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세례도 욕설도 아이의 미소만 다시 볼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어요!”

아동학대의 해결사,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지역내일 2009-03-17 (수정 2009-03-17 오후 7:16:08)


오늘도 어김없이 협박전화가 빗발친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욕설과 갖은 위협에도 아랑
곳 않고 복지사 선생님들은 담담히 대꾸한다. 상담전화 24시간 항시 대기! 학대아동들을 위
한 구원의 공간,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풍경이다. 기관은 지난 2000년 10월부터 24시
간 긴급전화를 운영, 강원도 영서지역 내 학대받는 아동과 학대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동의
신속한 보호와 치료, 상담을 돕고 있다.


상담, 치료 사업을 하고 있어요.
강원도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개명을 했다. 이유인즉슨 학대라는 단어
의 뉘앙스가 지닌 부정적 함의 때문이다. 특히 학대아동을 분리 보호하기 위해 부모들과 접
촉을 시도할 때마다 어디서 오셨어요? 라는 물음에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왔다고 하면 상대
편이 문을 닫아버리기 일쑤였단다.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은 크게 6가지 분야로 업무를 세
분화 시켰다. 상담과 치료 사업이라는 밑그림을 그려놓고 신고접수와 현장조서, 사례관리
및 서비스 제공, 심리검사와 심리 치료 그리고 연속상담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신고의무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
아동 학대의 골이 깊어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활동이 필요한
데 아동학대를 발견하거나 아동이 위험할 것으로 판단되면 누구든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
고해야 한다. 가끔 신고 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두려워해 신고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동복지법에 따라 신고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된다고 한다. 최근엔 그나마 신고활
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편인데 그 이유를 묻자 “예전에도 아동학대는 공공연히 있어 왔
습니다. 단지 주변의 무관심 때문에 묻혀 왔던 거죠. 최근엔 아동들의 납치, 유괴 사건이 빈
번해 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겁니다.” 라고 정소희(사례관리팀) 복지사가
말했다. 신고의무자의 낮은 참여도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는데 “아동과 접촉이 잦은 학원
강사, 소방관, 공무원, 어린이집 선생님 등이 모두 신고의무자입니다. 아예 본인이 신고의무
자 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가끔 기관 측에서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실시하는데 참석률이 늘 저조해요. 오시는 분들만 꾸준히 참석하시고요. 신고의무자
들이 조금만 더 책임감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칼로 위협받을 때도 있어.
아동학대는 크게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 대, 방임, 유기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일상생활
에서 의식 없이 가해질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이 정서학대 라고 한다. 특히 자라나는 자녀에
게 부모의 잦은 욕설과 소리 지르는 행위는 아동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소희 복지사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중복학대라고 한다. 원치 않는 것을 강
요하는 정서학대와 그 이외에 신체적 위협을 가하거나 방임, 유기 등의 행위가 가해질 때
이를 아동학대로 간주, 사례 조사에 착수한다. 아무래도 학대아동의 경우 난폭적인 성향을
가진 부모가 보호자인 경우가 종종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단다. “사실 저희
가 방문하면 반기시지 않아요. 물세례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 칼로 위협하는 분도 있었어요.
가장 안타까운 것은 법적으로 친권이 우선이라 보호 분리가 절실한 아동인 경우에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아요.” 신고의무자의 경우 신변보호가 완벽하게 보장되는데 복지사를 위해서도
그러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냐고 묻자 “사실 일을 하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낄 때가 많아요.
법정에서 증인으로 서고 나서 신변추적이 가능하고 보호 장치 역시 미비한 것이 사실입니
다.” 이런저런 수난을 겪어도 건강상태가 호전되거나 다시 웃음을 되찾은 학대아동들을 보
면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단다.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 너무 가벼운 거예
요. 그룹 홈에서 15일 동안 보살핀 뒤 가정위탁을 맡겼어요. 6개월 뒤 아기를 다시 만났는
데 몰라보게 상태가 호전되어 저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 거예요. 그때 마음이 짠해지면서 기
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정말 복지사의 기질을 타고났다.


멘토링 사업 추진 예정.
올해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은 멘토링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모집한 지역의 자원봉사자
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뒤 시, 군 아이들을에게 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개소한 이
래 20기관을 거쳐 간 130명(2007년 집계 현황)의 아동들을 추적, 조사를 통해 아동의 상태
를 점검하는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단다. 사람은 누구나 코너에 몰리면 자신의 본분을 잊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책임감으로 무장한 복지사 선생님들의 뚝심과 용기는 박수 받
아 마땅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을 위해 오늘도 현장에서 누군가로부터 멸시를 받고
있을 당신! 당신이야 말로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일인이다.


자원봉사 지원 문의) 244 1391


김민영리포터 argus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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