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좋은 토요일 아침 정해진 장소에 산악회 식구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안녕 하세요”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눈 후, 지난 주 산행과 내일 갈 산행 이야기로 정담을 나누며 차를 타고 혈동리에 있는 밀알재활원으로 향했다.
중> 식재료와 과일은 회비로
산악회 회원들은 재활원 앞마당에 주차를 한 후, 준비해 간 자장면 재료와 과일을 주방으로 옮기고 앞치마와 장화를 신었다. 회원들 간에 서로 웃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뿐인데 몸놀림은 부딪침 없이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척척’ 하고 있다. 양파를 까고 감자를 썰고 과일을 씻는 동안 한쪽에서는 따끈한 커피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준비되고 있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특별 메뉴인 ‘탕수육’이 추가 되었다. 소스를 만들기 위해 야채를 써는 동안 하얀 밀가루는 찰지게 반죽되어 국수기계에서 ‘가락가락’ 흔들리는 쫄깃한 국수가 되어 나온다. 이렇게 나온 국수를 전문가와 같은 솜씨로 삶아 내어 그 위에 맛난 자장을 얹으면 군침 도는 자장면이 완성된다.
‘춘천푸른산악회’는 3년 전부터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밀알재활원을 방문하여 ‘자장면’봉사를 하고 있다. 자장면에 들어가는 재료비는 매주 산행회비에서 2%를 적립하여 충당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자발적인 협찬과 찬조로 이어가고 있다.
중> 엄마! 오는 것 좋아요
점심을 먹기 전 식당 청소는 산악회원 자녀인 학생들의 몫이다. 강지훈(소양중 2)군은 “처음 장애우들을 접했을 때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편안하고 남을 돕는다는 것이 좋다”며 배식 준비를 도왔다.
밀알재활원은 성인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이다. 원생 중에는 음식을 잘 씹지 않고 ‘꿀꺽’ 그냥 삼키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단무지와 김치를 아주 잘게 다져 드리고, 자장면 국수도 짧게 끊어 드린다. 그런 세심한 정성이 통해서일까? 말과 행동은 어눌하지만 봉사 온 산악회원들을 대하는 그들의 얼굴을 통해 반가움과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주방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엄마, 엄마..”하며 계속 말을 걸던 재활원 원생은 “자장면 디~따 맛있다”는 말과 함께 산악회원들이 오는 것이 좋다고 했다. 덧붙여 ‘사랑한다’고 말하며 맑게 웃는다.
밀알재활원에 자원봉사를 온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학년 전동식씨는 “원생들이 지역사회 주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만남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 함께 하니 ‘好(덧말:호)·好(덧말:호)·好(덧말:호)’
처음 봉사활동에 동참한 아이거 북벽(다음카페 ‘춘천푸른산악회’닉네임)님은 “아는 분들과 봉사하니 참 좋다”며 기분 좋게 잔반을 ‘쓱싹 쓱싹’ 비워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회원들은 설거지를 함과 동시에 주방 대청소를 했다. 회원들은 내 집 주방을 치우듯 바닥과 배수구까지 말끔하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무리를 했다.
매주 일요일 명산 산행을 함께 하는 ‘춘천푸른산악회’ 임헌구 회장은 “산행과 봉사 활동을 함께 하면서 회원 간 친목이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춘천푸른산악회는 5월에 백화산, 소백산 산행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문의 : 춘천푸른산악회 019-369-4891
이은영 리포터 ley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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