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 그 상큼 발랄한 연습 무대를 찾아서

세상의 어른에게 고하다, 우리만의 당당한 생각을!

지역내일 2008-10-30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외침을 들어줄만한 곳은 많지 않다. 내 생각과 마음을 다 펼쳐 보일 수 있는 자기표현의 자유, 그들만의 연극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수원,군포,안산)와 경기도경제단체협의회가 함께 하는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이 올해로 4회를 맞았다. ‘희망의 economy''라는 주제로 경기도 내 8개 학교가 참가하게 된 가운데 수원 화성지역에서도 2개 학교가 연극 준비에 한창이다. 수원 영복여고와 화성 두레자연고, 그들만의 연극세계를 살짝 들여다봤다.

★수원 영복여고 ‘R.U.N’ - <조선 vs="" 21c="">

다른 세상을 탐하지 마라, 내 안에 행복이 있다!
「조선시대. 소녀 복순은 목마른 행인에게 정성스럽게 물을 대접하게 된다. 평소 신분차별에 대한 억압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던 복순은 행인의 도움으로 21C로 오게 되는데…」복순이 꿈꾸던 미래 사회, 21C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지만 이 곳 역시 편하고 자유롭기만 한 세상은 아니었어요. 빈부격차에, 유산을 가지고 싸우는 형제, 대학만을 위해 매진하는 10대 청소년의 모습 등 복순이는 비로소 어디나 자신이 만족할만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강지형(고2) 기장은 결국 ‘자신의 세계에서 행복을 찾아보자’는 메시지임을 일러준다.
‘조선 vs 21C’는 뮤지컬이다. 출연진 모두 춤과 노래에 대한 기본기가 갖춰져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 특히 주인공은 노래, 연기 등의 오디션을 거쳐 친구들의 공정한 투표로 선발됐다. 복순 역에 당당히 캐스팅된 오아름(고1) 양은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할 때마다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엔 자신감도 부족하고 목소리도 작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목청이 커진다면서 친구도 많이 생길 만큼 성격도 달라졌다고.
연극제 준비를 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묻자 이구동성으로 읊는 말. “살이 많이 빠졌어요!” 2㎏이나 체중이 줄고(양혜원), 몸이 유연해졌다는(조민지) 등 뮤지컬을 위한 스트레칭과 웨이브 연습이 건강까지 챙겨줬다.

춤·노래·대본 모두 순수 창작극…더더욱 애착이 가
올해로 6년째를 맞은 ‘R.U.N(Radiant Uncommonly Neverstop)’은 ‘결코 멈추지 않고 고귀하게 빛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동아리 선생님으로 ‘R.U.N’을 지켜온 장우석 교사는 “어떻게 보면 이런 부서에 대해 선입견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얻어가는 것이 참 많은 특별한 경험” 임을 강조한다.
3월부터 시작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이용한 2~30분의 시간동안 틈틈이 연습한 게 전부이지만 얼마 전 학교 축제에서 완벽하게 시연해 낼만큼 완성이 된 상태. 특히 2부의 ‘대학만이 살길이다’라고 부르짖는 대목은 고3 수험생들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이 바라본 사회비판적인 내용부터 춤, 노래(개사) 등 ‘R.U.N’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낸 뮤지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순수 창작극이다. 그래서 더더욱 애착이 간다는 이른봄(고2) 양은 “하고 싶은 말이 담기다 보니 감정이입이 되면서 표현력이 훨씬 많이 느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R.U.N’의 분위기 메이커인 듯 복순이 엄마 역의 김다혜(고1) 양이 코믹한 표정과 웃음소리를 선보이자 일순간 웃음이 터졌다. 꿈 많은 10대 소녀들의 순수함과 발랄함이 어우러져 시종일관 인터뷰는 즐겁기만 했다.
이렇게 꾸밈없는 15명의 소녀들이 똘똘 뭉쳤으니 뭔가 일을 낼 게 분명하다.

★화성 두레자연고 ‘너와나’ - <교실 이데아="" 3="" ‘성이야기’="">

‘너와나’의 다름을 인정하기, ‘너와나’의 마음 보여주기
산 속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화성 두레자연고는 98년에 건립된 최초의 대안학교. 자연의 품에 안겨있어서인지 한층 여유로워 보인다. ‘너와나’의 친구들도 그랬다. 개성이 넘치는 외모에 반해 수줍음 많이 타는 천진한 모습….
카리스마 넘치는 최문기(고2) 기장은 “‘너와나’는 작게는 너와 내가 한 무대에서 호흡하자, 크게는 관객과 무대 위의 우리라는 의미가 함축된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 우리라는 개념에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대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연극축제에 올리게 될 ‘교실이데아3 성이야기’에도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방법들이 펼쳐져 있다.
“상당히 도발적인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잖아요. 성에 대한 다른 견해를 가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어른들이 생각해 보게 하는 연극입니다.” 김진오 지도교사는 이번 연극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길 바란다. 교실이데아 1,2 시리즈를 연출한 바 있는 유창수 강사의 연출력과 김 교사의 열정이 더해져 두레자연고만의 ‘교실이데아3’가 만들어졌다.

우리 이제 솔직하게 성(性)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어제 청량리에 갔었어. 그 여자가 불러서 들어갔는데 가슴이…”
“야, 여자만 보면 제발 서지 좀 마. 창피해 죽겠어.”」
친구들 사이에서 우월감을 가지고 싶은 상민과 야동(야한 동영상)을 즐기며 성에 대한 당당한 주장을 펼치는 영철. 영철 역의 장완주(고2) 군은 하얀 천을 뒤집어쓴 성기를 향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괴로운 듯이 토로한다. 자신감을 키우려고 시작했다더니 당당함이 연기 속에서 묻어난다. 상황을 덮으려고만 하는 선생님을 향해 왜 그래야만 하는지, 임신한 친구가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도록 고지식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가 영락없이 솔직한 그들과 닮아있다. 이번 연극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했다는 김 교사의 평을 듣자 쑥스러워 하는 이기영(고2) 군,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표현되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내가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연극의 매력을 꼽는다. 마찬가지로 주목받는 것이 좋다는 이소원(고1) 양,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탁소영(고2) 부기장 등 저마다 연극을 통해 인생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신랄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너와나’ 친구들은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표현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줄 그들만의 무대에서 훨훨 날아오르는 아이들을 본다. 11월 15일, 청소년들이여, 성 앞에서 당당해져라!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