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닌텐도 · 컴퓨터 게임, 고학년 핸드폰 · 현금 최고
크리스마스다.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온 세상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 눈이 내리지 않아 썰매가 못 오진 않을까, 우리 집엔 굴뚝이 없어 행여 선물을 안 주시진 않을까... 이 걱정 저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을 만큼 부쩍 자라버린 아이들도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환상만큼은 깨지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에게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게임과 핸드폰이 있어 행복한(?) 세상
초등학교 학생들이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1위로 꼽은 것은 저학년은 게임관련 기기, 고학년은 최신형 핸드폰이었다. ‘크리스마스 날만이라도 집에서 컴퓨터를 마음대로 해보고 싶다’는 답변부터 ‘게임만 한다고 중단해버린 인터넷 선을 다시 연결해주면 좋겠다’ ‘닌텐도를 선물 받고 싶다’ ‘동생과 게임시간을 나누지 않아도 되게 나만의 컴퓨터를 갖고 싶다’ ‘게임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한 문화상품권’까지 게임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이러한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희망사항인 동시엔 어른들에게는 ‘가장 해주기 싫은 선물’인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다는 사실. 아이들은 답변 후에 저마다의 약속과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선물을 받으면 엄마와의 게임시간 약속을 꼭 지키고 동생과 다투지도 않겠다는 등의 약속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 가장 관심사는 역시 핸드폰. 어른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최신형 핸드폰 이름을 줄줄 외고 있었다. 특히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학생들은 졸업, 입학선물을 모두 포기하고라도 핸드폰을 사수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핸드폰에 대한 관심은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더 높았다. 자신이 원하는 걸 살 수 있게 현금을 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외 답변에는 강아지, 옷, 신발, 책, 최신형 전자사전 등이 있었다.
내가 만약 산타라면?
아이들이 만약 산타가 된다면 부모님께는 어떤 선물을 해주고 싶을까?’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 드리고 싶은 선물은 당연 사랑과 건강이었다. ‘아빠가 술 ·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약을 선물하겠어요’ ‘엄마의 아픈 허리가 빨리 나았으면...’ ‘엄마 아빠만의 위한 보약’등 가족을 향한 사랑이 담뿍 담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양지초등학교 1학년 김진우 군은 “아빠, 엄마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게 건강을 선물하겠다”고 답했다. 그 외 가방, 노트북, 화려한 옷, 좋은 집, 돈 등 평소 부모님의 관심사가 엿보이는 답변도 있었다.
아이들이 바꾸고 싶어 하는 세상의 모습 또한 행복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나는 이런 세상을 꿈꾼다’는 질문에 아이들은 ‘굶주리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 ‘전쟁이 없는 세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는 세상’ ‘나쁜 사람들이 모두 착해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는 세상’이라 답했다. 고일초등학교 3학년 조호경 군은 “올해 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크리스마스가 되니 할아버지가 더 보고 싶다”며 “이 세상에서 암이 없어지거나, 빨리 암을 치료하는 약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 가지 소원을 이루게 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까?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이 꼭꼭 숨겨둔 소망들을 들어봤다. 아이들이 털어놓는 소원 중에는 아이다운 순진함이 묻어나는 답변이 있는가 하면, 학업 스트레스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어른들을 걱정하는 모습까지 엿볼 수 있었다. 우선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답변들. ‘빅뱅과 데이트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반하게 큐피드의 화살을 쏴주면 좋겠다’ ‘악보만 보고 있으면 저절로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행복하겠다’ ‘원하는 게임 아이템을 다 가질 수 있게 해 주세요’ 등 평소 아이들이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한 희망이었다. 신가초등학교 3학년 고은재 군은 “생일이 1년에 2~3번 있었으면 좋겠다”며 “선물도 많이 받을 수 있고 축하를 받아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초등학생이지만 경제 걱정, 공부 걱정 나아가 취업 걱정까지 하는 등 어른스러움을 보여준 아이들도 있었다. ‘아빠가 더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꿈’ ‘매일 1등만 해 좋은 직업을 갖는 것’ ‘중학교 배치고사에서의 전교 1등’ ‘영어학원 제일 높은 레벨에 붙었으면...’ 등이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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