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만난사람들-황규광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동양탄소주식회사 고문 황규광

지역내일 2008-12-03
사각틀 안에 정지되어 있는 사진은 때로는 많은 말을 건넨다. 사진 찍는 이의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살아 숨쉬기도 한다. 청명한 햇살과 싱그러운 공기, 이국적인 색채가 눈길을 끄는 황규광 씨의 작품을 보면서 이 사진을 찍은 이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이는 80세의 할아버지. 사진에서 느껴졌던 젊음과 활기 탓인지 예상보다 많은 그의 나이에 놀랐다. 그리고 사진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황규광 씨는 “54년 동안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쉰이 넘은 큰 딸부터 서른에 접어든 외손녀까지 내 사진의 주인공들”이라고 했다. “20대에 처음 인연을 맺은 사진기는 노출계도 거리계도 없었어. 중고로 구입해서 애들 성장사진을 찍었지. 2장씩 뽑아서 애들 것과 우리 부부가 소장할 것을 만들었어. 외손녀 사진은 태어난 지 수 분 뒤에 찍은 것도 있어.” ‘많이 찍는 게 비결’이라는 그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보는 순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나 잡지를 볼 때도 배경과 구도를 유심히 본단다.
“도전에는 나이제한이 없다”고 황규광 씨는 말한다. 회사의 고문으로 활동 중인 그는 2년 전까지는 월급을 받았다. 히말라야 산맥 일대, 안데스 산맥 따라 종단한 남미, 인도네시아 등지를 누비며, 11년 전부터 주1회 신문에 연재기고도 한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그에게 기억에 남는 것을 물었다. “미국은 잘 살지만 매력적인 나라는 아니야. 유럽 나라들은 잘 살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지. 소니, 내셔날 등 외국광고만 보다가 삼성, LG, 대우 등 우리나라 광고를 접하면 매우 뿌듯해. 4계절 뚜렷하고 맑은 물 흐르는 우리나라는 종교 갈등도 눈에 띄지 않는 편이지.”
엔지니어였던 황규광 씨는 평사원에서 시작해 부사장으로 은퇴했다. 68세로 은퇴한 뒤, 그는 ‘제2의 삶’을 시작했다. 킬리만자로,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히말 등을 오르며 사진 속에 담았다. 베이스캠프까지 올라 사진 찍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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