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동에 있는 약대초등학교(교장 정연탁) 담장이 새로워졌다. 60년 넘은 낡고 오래된 학교 담장에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요즘 벽화를 따라 걷는 등굣길 아이들은 신명이 난다. 그림을 그린 이는 약대초 48회 졸업생 이종석(23)씨.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전역한 지는 한 달 째. 군 복무를 할 때 벽화를 그렸던 그는 모교를 지날 때마다 칠이 벗겨진 학교 담장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등교하는 즐거운 약대 어린이를 그리자
매일 아침 모교를 지나다니던 이씨는 약대초 정연탁 교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평소 이씨가 벽화에 관심 있어 한다는 걸 동네 아주머니에게 들었다며 학교 담장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 당연히 좋다고, 얼마든지 하겠다고 말했죠. 전역한 것을 기념할 겸해서 지난 10월부터 학교 담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학교를 오갈 때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 뿌듯할 것 같았지요.”
학교에서는 페인트와 그림 도구들을 제공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먹었고 그리기에 매진했다. 학교 벽은 꽤 높았고 길이는 50미터가 넘었다. 처음엔 배경을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보수여서 도와줄 친구는 없었고 혼자서 다 그리기는 버거웠다.
“아! 배경 없이 그리자. 등교하는 즐거운 약대 어린이를 주제로 깔끔하게 그려보자.” 이 학교 담장은 따라가면 점점 높아지는 구조였다. 그림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렸다. 아이들이 즐겁게 통학할 것을 생각하며 재미나는 말풍선도 적어 넣었다.
담장 너머로 높고 푸른 꿈을 키워가기를
“그림 그리면서 페인트가 튀겼고 쏟아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했어요. 제가 완성한 그림에 아이들이 덧붙여 그림을 그리고 즐겼으면 해요.” 학교 안쪽 벽에도 그림을 그렸다. ‘스케치는 어떻게 하는 거죠? 그 색깔은 어떻게 만들어요?’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몇 시간씩 붙어 다니던 6학년 아이들과 함께였다. 아이들은 자기들도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께 허락을 받았다. 색을 배합하는 것과 그리는 방법을 알려줬다.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씨의 마음은 뿌듯했다. “그림 그리는 동안 하교하던 아이들도 놀러왔어요. 신기해 보였나 봐요.” 날이 가면 갈수록 찾아오는 아이들이 기다려졌다.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해서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혼자서 제주도와 지리산엘 가봤죠. 필리핀이나 유럽 쪽에도 여행을 했어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했지요.” 이씨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공부에만 갇혀 지내는데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각박한 경쟁 속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이 그린 해맑은 모습처럼 담장 너머로 높고 푸른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벽화를 그리면서 따뜻한 인정을 느꼈죠
벽화를 그리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많다. “한 학생이 와서 어묵국물을 가져다줬어요. 함께 나눠 마시고 있는데 국물이 식자 그 애는 따뜻한 국물로 바꿔왔어요. 귀여운 녀석이죠!” 관심 있게 지켜보던 정 교장은 차와 간식을 먹으라며 놓고 갔다. 그리고 “벽화를 오래 오래 보관 하겠다”며 기뻐했다. 급식실에서는 많이 먹으라는 따뜻한 말도 들었다. 매일같이 지나가던 요구르트 아주머니도 요구르트를 놓고 갔다. 이처럼 동네 사람들의 벽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벽화에는 말풍선이 그려져 있다. 처음부터 생각해두고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림 그린 다음 날 아침에 가보면 말풍선 안에 ‘바보!! 사랑해!!’같은 낙서가 적혀있었다. 그런 말들은 재미있었지만 벽화가 끝나갈 무렵 터졌던 붉은색 래커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 “크게 욕을 써놓은 거예요. 참 서운했죠. 모두가 즐거우라고 그린 벽화에다…. 눈물이 다 나더군요.” 교장, 교감 선생님마저 안타깝게 생각했다. 붉은 낙서를 시너로 지웠고 얼룩만 조금 남았다.
