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구 궁 구궁 구 궁 구궁 따 구…’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민속의 집에서는 일주일에 2번씩 흥겨운 우리 가락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장구와 북소리가 지나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얼쑤’ ‘좋다’ 추임세를 넣어가며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리고 있는 이들은 강동구립민속예술단 풍물팀 회원들이다. 1년에 한 번씩 연말에 있는 정기공연이 끝난 시점이라 조금 한가할듯한데 모두들 개인 연습에 여념이 없다. 국악을 하는 사람답게 복장은 생활한복에 미투리를 신었다. 겉모습은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연습에 임하는 자세나 눈빛이 전문적인 풍물팀의 이미지가 풍긴다. 우리 가락이 좋아서 7년째 풍물팀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는 김이수(천호동․50) 씨를 만나봤다.
신나게 두드리다보면 스트레스가 휙
“모두 주부들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연습하고 가려고 안달이에요. 신나게 장구, 쾡과리를 두드리다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니까요. 모두들 이런 맛에 한 번 풍물을 시작하면 놓지 못하나 봐요. 우리 팀에도 7년 이상 된 회원들이 15명이나 있어요”
강동구립 민속예술단 풍물팀의 회원은 32명으로 대부분 아이를 고등학교, 대학에 보낸 베테랑 주부들이다. 매주 화요일은 2시간씩, 목요일은 5시간 씩 연습을 한다. 단순히 취미로 한다고 보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씨는 이내 “연습시간이 부족하다”는 애로사항을 전한다. 연습장인 ‘민속의 집’이 강동구 내 예술단체들의 연습장소로 활용되기에 팀별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공연이 임박할 때는 연습을 하러 야외로 나가기도 해요. 산이나 한강, 집근처 공원 등 마다하지 않아요. 쫓겨나지만 않는다면요.”
얼마 전에는 암사동 선사주거지 주차장에서 연습을 하다 쫓겨난 경험도 있다. 김 씨는 “6명이서 30분쯤 연습을 한 것 같아요. 근처에 사는 주민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었는지 경찰이 출동했다”면서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서럽다”고 전했다. 마구 두드려서 울림을 내는 풍물의 특성 탓에 무대 위가 아니면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내기가 힘든 탓이다.
신명나는 소리에 반해 시작하게 됐어요
김 씨가 풍물을 배우게 된 것은 8년 전이다. 관심이 있어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풍물을 배우던 중 강동구민회관 앞을 우연히 지나다 소리에 반해 풍물팀에 들어오게 됐다.
“‘두두둥 두둥’하는 장구소리가 무척 신명나게 들렸어요. 그 인연으로 좋은 선생님 밑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여기서 활동하게 된 거죠”라면서 풍물팀을 지도하고 있는 정이환 단장을 자랑했다. 무형문화제 17호 설장고 이수자이기도 한 정이환 단장은 강동구립예술단 풍물팀 창단 당시부터 지도하고 있다. 김 씨는 “풍물하면 사물놀이만 생각하는데 배울 것들이 무척 많아요. 우리가 소화를 못 시켜서 다양한 것들을 못하고 있죠”라며 웃음을 보인다.
한 달 전 정기공연에서는 진도북춤과 삼도사물놀이를 선보였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야 우리 가락은 그냥 두드리면 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자진모리, 휘모리 등 장단이 많잖아요. 장단에 따라 서로 호흡을 맞춰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을 받았을 때 느끼는 희열감은 여러 가지 힘든 과정을 희석시켜준다.
내년 계획은 풍물․민요배우기 더욱 매진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국악보에 따라 장단을 연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보니 단체연습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궁채와 열채를 양손에 들고 본인의 허벅지를 장구삼아 연습하게 된다. 입에서는 ‘덩더덕 덩더덕’하는 구음이 무심코 흘러나온다.
“허벅지를 두드릴 때는 아픈 줄도 몰라요. 나중에야 시퍼렇게 번진 멍을 보고 아프다고 느끼는 거죠. 우리 회원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어떤 회원은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엉덩이 양쪽에 든 멍을 보고 옆 사람이 깜짝 놀랐다고도 하던 걸요.”
요즘은 집에서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장단 연습을 한다. 피부에 멍이 들 정도로 아프지 않고 양 손에 들고 연습하기 안성맞춤이기 때문.
