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부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황영선·박미영 경장
여성의 부드러움이 ‘수사의 힘’
성범죄 피해 여성들 입장 이해해주며 진술 이끌어 내서 수사에 큰 도움
지역내일
2009-02-20
(수정 2009-02-20 오전 9:47:56)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 및 성매매 사범 수사를 해 오고 있는 ‘여경기동수사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황영선 경장과 박미영 경장.
여성경찰관들이 특유의 세심함과 부드러움으로 강한 힘과 빛을 발하는 곳이 있다.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 및 성매매 사범 수사를 맡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가 그 곳이다.
점점 지능화되고 복잡해지는 각종 신변종 성범죄에 맞서 ‘여경기동수사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황영선(31) 경장과 박미영(26) 경장을 만나봤다.
지능·경제 사범 수사 등을 거쳐 2년 동안 여경기동수사대에서 활동해 오고 있는 7년차 경력의 황영선 경장은 “여경기동수사대는 성매매, 성폭력, 가정 및 학교 폭력 등 주로 여성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범죄를 집중 수사해 오고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여경기동수사대’지만 야간에 성매매 업소 단속을 나가거나 거친 가해자 남성을 검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4명의 남자 경찰관과 2명의 여자 경찰관이 수사대를 맡아 현장에서 밤낮없이 발로 뛰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 여성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진술 이끌어 내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 여성의 마음을 세심하게 잘 이해하고 다독여주며 수사에 도움이 되는 진술을 이끌어내는 여경들의 활약이 크다.
‘여경기동수사대’를 이끌고 있는 옥진호 팀장은 “예민해져 있는 성범죄 피해자 여성을 만나 수사를 하는 경우 남자 경찰관에게는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은 노하우를 가진 여성 경장들에게는 마음을 열고 얘기를 해서 수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황 경장은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직업으로 선택한 여성들이 많아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피해자 여성들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잘 이해해야 해요.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해 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속마음을 털어 놓지요”라고 말했다.
황 경장과 박 경장은 다양한 심문 기법 전문교육도 받아 성매매 사범을 대할 때도 능숙하게 수사를 벌인다. 수사대 내의 진술녹화실도 성범죄 피해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진술할 수 있도록 친근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꾸며 놓았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청소년들의 성범죄 줄이는 첫 걸음
야간 성매매 업소 단속 및 잠복 근무 등 잦은 밤샘 근무와 성매매 사범 검거를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많다보니 민첩하고 튼튼한 체력도 기본. 두 경장은 평소 수영, 헬스 등을 하며 체력 관리를 해 오고 있다.
성범죄의 대상이 주로 청소년, 여성이다 보니 더욱 안타까울 때가 많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이 정신적인 피해로 큰 고통을 받고 순간적인 잘못된 판단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들을 볼 때에는 무척 안타깝고 답답함을 느낀다.
이들은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의 따뜻한 보살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범죄에 노출되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부모님의 무관심과 가정의 불화로 방황하다 가출을 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성매매에 쉽게 빠져드는 경우가 많아요.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부모님의 큰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빨리 잘 극복할 수 있어요.”
나쁜 성범죄자를 검거하고 성매매 여성들이 바른 길을 가려고 할 때 보람 커
힘든 일을 하는 만큼 보람 있는 순간도 많다.
황 경장은 “신원불상의 성폭력 가해자를 검거할 때, 청소년들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고 교묘한 방법으로 처벌을 피해오던 유흥업소 주인의 혐의가 입증되어 처벌을 받았을 때, 성매매도 모자라 갖은 협박으로 성매매 대가 지불까지 않은 피의자를 검거할 때 등 보람있는 순간도 많았어요”라고 회고했다.
특히 성매매를 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바른 길로 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일 때는 같은 여성으로서 정말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박미영 경장에게는 속칭 ‘보도방’이라 불리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 피해자 여학생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시 잡고 꿈을 키워간 일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고 있던 학생이 수차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언니처럼 멋진 여경이 되고 싶어요”라며 경찰관에 대한 꿈을 내비쳤어요. 아직도 가끔 연락하며 친분을 나누고 있어요.”
고단한 업무에 지칠 법도 하지만 따뜻하고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여성의 진가를 발휘하며 발로 뛰는 두 경장의 모습이 무척 든든하다. 이들은 먼 훗날 동료 경찰관들로부터 “정말 괜찮은 경찰관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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