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음식물을 아이스백 가득 담아 들고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으로 유적지를 방문하는 관람객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왕릉에 올 때는 조상의 묘란 생각으로 조금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고 찾아오면 좋겠다”며 “아름다운 왕릉의 정원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우리 문화유적지를 바라봐 준다면 지금 보다 훨씬 지혜롭게 우리문화 유산을 보존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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