김 씨는 민요도 배우고 있다. 풍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요에 욕심이 생겨서 얼마 전부터 시작한 일이다. “서로 연관성이 있잖아요. 전 이상하게 우리 음악이 좋더라구요”라면서 “지금은 1주일에 1번씩 민요를 배우고 있지만 내년에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 풍물팀에서는 대구의 민속춤인 날뫼북춤을 배울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한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도 정기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우리 풍물을 듣기 원하는 곳에 찾아가 국악의 흥겨움을 퍼뜨리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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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좋다’ 추임세를 넣어가며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리고 있는 이들은 강동구립민속예술단 풍물팀 회원들이다. 1년에 한 번씩 연말에 있는 정기공연이 끝난 시점이라 조금 한가할듯한데 모두들 개인 연습에 여념이 없다. 국악을 하는 사람답게 복장은 생활한복에 미투리를 신었다. 겉모습은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연습에 임하는 자세나 눈빛이 전문적인 풍물팀의 이미지가 풍긴다. 우리 가락이 좋아서 7년째 풍물팀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는 김이수(천호동․50) 씨를 만나봤다.
신나게 두드리다보면 스트레스가 휙
“모두 주부들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연습하고 가려고 안달이에요. 신나게 장구, 쾡과리를 두드리다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니까요. 모두들 이런 맛에 한 번 풍물을 시작하면 놓지 못하나 봐요. 우리 팀에도 7년 이상 된 회원들이 15명이나 있어요”
강동구립 민속예술단 풍물팀의 회원은 32명으로 대부분 아이를 고등학교, 대학에 보낸 베테랑 주부들이다. 매주 화요일은 2시간씩, 목요일은 5시간 씩 연습을 한다. 단순히 취미로 한다고 보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씨는 이내 “연습시간이 부족하다”는 애로사항을 전한다. 연습장인 ‘민속의 집’이 강동구 내 예술단체들의 연습장소로 활용되기에 팀별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공연이 임박할 때는 연습을 하러 야외로 나가기도 해요. 산이나 한강, 집근처 공원 등 마다하지 않아요. 쫓겨나지만 않는다면요.”
얼마 전에는 암사동 선사주거지 주차장에서 연습을 하다 쫓겨난 경험도 있다. 김 씨는 “6명이서 30분쯤 연습을 한 것 같아요. 근처에 사는 주민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었는지 경찰이 출동했다”면서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서럽다”고 전했다. 마구 두드려서 울림을 내는 풍물의 특성 탓에 무대 위가 아니면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내기가 힘든 탓이다.
신명나는 소리에 반해 시작하게 됐어요
김 씨가 풍물을 배우게 된 것은 8년 전이다. 관심이 있어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풍물을 배우던 중 강동구민회관 앞을 우연히 지나다 소리에 반해 풍물팀에 들어오게 됐다.
“‘두두둥 두둥’하는 장구소리가 무척 신명나게 들렸어요. 그 인연으로 좋은 선생님 밑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여기서 활동하게 된 거죠”라면서 풍물팀을 지도하고 있는 정이환 단장을 자랑했다. 무형문화제 17호 설장고 이수자이기도 한 정이환 단장은 강동구립예술단 풍물팀 창단 당시부터 지도하고 있다. 김 씨는 “풍물하면 사물놀이만 생각하는데 배울 것들이 무척 많아요. 우리가 소화를 못 시켜서 다양한 것들을 못하고 있죠”라며 웃음을 보인다.
한 달 전 정기공연에서는 진도북춤과 삼도사물놀이를 선보였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야 우리 가락은 그냥 두드리면 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자진모리, 휘모리 등 장단이 많잖아요. 장단에 따라 서로 호흡을 맞춰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을 받았을 때 느끼는 희열감은 여러 가지 힘든 과정을 희석시켜준다.
내년 계획은 풍물․민요배우기 더욱 매진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국악보에 따라 장단을 연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보니 단체연습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궁채와 열채를 양손에 들고 본인의 허벅지를 장구삼아 연습하게 된다. 입에서는 ‘덩더덕 덩더덕’하는 구음이 무심코 흘러나온다.
“허벅지를 두드릴 때는 아픈 줄도 몰라요. 나중에야 시퍼렇게 번진 멍을 보고 아프다고 느끼는 거죠. 우리 회원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어떤 회원은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엉덩이 양쪽에 든 멍을 보고 옆 사람이 깜짝 놀랐다고도 하던 걸요.”
요즘은 집에서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장단 연습을 한다. 피부에 멍이 들 정도로 아프지 않고 양 손에 들고 연습하기 안성맞춤이기 때문.
김 씨는 민요도 배우고 있다. 풍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요에 욕심이 생겨서 얼마 전부터 시작한 일이다. “서로 연관성이 있잖아요. 전 이상하게 우리 음악이 좋더라구요”라면서 “지금은 1주일에 1번씩 민요를 배우고 있지만 내년에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 풍물팀에서는 대구의 민속춤인 날뫼북춤을 배울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한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도 정기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우리 풍물을 듣기 원하는 곳에 찾아가 국악의 흥겨움을 퍼뜨리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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