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황일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가구''를 위한 DIY

헤펠레 DIY목공방 영통점 황일준 대표

지역내일 2009-04-08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향기가 난다. 밖의 매캐한 냄새와는 차단된, 또 다른 세상의 입구를 여는 것만 같다. 그 곳에서 만난 황일준 대표. 나무와 함께 하면 인간사도 비슷해져 가는 건지, 나무를 닮은 편안함과 소박함이 그에게서 묻어난다.
황일준 씨는 처음에는 취미로 가구 제작을 했었다. IT업체에 10년을 근무했다는 그는 IT산업의 빠른 속도에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였단다. “자고 나면 어제의 기술이 거품처럼 사라져 가는 현실 속에서 오랜 가치로 남을 수 있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느림과 빠름이라는 두 바퀴 사이에서 느림의 축을 잡고 천천히 가고 싶었죠.” 도구를 사용했던 그때부터 현재까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나무를 생각해냈다.
황 씨에게 DIY 가구는 ‘기존의 가구보다 다소 비용이 많이 들지만 믿을 수 있는 소재에 수많은 공정이 들어간,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가구’란다. 헤펠레는 소비자의 주문 가구를 제작하고 회원을 모집해 원하는 가구 제작을 도와주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회원들은 언제고 작업실에 나와 디자인, 기능, 색상들을 선택하며 친환경 목재, 천연페인트로 나만의 가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는 “DIY 작업에 관심이 있다면 부수적인 조건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한 번 부딪쳐보라”는 조언을 한다. 자신의 힘으로 책상, 장식장, 식탁 등을 만들어 보면 그 재미는 다른 무엇과 비길게 아니란다.
조금 더 세월이 흘러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황일준 씨는 요즘 아이들의 장난감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친환경 재료인 목재를 이용, 아이들에게 안전한 장난감을 만들어 주려고 시작한 일이예요. 비어 있는 선반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죠.” 나무와 평생을 함께할 그에게서 문득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건 분명히 착각만은 아닐 테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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