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킹콩을 들다="">를 봤어요. 여중생 역도부를 만들어 가르치는 외롭고 우직한 코치 역을 맡은 이범수의 연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묵묵히 체육지도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더구나 그 지도자가 여성이라면?
김포시에 유명한 여성 배드민턴 지도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을 취했는데, 바쁜 일정 때문에 약속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침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에, 한적할 줄 알고 찾아간 김포의 장릉클럽에서 주인공 허난실(46) 코치는 회원들과 레슨 약속을 잡는 전화 때문에 여전히 바쁜 와중이었습니다.
손에서 라켓 놓은 날 없다
허난실 코치의 삶은 ‘배드민턴과 함께 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큰 애 임신, 출산으로 6개월, 작은 애 때 6개월 빼고는 하루도 라켓 안 잡은 날이 없어요.”
그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육상선수였다. 초등 5학년 때 담임교사가 ‘키 크고 잘 뛰는’ 허난실 어린이를 찍어서(?) 특별활동인 배드민턴부에 넣었다. 그 후 그는 그냥 멋모르고 출전한 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게 된다. 경기를 눈여겨보았던 중학교의 감독이 그를 자기 학교 선수로 스카우트 했다. 덕분에 집에서 먼 곳까지 중학교를 다녀야 했지만,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에 출전하면서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대학은 상명사대 체육과. 2년 정도 선수생활을 하다가 배드민턴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니까 그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출신(선수 출신) 지도자다.
“선수생활보다는 코치생활이 제 성격에 잘 맞았어요.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더 소질이 있더라고요.”
허씨가 생활체육 지도자를 시작한 때가 스무 살 무렵. 당시는 우리나라에 여성코치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배드민턴 동호인이 늘어 코치도 많이 필요하고, 더불어 여성코치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넘은 여성코치는 보기 드물다.
“어릴 적부터 운동만 해서 사회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배드민턴 코치를 하니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되었어요. 배드민턴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이라서 사회성과 소통능력이 참 중요한 덕목이거든요. 레슨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제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여성의 직업으로는 대통령도 안 부러워요.(웃음)”
허난실 코치의 배드민턴 예찬론은 계속된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고민거리가 생겨도 배드민턴 코트장에 와서 레슨을 하다보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잊어버려서 우울증 걸릴 틈도 없었어요. 정말 배드민턴 때문에 살았다고 할 수 있죠. 다시 태어나도 저는 배드민턴 코치를 할 겁니다.”
긍정의 힘이 팔방미인을 만든다
에너지가 넘치는 그도 30대는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한다. 현재 대학 1학년인 큰 아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선수로 키워냈다. 그 뒷바라지가 여간 힘들지 않았을 터.
레슨 받는 사람 수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한 코치생활로는 아이 둘을 키우기에 경제적인 압박이 심했다. 그래서 운동 밖에 모르던 그가 선배의 권유로 보험모집인으로 나서게 된다. 생전 처음 해 본 보험세일즈는 그를 더욱 겸손하게 단련시킨다.
“코치가 누구나 인정해 주는 위치였다면, 보험모집인은 반대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지요. 6년 정도 보험 일을 병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더 많이 세상을 배웠어요.”
소중한 경험 덕에 그는 동호인들에게 섬세한 일대일 맞춤형 레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소극적인 성격의 회원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개인의 특성과 컨디션에 따라 적절하게 레슨강도를 조절하는 등 동호인들이 배드민턴을 즐기며 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긍정적인 마인드, 생활 속의 공감대 형성, 폭넓은 대화, 수용능력, 소통능력 등을 십분 발휘하는 허 코치는 회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우리 코치님은 팔방미인이죠. 워낙 인품과 성격이 좋고 열심히 가르치니까 회원들이 다 인정을 해요. 타 클럽에서 레슨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니까요.”(장릉클럽 성관일 총무)
“워낙 운동신경이 둔한 저에게 자신감을 주셨어요. 제가 하는 폼을 그대로 따라하는 코치님 모습에 깔깔깔 웃으며 레슨을 받게 됩니다. 너무 재밌게 가르쳐주세요.”(장릉클럽 조미숙 회원)
“우리 코치님은 여장부예요, 여장부! 성격과 행동이 워낙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라서 회원들을 잘 이끌어주시죠.” (장릉클럽 김미애 회원)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김포 장릉클럽은 세면시설, 화장실, 체육관 바닥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이다. 그런데도 회원이 140명에 이르고 레슨인원만 매달 20~30명이다.
“밤 10시까지 레슨해도 벅찰 정도예요. 썩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장릉클럽 회원들은 정이 많아서 똘똘 뭉쳐요. 저도 그 인정에 호응해서 더 열심히 가르치게 됩니다.”
허씨는 현재 김포의 장릉클럽, 걸포체육관, 학운초등학교 등 3곳에서 배드민턴을 가르치고 있다.
“운동하려면 제일 중요한 건 체력이지요. 저는 기본체력도 좋지만, 우선 잘 먹어요. 그리고 후배 코치들과 함께 항상 실력 관리를 합니다. 아이 둘 키우고, 살림하면서 코치생활 하는데 게으름이란 있을 수 없어요. 늘 신발끈을 묶으며 내일 할 일을 생각합니다.”
