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만난사람들-기노철

세상을 달관한 화가의 눈으로 그림을 말하다

한국화가 기노철

지역내일 2009-02-26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 그리고 가난. 꿈보다는 하루하루의 삶이 절박했던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꿈을 쉽사리 펼칠 수 없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다시 잡은 붓, 이제 그 세월은 50년이 흘렀다.
한국화가 기노철. 그에게서는 변화와 지난의 역사를 살아야 했던 삶이 화폭 속에 묻어나는 듯했다. 자연 그 자체의 은은함이 화폭을 채운다. 그림 속 산수는 세상을 달관한 화가의 눈으로 말을 건넨다.
“그림은 다양해야 해.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 그림이지. 의도하지 않아도 세월의 변화에 따라 그림이 달라져.”한국화의 가는 세필에 매료되어 한국화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굵은 터치의 그림을 그린다고. 실경 산수를 많이 그렸지만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서 각인되었던 수많은 실제 풍경들은 이제 관념 산수로도 떠오른다.
화가는 손으로 그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반백의 노(老)화가는 자신은 지금도 수채화나 유화를 더 배워보고 싶단다. 요즘은 한국화와 서양화가 소재나 재료, 기법에 제한이 없어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다양하게 확장되어 가고 있는 추세. 자신의 분야만 고집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이 화가의 삶이기에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림은 때때로 감상하기 어렵다.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면 모호해 질 때가 있다. “가다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멈추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야. 자기와 교감이 되는 그림이지. 화가는 지나는 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해.” 화가에게 그림은 나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는 이까지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다.
칠순을 넘긴 기노철 화가는 마지막 전시회에 대한 소망이 있다. “내 그림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나눠주고 떠나고 싶어. 비싸야 값어치가 있는 건 아니거든. 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소장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오래오래 봐 주었으면 해.”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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