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8.-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까망돼지

주꾸미와 만난 솥뚜껑 위 삼겹살의 환상적 조화

지역내일 2008-12-03 (수정 2008-12-03 오후 6:48:04)
‘까망돼지’에 들어서니, 등받이 없는 의자로 둘러싸인 원형탁자가 눈에 띈다. 일반적인 사각탁자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집의 주 메뉴인 삼겹살과 닮았다. 보편적이고 서민적이면서 인간적인 맛이 느껴진다. 삼겹살은 최신 설비를 갖춰 고기 굽는 냄새조차 나지 않는 곳보다는 오랜 벗이나 낡은 신발처럼 편한 곳에서 구워먹어야 제 맛이 난다.
까맣고 반질거리는 솥뚜껑 위에 삼겹살이 얹힌다. 지름이 50cm도 넘을 듯한 커다란 솥뚜껑에 묵은지, 파 무침, 콩나물과 마늘까지 줄줄이 오른다. 삼겹살을 가운데 에워싸고 솥뚜껑 위에서 익어간다. 숙성시킨 묵은지는 양념을 더해 볶은 후 상에 오른단다. 삼겹살하면 떠오르는 ‘짝꿍음식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게다가 오징어와 주꾸미볶음까지 곁들여졌다. 삼겹살 구이의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가는 소리와 냄새가 정겹다.
두툼한 삼겹살은 씹는 느낌이 좋다. 묵은지, 파 무침, 마늘 등 쌈을 먹을 때마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자칫 느끼하거나 기름진 삼겹살의 맛을 고소함만 남게 하는 ‘까망돼지’표 삼겹살이다. 삼겹살을 먹는 중간중간 매콤한 오징어와 주꾸미볶음을 챙겨먹으면 보다 개운하다. 김양기 대표는 “남자분에게는 좀 더 두꺼워도 괜찮지만, 여자분을 위해서 1cm 전후로 썬다”고 했다. 너무 자주 뒤집거나 지나치게 바싹 익히면 참맛을 느낄 수 없다. 노릇노릇 익으면 뒤집은 후, 겉면이 다 익으면 먹을 만큼 잘라서 한번 정도 더 뒤집는 게 제일 맛있단다.
솥뚜껑 위의 삼겹살과 그 친구들을 거의 다 먹고도 2% 부족하다 싶을 때는 솥뚜껑볶음밥을 시키면 좋다. 날치알, 김가루, 다진 김치, 콩나물, 파 무침과 밥을 솥뚜껑 위에서 볶는다. 참기름, 고추장과 주꾸미양념까지 더해 매콤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이미 삼겹살로 충분히 배가 부른 뒤라서 머리로는 그만 먹고 싶은데, 입과 손이 멈추지 않는다.

Tip
문의 : 031-285-7852
위치 : 영통 프리미엄 아울렛 뒤편
메뉴 : 삼겹살(7천원), 항정살(8천원), 돼지막창(8천원) 외
영업시간 : 오후 3시~새벽 2시

인터뷰 - 까망돼지 김양기 대표
고깃집 삼남매의 장남인 김양기 대표는 “동생들과 서로 정보를 나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까망돼지’는 동생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들려줬다. 그는 “메뉴를 구성할 때,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는 것에 중점을 뒀다. 오징어와 주꾸미볶음의 매운 맛이 개운함을 이끌어낸다. 솥뚜껑볶음밥에도 주꾸미양념을 쓴다. 멸치와 무로 육수를 낸 잔치국수로 마무리하는 것도 별미”라고 권했다.
김 대표에게 음식에 관한 철학을 물었다. “아버지가 장사해도 맛없으면 다른 집에 가서 먹는다는 말이 있어요. 음식에서는 ‘맛’이 제일 중요하지요. 하나 덧붙이자면 깨끗해야겠죠. 사용한 솥뚜껑은 물에 불리면 잘 닦여요.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지요.” 서민적인 음식인 삼겹살을 ‘싸고 푸짐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오늘도 김영기 대표는 ‘까망돼지’의 삼겹살을 손수 손질한다.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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