가르친 사람이 시합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허난실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6년 이상은 코치를 할 자신이 있고,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각오와 바람은 실현 될 수 있을 듯하다. 매년 엘리트들이 출전하는 경기도지사 대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한 성적은 아무래도 당분간 주~욱 이어질 듯하므로.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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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에 유명한 여성 배드민턴 지도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을 취했는데, 바쁜 일정 때문에 약속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침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에, 한적할 줄 알고 찾아간 김포의 장릉클럽에서 주인공 허난실(46) 코치는 회원들과 레슨 약속을 잡는 전화 때문에 여전히 바쁜 와중이었습니다.
손에서 라켓 놓은 날 없다
허난실 코치의 삶은 ‘배드민턴과 함께 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큰 애 임신, 출산으로 6개월, 작은 애 때 6개월 빼고는 하루도 라켓 안 잡은 날이 없어요.”
그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육상선수였다. 초등 5학년 때 담임교사가 ‘키 크고 잘 뛰는’ 허난실 어린이를 찍어서(?) 특별활동인 배드민턴부에 넣었다. 그 후 그는 그냥 멋모르고 출전한 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게 된다. 경기를 눈여겨보았던 중학교의 감독이 그를 자기 학교 선수로 스카우트 했다. 덕분에 집에서 먼 곳까지 중학교를 다녀야 했지만,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에 출전하면서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대학은 상명사대 체육과. 2년 정도 선수생활을 하다가 배드민턴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니까 그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출신(선수 출신) 지도자다.
“선수생활보다는 코치생활이 제 성격에 잘 맞았어요.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더 소질이 있더라고요.”
허씨가 생활체육 지도자를 시작한 때가 스무 살 무렵. 당시는 우리나라에 여성코치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배드민턴 동호인이 늘어 코치도 많이 필요하고, 더불어 여성코치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넘은 여성코치는 보기 드물다.
“어릴 적부터 운동만 해서 사회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배드민턴 코치를 하니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되었어요. 배드민턴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이라서 사회성과 소통능력이 참 중요한 덕목이거든요. 레슨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제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여성의 직업으로는 대통령도 안 부러워요.(웃음)”
허난실 코치의 배드민턴 예찬론은 계속된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고민거리가 생겨도 배드민턴 코트장에 와서 레슨을 하다보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잊어버려서 우울증 걸릴 틈도 없었어요. 정말 배드민턴 때문에 살았다고 할 수 있죠. 다시 태어나도 저는 배드민턴 코치를 할 겁니다.”
긍정의 힘이 팔방미인을 만든다
에너지가 넘치는 그도 30대는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한다. 현재 대학 1학년인 큰 아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선수로 키워냈다. 그 뒷바라지가 여간 힘들지 않았을 터.
레슨 받는 사람 수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한 코치생활로는 아이 둘을 키우기에 경제적인 압박이 심했다. 그래서 운동 밖에 모르던 그가 선배의 권유로 보험모집인으로 나서게 된다. 생전 처음 해 본 보험세일즈는 그를 더욱 겸손하게 단련시킨다.
“코치가 누구나 인정해 주는 위치였다면, 보험모집인은 반대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지요. 6년 정도 보험 일을 병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더 많이 세상을 배웠어요.”
소중한 경험 덕에 그는 동호인들에게 섬세한 일대일 맞춤형 레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소극적인 성격의 회원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개인의 특성과 컨디션에 따라 적절하게 레슨강도를 조절하는 등 동호인들이 배드민턴을 즐기며 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긍정적인 마인드, 생활 속의 공감대 형성, 폭넓은 대화, 수용능력, 소통능력 등을 십분 발휘하는 허 코치는 회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우리 코치님은 팔방미인이죠. 워낙 인품과 성격이 좋고 열심히 가르치니까 회원들이 다 인정을 해요. 타 클럽에서 레슨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니까요.”(장릉클럽 성관일 총무)
“워낙 운동신경이 둔한 저에게 자신감을 주셨어요. 제가 하는 폼을 그대로 따라하는 코치님 모습에 깔깔깔 웃으며 레슨을 받게 됩니다. 너무 재밌게 가르쳐주세요.”(장릉클럽 조미숙 회원)
“우리 코치님은 여장부예요, 여장부! 성격과 행동이 워낙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라서 회원들을 잘 이끌어주시죠.” (장릉클럽 김미애 회원)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김포 장릉클럽은 세면시설, 화장실, 체육관 바닥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이다. 그런데도 회원이 140명에 이르고 레슨인원만 매달 20~30명이다.
“밤 10시까지 레슨해도 벅찰 정도예요. 썩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장릉클럽 회원들은 정이 많아서 똘똘 뭉쳐요. 저도 그 인정에 호응해서 더 열심히 가르치게 됩니다.”
허씨는 현재 김포의 장릉클럽, 걸포체육관, 학운초등학교 등 3곳에서 배드민턴을 가르치고 있다.
“운동하려면 제일 중요한 건 체력이지요. 저는 기본체력도 좋지만, 우선 잘 먹어요. 그리고 후배 코치들과 함께 항상 실력 관리를 합니다. 아이 둘 키우고, 살림하면서 코치생활 하는데 게으름이란 있을 수 없어요. 늘 신발끈을 묶으며 내일 할 일을 생각합니다.”
가르친 사람이 시합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허난실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6년 이상은 코치를 할 자신이 있고,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각오와 바람은 실현 될 수 있을 듯하다. 매년 엘리트들이 출전하는 경기도지사 대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한 성적은 아무래도 당분간 주~욱 이어질 듯하므로.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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