“벽화가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만화가를 지망하고 있다.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고 시간이 남으면 그림을 그릴 거예요. 누군가 벽에 그림을 부탁하면 즐겁게 그려줄래요. 내년 중순이면 만화가 공모전에 작품도 내보구요. 물 흐르는 대로 부드럽게 살아갈 거예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등교하는 즐거운 약대 어린이를 그리자
매일 아침 모교를 지나다니던 이씨는 약대초 정연탁 교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평소 이씨가 벽화에 관심 있어 한다는 걸 동네 아주머니에게 들었다며 학교 담장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 당연히 좋다고, 얼마든지 하겠다고 말했죠. 전역한 것을 기념할 겸해서 지난 10월부터 학교 담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학교를 오갈 때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 뿌듯할 것 같았지요.”
학교에서는 페인트와 그림 도구들을 제공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먹었고 그리기에 매진했다. 학교 벽은 꽤 높았고 길이는 50미터가 넘었다. 처음엔 배경을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보수여서 도와줄 친구는 없었고 혼자서 다 그리기는 버거웠다.
“아! 배경 없이 그리자. 등교하는 즐거운 약대 어린이를 주제로 깔끔하게 그려보자.” 이 학교 담장은 따라가면 점점 높아지는 구조였다. 그림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렸다. 아이들이 즐겁게 통학할 것을 생각하며 재미나는 말풍선도 적어 넣었다.
담장 너머로 높고 푸른 꿈을 키워가기를
“그림 그리면서 페인트가 튀겼고 쏟아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했어요. 제가 완성한 그림에 아이들이 덧붙여 그림을 그리고 즐겼으면 해요.” 학교 안쪽 벽에도 그림을 그렸다. ‘스케치는 어떻게 하는 거죠? 그 색깔은 어떻게 만들어요?’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몇 시간씩 붙어 다니던 6학년 아이들과 함께였다. 아이들은 자기들도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께 허락을 받았다. 색을 배합하는 것과 그리는 방법을 알려줬다.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씨의 마음은 뿌듯했다. “그림 그리는 동안 하교하던 아이들도 놀러왔어요. 신기해 보였나 봐요.” 날이 가면 갈수록 찾아오는 아이들이 기다려졌다.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해서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혼자서 제주도와 지리산엘 가봤죠. 필리핀이나 유럽 쪽에도 여행을 했어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했지요.” 이씨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공부에만 갇혀 지내는데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각박한 경쟁 속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이 그린 해맑은 모습처럼 담장 너머로 높고 푸른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벽화를 그리면서 따뜻한 인정을 느꼈죠
벽화를 그리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많다. “한 학생이 와서 어묵국물을 가져다줬어요. 함께 나눠 마시고 있는데 국물이 식자 그 애는 따뜻한 국물로 바꿔왔어요. 귀여운 녀석이죠!” 관심 있게 지켜보던 정 교장은 차와 간식을 먹으라며 놓고 갔다. 그리고 “벽화를 오래 오래 보관 하겠다”며 기뻐했다. 급식실에서는 많이 먹으라는 따뜻한 말도 들었다. 매일같이 지나가던 요구르트 아주머니도 요구르트를 놓고 갔다. 이처럼 동네 사람들의 벽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벽화에는 말풍선이 그려져 있다. 처음부터 생각해두고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림 그린 다음 날 아침에 가보면 말풍선 안에 ‘바보!! 사랑해!!’같은 낙서가 적혀있었다. 그런 말들은 재미있었지만 벽화가 끝나갈 무렵 터졌던 붉은색 래커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 “크게 욕을 써놓은 거예요. 참 서운했죠. 모두가 즐거우라고 그린 벽화에다…. 눈물이 다 나더군요.” 교장, 교감 선생님마저 안타깝게 생각했다. 붉은 낙서를 시너로 지웠고 얼룩만 조금 남았다.
“벽화가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만화가를 지망하고 있다.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고 시간이 남으면 그림을 그릴 거예요. 누군가 벽에 그림을 부탁하면 즐겁게 그려줄래요. 내년 중순이면 만화가 공모전에 작품도 내보구요. 물 흐르는 대로 부드럽게 살아갈 거예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