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맛있어 지는 음식 몇 가지가 있다. 갓 지은 밥에 나물 넣고 비빈 비빔밥, 갓 무쳐 낸 생김치, 구수하게 속을 풀어주는 들깨국….
어린 시절, 동네 아줌마들이 둘러 앉아 어느 집 제사 후 남은 나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며 그 맛에 감탄하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나도 그 아줌마들만큼 나이가 들었다. 그 애매하던 맛들이 이제 정겹고 맛깔스럽다.
가끔 그런 토속적인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가는 식당이 있다. 용호동 이기대 입구에서 부산은행 사거리 방향으로 10여 미터 걸어가면 ‘두울원 손 칼국수·항아리 수제비’ 집이 있다. 이 집의 단골 메뉴는 ‘들깨 칼국수’와 ‘돌솥 비빔밥’이다.
그다지 걸죽해 보이지도 않는데 들깨 국물의 그 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굵직한 칼국수 면발도 쫄깃쫄깃 참 맛있다. 이 칼국수를 먹을 때면 국수 좋아하시는 친정 엄마 생각이 난다.
많은 돌솥 비빔밥 식당 중에 이 집처럼 크고 두껍고 묵직한 돌솥에 비빔밥이 나오는 집이 있을까. 음식 나르는 식당 아줌마들의 손목이 아프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글지글 돌판 위에 가운데 허연 김이 나는 밥이 봉긋 솟아 있고 그 주위로 열 가지나 되는 나물, 고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고추장 양념장을 적당히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한참이나 뜨끈뜨끈 맛있는 돌솥밥이 고향집 음식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돌솥밥에 함께 곁들여 나오는 해물 순두부 국물도 참 개운하다. 감칠맛 나는 갓 담은 생김치 맛도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두툼한 파전에 더덕 동동주 한 잔 걸쳐도 좋고, 해물 맛이 시원하고 항아리 수제비와 웰빙시대에 걸맞게 선보이고 있는 까만 콩국수도 더운 여름 잃기 쉬운 입맛을 살려준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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