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김영근

서글픈 인생에 희망을 주는 진정한 카운슬러

‘이병수 법무사 사무소’ 사무장 김영근

지역내일 2009-01-14

책상 가득 수북한 두꺼운 서류철과 재떨이 속 빽빽한 담배꽁초. 김영근 사무장의 하루 일과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어떻게 보면 교감선생님 같기도 한 근엄한 모습이나 나직한 음성, 삶의 연륜에, 없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이실직고 하게 될 것 같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참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만납니다. 남편이 숨겨온 어마어마한 빚을 알게 된 부인, 어렵게 마련한 가게를 정리해야만 하는 부부 등 서민의 서글픈 인생사가 풀어내집니다.” 그들의 고단한 삶을 듣는 순간 김영근 씨도 그들 인생의 동반자, 진정한 카운슬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법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개인회생의 경우는 앞으로도 소득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증명이 뒷받침되어야 신청할 수 있다. 소득 인정 증빙서류가 없을 수 있는 식당 종사자나 영업사원 등은 회생신청이 만만치 않은 셈. “법조문에 충실하다 보니 개인채무자들에 대한 회생은 까다로운 편이다. 법에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해줬으면 좋겠다”고 김 씨는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는다. 그의 속내가 이어진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이 필요한 사람을 27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그건 액면 그대로 생각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본인이 신용불량자라면 당연히 가족도 그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렇게 따지면 직간접적으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경제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죠.”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월급 받고 여기저기 이자 내고 나면 실제 소득은 최저생계비(2009년 기준 4인 가족 132만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 그들에게 밥 한 끼 사먹고 어디 한번 놀러가는 행복 추구권은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지난해 중반에 접어들면서 압류, 파산 건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법무사 사무소를 찾는 사람도 많아질 터이지만 그게 반갑지만은 않은 게 김 씨의 마음이다. 인생이란 아이러니하다.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운다. 하지만 우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마련해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 존재하는 한 희망은 가까이 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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