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부터였던가, 광우병 소고기에 멜라민 파동, 음식재활용까지 지난 한해는 먹고 산다는 것이 처절할 만큼 상처가 많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먹거리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다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처절한 현실은 잘 살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한다는 명확한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무엇을 먹어야할지, 무엇을 먹지 말아야할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먹거리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주었다. 그 고민과 성찰의 시간 끝에 만난 이가 들뫼자연음식연구소 문성희 소장이다.
그는 일산 밤가시 마을에서 ‘지구를 살리는 생명과 평화의 밥상 차리기’란 주제로 자연식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먹거리의 희망을 전하는 문성희 소장. 그의 이야기로 2009년을 여는 첫 번째 희망 리포트를 시작한다.
생명이 깃들어 있는 밥상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이 있다. 문성희 소장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음식이 먹기에 좋다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잘 나가던 요리연구가였다. 각종 유명 여성지를 비롯해 방송에도 자주 등장해 화려함으로 포장된 요리를 선보였다. 튀기고 볶고 예쁘게 만들어 딱 보기 좋게 만든 그의 음식은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그에겐 공허함만을 남겼다. 화려함으로 포장된 요리에 생명이 깃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화려함을 뒤로하고 생명이 깃들어있는 밥상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직접 농사를 짓고 생식을 만들어 생활했다. 물과 흙과 바람에 의해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것들은 푸성귀 하나에도 참다운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밥 한그릇 나물 하나에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이 온전히 담겨있었고, 쌀 하나도 온전한 생명이지만 보리와 콩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 또한 생명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됐다.
산에서 내려온 문성희씨는 사람들을 만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살림에서 특강을 시작한 이후 들뫼자연음식연구소를 통해 생명과 평화가 깃든 밥상에 대한 강좌를 지속해 오고 있다.
정갈하고 소박한 밥상
문성희 소장의 자연식 요리교실은 단순하고 소박한 밥상이지만 든든한 먹거리로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그의 수업은 소박한 한상차림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것이다.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몸이 굉장히 편안하고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속이 든든하다는 소감이다.
요리법 또한 단순하다. 생명을 살리는 밥상을 선택했더니 요리법이 간단해졌다. 흔히 자연식은 맛이 덜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요리에 들어가 있는 갖가지 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맛있는 음식을 선보인다.
문 소장은 빼곡한 요리 레시피보단 맛을 보고 맛을 알고, 맛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맛에 민감해지고 그 맛이 뇌리에 기억되면 그 맛을 찾아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간단히 요리된 정갈한 밥상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단다.
“반찬가짓수를 줄일수록, 양념을 덜 넣을수록 음식은 제 맛을 더하죠. 반찬이 두 가지 이상 되면 그 자체의 온전한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소박하고도 양념을 최소화한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그 맛과 시간을 음미하다 보면 내 몸이 원하는 맛을 찾아낼 수 있지요.”
내 몸과 지구를 살리는 밥상
문성희 소장은 오랫동안 요가와 명상으로 삶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는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며 “몸이 깨끗해져야 마음과 영혼이 깨끗해질 수 있다”고 전한다. 또한 깨끗한 몸을 위해 건강한 밥상, 생명이 깃들어져있는 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몸의 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자고 한다.
“누구나 양념이 과도한 음식, 과식, 육식 등을 하고 나면 몸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 때 몸이 내는 목소리에 잘 귀 기울이고 몸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야 지금 우리 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명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어요. 이렇게 내 몸을 살리는 것이 결국 지구를 살리는 일이랍니다.”
생명밥상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그가 얻은 깨달음은 ‘내게 좋은 것이 지구에도 좋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화려한 먹거리부터 소박한 자연식 밥상까지 문성희 소장이 먹거리를 업으로 삼은 지 30년이 넘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듯 사는 그가 닿을 종착점이 어디인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인간도 자연의 하나라는 사실, 생명과 평화가 깃든 밥상만이 나와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전하는 삶의 진리인 듯 했다.
문성희의 자연식요리교실 010-2210-9956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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