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박상희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한국무용의 맥을 잇다

한국마사회 한국무용강사 박상희

지역내일 2009-06-16 (수정 2009-06-16 오후 10:18:05)
10년…, 성격도, 인생도 새롭게 시작되다
인연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그래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그런 인연을 두고 무어라 불러야 할까. “인생의 전환점.” 박상희 씨의 인연은 그랬다. 30대 초반, 한국마사회의 강사로 왔을 때만 해도 ‘잠깐’이었던 생각이 ‘10년’세월로 세워졌다. 그사이 한국마사회가 자리를 옮겼고, 그의 나이 40을 넘겼으며 무엇보다도 손끝 하나 표현하기 어려웠던 주부들이 각종 국악제를 휩쓰는 무서운(?) 단원으로 거듭났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사실 한국무용은 지루한 작업이거든요. 초보가 소화해내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민요를 섞어가며 연습시키는 등 처음 1년은 거의 늦게까지 혼자 남아서 방법연구에 골몰하기도 했죠.” 그런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내게 해준 건 수강생들의 ‘열정’이었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열정으로 11가지나 되는 작품을 소화해냈다고 하니, 어쩐지 장구, 부채를 들고 내뿜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이정도고 보니 그가 온 마음을 쏟았을 수밖에. 뿌듯함은 그래서 배가된다. “제가 사실 성격이 조금 까칠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언니들(수강생)이랑 다니면서 편안해지고,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이제 그만 먹으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니까요.(웃음)”

무대가 어디든 자유롭게 춤추는 황진이처럼 살고파
‘예혼’이라는 가무악단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사실 ‘모녀춤판’으로 더 유명하다. 원로무용가 양정화 씨가 그의 어머니. 소리와 춤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한국무용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깼다는 평도 많이 받았다고. 어머니가 운영했던 학원에서 보고 듣고 소리와 함께 성장하다 보니 웬만한 춤은 어릴 때 다 마스터하게 됐다. 실력이 상당했던 그가 시립무용단원으로 무리 속에서 살아가기엔 다소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 무용을 덜컥 관두고 아이를 키우며 살다가 처음 밖으로 나온 곳이 바로 한국마사회였다니 참, 인생역전 스토리다.
“강사로 오라는 곳도 많지만 여기가 너무 좋아요. 삶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인생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인연을 두고 어딜 가겠어요.” 그가 힘주어 말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게 곧 발전이 아니겠냐면서. 50까지는 무용수로 그렇게 살 것 같단다. 그 이후에는 마사회 프로 무용단을 만들고 싶다고. 생기발랄하고 깜찍하기만 한 그가 어떤 살풀이를 풀어낼지, ‘모녀춤판’을 보러 가야 할 모양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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