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덕양노인종합복지관 ‘카페 AGIO’ 의 실버 바리스타들
커피 향과 함께 시작한 제2의 인생
지역내일
2009-02-01
(수정 2009-02-01 오후 2:32:55)
추운 겨울날, 거리를 걷다 문득 커피 향에 이끌려 들어선 카페. 코끝을 지나 가슴까지 잔잔하게 퍼지던 달콤한 모카커피 한 잔의 행복. 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 들어서면 저절로 발길이 머무는 곳, 그곳에 ‘카페 AGIO’가 있다. 예쁜 외양과 그윽한 커피 향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는 실버 바리스타들의 환영(?)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곳.
카페 AGIO는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지난 해 7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원년 멤버는 9명, 이 중 두 분의 어르신은 잠시 외유 중이고 현재는 배선이, 임송자, 위정순, 김인자, 백금자, 김상남, 김옥자 총 7명의 실버바리스타들이 3개조로 근무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60대 후반이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운 실버들의 삶의 현장, 카페 아지오를 방문해보았다.
실버바리스타들이 만들어내는 깊은 커피 향
카페를 방문한 날은 임송자(65), 김상남(74), 백금자(69) 바리스타들이 근무하는 시간.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에이프런으로 멋지게 단장한 모습에서 프로 바리스타 못지않은 포스가 팍팍 풍겨 나온다.
담당 피미숙 사회복지사는 “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 들어서지 않으면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섬처럼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라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지만 인터뷰 시간 내내 단골고객의 발길이 제법 잦아 커피를 서빙하는 바리스타들의 손길이 바쁘다. “처음엔 커피종류가 왜 그렇게 많은지 늘그막에 공부하려니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 웃는 백금자 바리스타. 처음엔 2달간의 혹독한 훈련이 너무 힘들어 “왜 사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할까”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지금은 살짝살짝 컨닝페이퍼를 들여다보는 요령도 생기고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고 예쁘게 데코한 커피 한잔에 행복해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지금은 보람 그 이상의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손자들이나 가족들에게 고급베이커리 못지않은 샌드위치 솜씨로 칭찬받을 때의 기분은 한마디로 ‘굿!’이라고.
바리스타 중에서 가장 어리다고 웃는 임송자 바리스타는 모카커피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웃음이 멋진 실버. 독거노인을 찾아가 위로해주는 독거노인지킴이 등도 했지만 덕양노인복지관의 바리스타교육을 받고 이렇게 멋진 일자리까지 얻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지난해에는 개인적으로 아픔이 많아 나만 혼자 버려지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바리스타가 된 것은 다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나를 지켜주는 지킴이”라고 한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암 진단을 받는 등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하루가 매일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김상남 바리스타도 제일 어려웠던 일은 그게 그거 같기만 한 커피 종류와 로스팅 과정을 익히고 실습했던 2달간의 교육과정. “나이 들었다고 봐주는 것도 없이 프로다운 솜씨를 갖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고.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처음엔 손님이 주문한 커피를 로스팅하면서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한 잔 만드는 과정이 정말 길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출근하면서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설 때마다 은은한 커피 향에 행복하고 ‘맛있다’는 고객들의 칭찬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예전엔 지하철에서 무임승차 등을 관리하는 전철지킴이도 하면서 보람을 느꼈는데 지금은 멋진 바리스타가 되어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같이 동지의식을 느끼며 늙을 사이도 없는지 “요즘 젊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단다.
인터뷰 내내 “행복하고 보람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실버바리스타들 때문인지, 왠지 이들처럼 늙어갈 수 있다면 나이 드는 것도 겁나지 않을 것 같은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분이다. ‘실버’라는 수식어를 거부하고 ‘바리스타’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인정받기 위해 깔끔하고 세련된 매무새에 경쾌하고 모던한 카페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 그들은 노인이라고 대접받기 원하지 않는다.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정예부대로 선발된 자부심과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 여기에 완숙미까지 더해진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을 뿐.
카페 아지오 1호점의 성공에 힘입어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좀 더 개방되고 좋은 길목에 카페 아지오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들이 만들어 낼 특별한 커피 향을 기다려보자.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사진제공 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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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AGIO는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지난 해 7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원년 멤버는 9명, 이 중 두 분의 어르신은 잠시 외유 중이고 현재는 배선이, 임송자, 위정순, 김인자, 백금자, 김상남, 김옥자 총 7명의 실버바리스타들이 3개조로 근무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60대 후반이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운 실버들의 삶의 현장, 카페 아지오를 방문해보았다.
실버바리스타들이 만들어내는 깊은 커피 향
카페를 방문한 날은 임송자(65), 김상남(74), 백금자(69) 바리스타들이 근무하는 시간.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에이프런으로 멋지게 단장한 모습에서 프로 바리스타 못지않은 포스가 팍팍 풍겨 나온다.
담당 피미숙 사회복지사는 “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 들어서지 않으면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섬처럼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라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지만 인터뷰 시간 내내 단골고객의 발길이 제법 잦아 커피를 서빙하는 바리스타들의 손길이 바쁘다. “처음엔 커피종류가 왜 그렇게 많은지 늘그막에 공부하려니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 웃는 백금자 바리스타. 처음엔 2달간의 혹독한 훈련이 너무 힘들어 “왜 사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할까”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지금은 살짝살짝 컨닝페이퍼를 들여다보는 요령도 생기고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고 예쁘게 데코한 커피 한잔에 행복해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지금은 보람 그 이상의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손자들이나 가족들에게 고급베이커리 못지않은 샌드위치 솜씨로 칭찬받을 때의 기분은 한마디로 ‘굿!’이라고.
바리스타 중에서 가장 어리다고 웃는 임송자 바리스타는 모카커피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웃음이 멋진 실버. 독거노인을 찾아가 위로해주는 독거노인지킴이 등도 했지만 덕양노인복지관의 바리스타교육을 받고 이렇게 멋진 일자리까지 얻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지난해에는 개인적으로 아픔이 많아 나만 혼자 버려지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바리스타가 된 것은 다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나를 지켜주는 지킴이”라고 한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암 진단을 받는 등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하루가 매일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김상남 바리스타도 제일 어려웠던 일은 그게 그거 같기만 한 커피 종류와 로스팅 과정을 익히고 실습했던 2달간의 교육과정. “나이 들었다고 봐주는 것도 없이 프로다운 솜씨를 갖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고.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처음엔 손님이 주문한 커피를 로스팅하면서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한 잔 만드는 과정이 정말 길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출근하면서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설 때마다 은은한 커피 향에 행복하고 ‘맛있다’는 고객들의 칭찬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예전엔 지하철에서 무임승차 등을 관리하는 전철지킴이도 하면서 보람을 느꼈는데 지금은 멋진 바리스타가 되어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같이 동지의식을 느끼며 늙을 사이도 없는지 “요즘 젊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단다.
인터뷰 내내 “행복하고 보람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실버바리스타들 때문인지, 왠지 이들처럼 늙어갈 수 있다면 나이 드는 것도 겁나지 않을 것 같은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분이다. ‘실버’라는 수식어를 거부하고 ‘바리스타’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인정받기 위해 깔끔하고 세련된 매무새에 경쾌하고 모던한 카페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 그들은 노인이라고 대접받기 원하지 않는다.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정예부대로 선발된 자부심과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 여기에 완숙미까지 더해진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을 뿐.
카페 아지오 1호점의 성공에 힘입어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좀 더 개방되고 좋은 길목에 카페 아지오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들이 만들어 낼 특별한 커피 향을 기다려보자.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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