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한림대 최고령 학사학위수여자 이옥희씨
“모든 한림인이 나의 스승이 돼주었어요”
4년 동안 100% 출석 첫 학기 학사경고 겨우 면하고 당당하게 졸업하기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림대 최고령 학사학위 수여자 이옥희씨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이씨의 올해 나이는 63세. 한림대 입학에서 졸업까지 4년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슴이 뜨끈해지는 부러움이 일 정도다. 이씨는 “내가 원하는 것은 배움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이 배움으로 이 사회에서 작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처음 입학 할 때는 내가 젊은 학생들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나 때문에 입학의 꿈을 이루지 못한 학생이 있지 않을까하는 미안함. 그래서 4년을 더욱 열심히 보냈다”고 고백한다. 이씨가 보낸 한림인으로서의 4년을 좇아가봤다.
중간>일본에 대해 감정적인 것을 넘어, 잘 알고 싶었다
이옥희씨는 한림대학교에서 일본학을 전공했다. 이씨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한·일수교가 되지 않아 지금은 제2외국어로 많이 배우고 있는 일본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생소한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와는 악연인 일본에 대해 잘 알기 위해 일본학을 선택했다”며, 일본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에 답한다. 그래도 역시 일본어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열정이야 젊은 학생들 못지않았지만, 외국어가 두루 능통한 학생들에 비하면 실력이 모자라 늘 발을 동동 구르고 살았다고. 그래서 무조건 같은 과 학생이건, 다른 과 학생이건 모르는 게 있으면, 붙잡고 물어봤다고. 그래서 모든 한림인이 내 스승이라는 말을 전했다.
중간>정중앙을 빗겨선 칸의 둘째 줄이 내 고정석!
늘 아침 8시에 홍천 집을 나섰다고. 1교시 강의가 없어도 늘 8시 45분에 학교에 도착해서 도서관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도서관에도 내 고정석이 생기게 되고, 강의실에도 늘 1등 출석하니까 고정 자리가 생기게 되더라고. 이씨는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너무 가운데 자리, 맨 앞에 앉으면 가뜩이나 튀는 학생인 나로 인해 교수님이 불편해 질까봐 정중앙을 빗겨선 칸의 둘째 줄 자리가 내 고정석이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늦깎이도 너무 늦깎이라 강의실을 잘못 들어 온 게 아닌가하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렇지만 일본학과 학생임을 알고 나서는 젊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주고 격려가 되어준다며, 오히려 나에게 용기를 주는 교수님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 이었다”라고 말한다.
중간>“사이토 아케미 교수님, 너무 감사해요!”
열정은 넘쳤지만 오랜 세월 학교 공부를 졸업해 있었던 터라, 첫 학기 겨우 학사경고를 빗겨가는 아슬아슬한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씨는 첫 학기를 보내며 많은 고민을 했다고. ‘이런 상태로 남은 7학기를 어떻게 견뎌낼까?’하는 고민. 그래도 시작한 공부를 꼭 끝마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입학할 때 응원해 준 직장 동료들과 후배들의 격려를 떠올리며 졸업할 때는 B학점 이상을 받으리라는 결심과 함께!
“되돌아보면 사이토 아케미 교수님이 늘 모르는 게 있으면 연구실로 언제라도 찾아오라고 해 준 말이 너무 감사하다.” 복도에서 만나도 잘 돼 가냐는 관심을 보여줘 졸업까지 이룰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고. 대학원 진학도 계획하고 있지만, 올 한해는 일본어 습득을 위해 진학은 잠시 미뤘다. 일본어 공부에 좀 더 매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옥희씨는 “흐르는 물처럼 바위를 만나면 돌아도 가고, 폭포수로 쏟아지기도 하면서, 깊고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보람 있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문의 248-1332
오춘재 리포터 ocjgo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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