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걱정을 덜고 살자.

지역내일 2009-02-16
부처님은 중생이 팔만사천 번뇌를 가지고 살고, 또 중생의 육근[六根 :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의(意)]이 육경(六境 : 색(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 진리(法)]을 반영할 때 백여덟 가지의 번뇌(108번뇌)가 일어난다고 설하였습니다.
분명히 현대의 사회생활은 물질적으로 고급화되어 예전보다 더 나은 의 · 식 · 주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속에는 근심과 걱정이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구나 날로 쌓이는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삶의 마음을 우울하고 무겁게 하여 생활의 리듬을 깨뜨려서 때로는 탈선적인 행동을 일으키거나, 남에게도 불편한 부담을 주게 되지요. 그러므로 개개인은 근심과 걱정을 덜어버린 안정된 마음으로 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보사찰로 알려진 경남 양산 통도사가 위치한 영축산에 극락암이라는 암자가 있습니다. 이곳은 오래 전에 열반에 드신 경봉 큰스님이 계시던 곳으로 참선 공부를 하는 도량으로도 유명하지요.
그런데 생전의 경봉 큰스님은 이 절의 화장실 문 입구에 해우소라는 현판을 붙여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도 그곳이 화장실인줄 모르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곤 하였습니다.
물론 ''해우소''란 ''근심 · 걱정을 풀어버리는 곳''이란 뜻이지요. 그렇다면 경봉 큰스님은 화장실에 왜 해우소란 이름을 붙여 놓았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음식물을 먹고 섭취된 나머지 배설물을 몸 밖으로 버리는 것처럼, 쓸데없이 번뇌와 망상으로 시달리는 근심 · 걱정을 풀어 버리고 살라는 뜻에서 지어졌던 것입니다. 소용없는 배설물과 함께, 쓸데없는 근심 · 걱정을 덜어버리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중국의 어떤 선사는 항상 자기 스스로의 이름을 불러놓고 "수행자여, 망상을 피우지 말라."하면서 이 말을 매일같이 했다고 합니다.
물론 세상살이가 수도하는 스님의 입장과는 다르겠지만, 가만히 스스로를 살펴볼 때 우리는 누구나 헛된 생각에 빠져 스스로를 괴롭히는 모순을 많이 범하고 삽니다. 이것은 결코 지혜로운 생활이 아닌 것이지요.
석왕사 주지 편 백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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