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추위와 함께 찾아온 반갑지 않은 독감으로 끙끙대고 있는데 “감기쯤은 한방에 날려 보낼 곰치탕을 먹으러 가자”는 남편을 따라 나섰다. 남편이 추천한 곳은 대화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속초물곰치 집. 세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먹으러 간 물곰치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못생긴 물곰치 한 마리의 변신
보통 ‘물곰’이라고도 하고 ‘물곰치’라고도 하는 이 생선은 보기에도 못생긴 것이 그 맛은 아주 독특하다. 비늘 대신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고 푹 곤 듯 끓이면 순두부처럼 흐물흐물 풀어져 씹을 것도 없이 후루룩 마실 정도가 된다. 감칠맛이 나거나 씹히는 맛은 없지만 못생긴 곰치 한 마리의 변신은 그야말로 다른 생선의 추종을 불허한다. 묵은 김치와 함께 끓여내는 매운탕과 복지리처럼 시원하게 끓여내는 맑은탕(지리탕)이 있다기에 지리탕을 시키기로 했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저희 업소의 행복입니다’라는 현수막처럼 한 가지 한 가지 나오는 밑반찬은 며칠간 지독한 감기로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잠시 속초물곰치가 내놓은 서비스요리(쓰끼다시)의 향연을 소개한다.
물곰치탕이 나오기 전에 먼저 등장한 것은 광어와 바닷장어회. 횟집에서나 먹던 광어회와 바닷장어회가 소담히 담긴 접시에 젓가락이 닿자마자 싱싱한 광어가 씹히는 맛이 횟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도톰한 광어는 어떤 횟집에서 먹어 본 것보다도 도톰했다. 그 다음은 자연산 골뱅이. 꼭 집어 꺼내먹어보니 고소한 게 정말 맛있다. 이어서 해삼과 멍게. 오돌오돌한 해삼과 쌉싸름한 멍게 역시 싱싱함이 살아 있다. 그때그때 산지의 상황에 따라 해삼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해산물이 나오기도 한단다. 고춧가루와 대파를 썰어 살짝 무친 굴 무침, 양념간장을 끼얹어 쪄낸 가오리 찜도 입맛을 확 돌게 한다. 연어아가미살 구이는 노릇노릇한 게 꼭 버터에 구운 것처럼 맛이 아주 독특하다. 그 다음 서비스요리는 굵은 콩나물 무침이 맛깔스러운 아귀찜이다. 꼭지를 딴 굵은 콩나물의 아작한 맛이 속까지 후끈하게 해준다. 이쯤 되면 지독한 독감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갈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새우튀김과 고구마튀김이 나왔다. 아귀찜으로 얼얼해진 입안이 바삭한 새우튀김이 메인메뉴를 먹을 준비를 도와준다. 9~10가지의 서비스요리는 그때그때 메뉴가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단다. 연어 아가미가 없을 때는 양미리구이, 도루묵 구이 등이 준비된다.
드디어 메인 주자가 등장했다. 배추 대파, 풋고추를 넣고 시원하면서도 담백하게 끓여낸 지리곰치탕. 시원하게 끓인 지리탕 육수는 감기몸살을 한방에 날려 보낼 것 같다. 어젯밤 숙취까지도 곰치탕 한 그릇이면 해결된다며 매운곰치탕과 함께 해장술로 소주를 시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곰치란 놈에 이끌려 무작정 강원도로 갔지요!
대화동 먹거리촌에서 ‘속초물곰치’집을 운영하는 엄성용(43) 사장은 “곰치에 빠져 15년 간 해오던 일식집 일을 접고” 강원도까지 내려갔다. 그 곳에서 못생긴 곰치 녀석을 따라 보낸 시간이 6개월. 어떻게 이 생선을 요리해내면 맛이 있을까를 연구하다 경상도나 강원도에서 하는 방식을 바꿔 서울·경기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시원한 맛을 내보기로 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맛이 복지리처럼 담백하게 끓여 내는 지리탕이었다. 묵은 김치를 그대로 넣고 다른 야채나 양념은 일체 넣지 않고 끓여낸 매운곰치탕과 함께 두 가지 메뉴로 일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때가 2001년.
처음에는 경상도에서 곰칫국을 먹어본 사람들이 우연히 찾았다가 “바닷가 아닌 곳에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어요?” 하면서 들르기 시작하더니 한두 번 찾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들르는 단골들만도 꽤 된단다. 주로 숙취를 해결하려는 사람들과 담백한 맛에 이끌린 데다 맛있는 서비스요리에 푹 빠진 곰치집 마니아들이다. 엄 사장이 끓여내는 곰치탕은 원래 곰치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해 다른 것을 전혀 넣지 않고 배추와 무 대파에 시원하게 끓여내는 맛이 일품이라는 게 단골들의 평이다. 40~50대 직장인들이 주손님 층이지만 독특한 물곰치 맛에 입맛이 길들여진 가족 단위 손님들도 꽤 많다.
곰치는 원래 겨울엔 크고 여름철엔 작다. 그래서 지금 겨울철이 시작되는 이때가 곰치탕 먹기엔 딱 제철이란다. 삼척이나 동해 등지에서 잡히는 자연산 곰치를 쓰는데 새벽에 입고가 안 될 때는 하루 문을 닫기도 한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속초 물곰치만으로 맛의 승부를 내는 곳이다. 오전 11시 30분 준비를 시작하여 오후 11시까지 문을 여는데 일부러 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다. 일산에서 자리한 지 7년째. 속초물곰치 엄성용 사장은 “한결같은 맛을 내는 비결은 자연산 곰치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곰치 맛을 제대로 아는 손님을 만날 때”가 제일 행복하단다.
문의 031-912-9069
김영진 리포터 yjk63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못생긴 물곰치 한 마리의 변신
보통 ‘물곰’이라고도 하고 ‘물곰치’라고도 하는 이 생선은 보기에도 못생긴 것이 그 맛은 아주 독특하다. 비늘 대신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고 푹 곤 듯 끓이면 순두부처럼 흐물흐물 풀어져 씹을 것도 없이 후루룩 마실 정도가 된다. 감칠맛이 나거나 씹히는 맛은 없지만 못생긴 곰치 한 마리의 변신은 그야말로 다른 생선의 추종을 불허한다. 묵은 김치와 함께 끓여내는 매운탕과 복지리처럼 시원하게 끓여내는 맑은탕(지리탕)이 있다기에 지리탕을 시키기로 했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저희 업소의 행복입니다’라는 현수막처럼 한 가지 한 가지 나오는 밑반찬은 며칠간 지독한 감기로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잠시 속초물곰치가 내놓은 서비스요리(쓰끼다시)의 향연을 소개한다.
물곰치탕이 나오기 전에 먼저 등장한 것은 광어와 바닷장어회. 횟집에서나 먹던 광어회와 바닷장어회가 소담히 담긴 접시에 젓가락이 닿자마자 싱싱한 광어가 씹히는 맛이 횟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도톰한 광어는 어떤 횟집에서 먹어 본 것보다도 도톰했다. 그 다음은 자연산 골뱅이. 꼭 집어 꺼내먹어보니 고소한 게 정말 맛있다. 이어서 해삼과 멍게. 오돌오돌한 해삼과 쌉싸름한 멍게 역시 싱싱함이 살아 있다. 그때그때 산지의 상황에 따라 해삼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해산물이 나오기도 한단다. 고춧가루와 대파를 썰어 살짝 무친 굴 무침, 양념간장을 끼얹어 쪄낸 가오리 찜도 입맛을 확 돌게 한다. 연어아가미살 구이는 노릇노릇한 게 꼭 버터에 구운 것처럼 맛이 아주 독특하다. 그 다음 서비스요리는 굵은 콩나물 무침이 맛깔스러운 아귀찜이다. 꼭지를 딴 굵은 콩나물의 아작한 맛이 속까지 후끈하게 해준다. 이쯤 되면 지독한 독감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갈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새우튀김과 고구마튀김이 나왔다. 아귀찜으로 얼얼해진 입안이 바삭한 새우튀김이 메인메뉴를 먹을 준비를 도와준다. 9~10가지의 서비스요리는 그때그때 메뉴가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단다. 연어 아가미가 없을 때는 양미리구이, 도루묵 구이 등이 준비된다.
드디어 메인 주자가 등장했다. 배추 대파, 풋고추를 넣고 시원하면서도 담백하게 끓여낸 지리곰치탕. 시원하게 끓인 지리탕 육수는 감기몸살을 한방에 날려 보낼 것 같다. 어젯밤 숙취까지도 곰치탕 한 그릇이면 해결된다며 매운곰치탕과 함께 해장술로 소주를 시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곰치란 놈에 이끌려 무작정 강원도로 갔지요!
대화동 먹거리촌에서 ‘속초물곰치’집을 운영하는 엄성용(43) 사장은 “곰치에 빠져 15년 간 해오던 일식집 일을 접고” 강원도까지 내려갔다. 그 곳에서 못생긴 곰치 녀석을 따라 보낸 시간이 6개월. 어떻게 이 생선을 요리해내면 맛이 있을까를 연구하다 경상도나 강원도에서 하는 방식을 바꿔 서울·경기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시원한 맛을 내보기로 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맛이 복지리처럼 담백하게 끓여 내는 지리탕이었다. 묵은 김치를 그대로 넣고 다른 야채나 양념은 일체 넣지 않고 끓여낸 매운곰치탕과 함께 두 가지 메뉴로 일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때가 2001년.
처음에는 경상도에서 곰칫국을 먹어본 사람들이 우연히 찾았다가 “바닷가 아닌 곳에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어요?” 하면서 들르기 시작하더니 한두 번 찾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들르는 단골들만도 꽤 된단다. 주로 숙취를 해결하려는 사람들과 담백한 맛에 이끌린 데다 맛있는 서비스요리에 푹 빠진 곰치집 마니아들이다. 엄 사장이 끓여내는 곰치탕은 원래 곰치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해 다른 것을 전혀 넣지 않고 배추와 무 대파에 시원하게 끓여내는 맛이 일품이라는 게 단골들의 평이다. 40~50대 직장인들이 주손님 층이지만 독특한 물곰치 맛에 입맛이 길들여진 가족 단위 손님들도 꽤 많다.
곰치는 원래 겨울엔 크고 여름철엔 작다. 그래서 지금 겨울철이 시작되는 이때가 곰치탕 먹기엔 딱 제철이란다. 삼척이나 동해 등지에서 잡히는 자연산 곰치를 쓰는데 새벽에 입고가 안 될 때는 하루 문을 닫기도 한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속초 물곰치만으로 맛의 승부를 내는 곳이다. 오전 11시 30분 준비를 시작하여 오후 11시까지 문을 여는데 일부러 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다. 일산에서 자리한 지 7년째. 속초물곰치 엄성용 사장은 “한결같은 맛을 내는 비결은 자연산 곰치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곰치 맛을 제대로 아는 손님을 만날 때”가 제일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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